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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LF사태는 KIKO사태의 데자뷰
DLF사태는 KIKO사태의 데자뷰
  • 윤종인 편집기획위원, 백석대 교수
  • 승인 2020.02.04 17:34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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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LF사태 원인과 재발 방지책①]
투자설명서에 VaR(최대 손실 예상치) 공지 의무화해야

[이코노미21 윤종인 편집기획위원] 최근 몇 년 간 투자자의 관심을 끌어왔던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에서 엄청난 손실이 발생하면서 우리나라의 금융회사들은 신뢰를 잃어버리고 말았다. 이럴 때마다 금융당국은 재발 방지책을 발표했지만 재발 방지책은 또 다른 재발을 막지 못했다. 이번에도 금융회사의 배상이라는 사후적 처방에 그치지 않을까 우려된다. 금융당국이 자율적인 배상방침을 정한 가운데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은 손실액의 약 55%를 배상할 것으로 알려졌다.

DLF사태는 미국 금융위기 당시의 KIKO사태와 여러모로 닮았다. KIKO의 투자자는 수출로 외화를 벌어들이는 중소기업이었고 DLF의 투자자는 개인이었지만 구조화 상품(structured product)이라는 점에서는 같다. 특히 DLF는 개인투자자가 투자한다고 해서 소매 구조화 상품이라고 부른다. 어쨌든 중요한 것은 구조화 상품이 본질적으로 파생금융상품이라는 점이다.

파생금융상품은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따라서 대부분의 일반투자자는 구조화 상품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투자했을 것이다. 금융회사는 알고 투자자는 몰랐다면 이는 근본적으로 정보 비대칭성(asymmetric information)의 문제에 해당한다. 그렇다면 구조화 상품의 경우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한 재발 방지책은 무엇일까? 사후 처방이 아니라 재발 방지를 위한 제도 개선책을 제안하려 한다. 재발 방지책은 정보비대칭성을 완화시킬 수 있어야 한다.

DLF와 KIKO의 공통점

KIKO와 DLF가 갖는 손익구조는 매우 흡사한데, 간단하게 설명하면 이렇다. 기초자산의 가격이 조금 변동하면 투자자에게 이익이 발생할 수 있지만 기초자산의 가격이 급격하게 변동하면 투자자에게 엄청난 손실이 발생하게 되는 구조이다. 이를 그림으로 예시하면 다음과 같다.

<그림> 구조화상품의 손익구조 사례

그림은 미국 달러화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구조화 상품이었다. 이 상품이 판매될 당시 미국 달러의 환율은 940원이었는데, 환율이 크게 변동하지 않는다면 투자자는 손실을 보지 않고 오히려 이익을 얻을 수 있었다. 즉 환율이 890원까지 하락하면 손익이 0이지만 환율이 990원까지 상승하면 이익이 발생한다. 환율이 990원일 때 최대이익에 도달하는데 최대이익은 50원이다. 이런 구조화 상품의 경우 기초자산가격의 변동성이 매우 낮으면 이익이 발생할 수 있다.

문제는 기초자산가격이 급격하게 변동하는 경우이다. 위 그림을 보면 환율이 890원 이하로 하락하거나 990원 이상으로 상승하면 엄청난 손실이 발생하게 된다. 실제로 2008년 미국 금융위기 당시 환율이 1,500원대까지 상승하였으므로 KIKO를 거래했던 수출기업들은 무려 500원에 가까운 손실을 보고야 말았다. 940원 투자해서 500원 손실을 본 것이다. 이런 구조화 상품의 경우 기초자산가격이 급격하게 변동하면 엄청난 손실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이런 위험을 꼬리위험(tail risk)이라고 말한다. 꼬리위험이란 ‘가능성은 낮지만 발생할 수 있는 엄청난 손실’로 정의할 수 있다. 따라서 꼬리위험은 우리가 알고 있는 보통의 리스크와는 다르다. 예를 들어 주식투자에도 위험은 있다. 하지만 주식투자의 경우 꼬리위험은 그다지 크지 않다. 하지만 DLF와 같은 구조화 상품의 경우에는 꼬리위험이 엄청나게 크다.

투자자는 꼬리위험의 크기를 알 수 있어야 한다

꼬리위험이 중요한 이유는 크게 두 가지이다. 첫째 기초자산가격이 급격하게 변동할 가능성은 (우리가 상식적으로 짐작하는 것보다) 훨씬 더 크기 때문이다. 둘째 일부 구조화 상품의 경우 기초자산가격이 급격하게 변동하면 손실이 엄청나게 커질 수 있도록 설계되었기 때문이다. KIKO 또는 DLF는 이 두 가지 요건을 모두 갖춘 구조화 상품이다. DLF 투자자에게 엄청난 손실이 발생했던 것은 운이 나빴기 때문이 아니라 애초부터 그렇게 설계되었기 때문이다. 쉽게 말하면, 언제가는 터질 일이 작년에 터진 것일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그렇게 많은 투자자들이 DLF에 투자했을까? 그 이유는 간단하다. 평상시에는 기초자산가격이 급격하게 변동하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투자자들은 은행금리보다 높은 이익을 얻었을 것이다. 그리고 이런 사실이 소문을 타면서 많은 사람들이 DLF에 투자했을 것이다. 물론 금융회사들의 판촉활동도 이를 부채질했을 것은 뻔한 일이다. 하지만 은행금리보다 높은 이율이라고 해봐야 그 차이는 1~2%에 불과했으니 이는 미끼에 불과하다.

투자자는 DLF의 꼬리위험을 알 수 있어야 했다. 꼬리위험을 나타내는 개념이 바로 VaR(Value at Risk)이다. 예를 들어 ‘100만원을 투자할 때 1% VaR이 80만원’이라고 하자. 이 말은 손실이 80만원보다 커질 확률이 1%라는 뜻이다. 쉽게 말해 가능성은 1%에 불과하지만 80만원 이상의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뜻이다. 구조화 상품의 경우 재발 방지를 위한 제도 개선책에는 VaR의 의무적인 공지가 반드시 포함되어야 한다.

투자설명서에 VaR을 반드시 제시하도록 해야 한다

국제증권관리위원회(IOSCO)는 2013년 투자상품의 판매시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한 원칙을 정하였다. 우리나라의 투자자 보호 기준도 IOSCO가 제시한 15개의 원칙을 따라 수립되었으며, 큰 틀에서 보면 주요 선진국과 비교하여 큰 차이가 없고 오히려 규제가 더 강한 측면도 있다고 한다. 다만 구체적인 실행방안에는 개선의 여지가 있다.

IOSCO의 15개 원칙을 보면 ‘발행자는 투자자가 이해하기 쉽게 상품구조와 위험을 알려야 한다’는 것이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투자상품을 판매할 때 금융회사는 투자자에게 투자설명서를 보여준다. 투자설명서에는 상품구조와 위험에 대한 설명이 포함되어 있으며, 투자자가 이를 잘 이해하였다는 서명을 해야만 금융회사는 투자상품을 판매할 수 있다. 이 때 금융회사가 제대로 설명하지 않았다면 이를 불완전판매라고 한다. 그런데 위 원칙에 주목해야 하는 문구는 ‘이해하기 쉽게’라는 표현이다. 즉 투자자가 쉽게 알 수 있어야 한다.

DLF와 같은 구조화 상품의 투자설명서에도 상품구조와 위험에 대한 설명이 제시되어 있다. 이 중에서 상품구조(정확히 말하면 상품의 손익구조)를 이해하기 위한 가장 손쉬운 방법은 앞에서 제시한 것과 같은 <그림>을 보는 것이다. 문제는 위험에 대한 설명이다. 우리나라 금융회사가 제공하는 투자설명서에는 기초자산가격이 급격하게 변동하지 않을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손실을 제시하는 것으로 끝이다. 하지만 꼬리위험이 있는 경우 이것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즉 DLF와 같은 구조화 상품의 경우 위험을 제대로 설명하려면 VaR을 제시해야 한다.

투자설명서에 ‘100만원을 투자할 때 1% VaR이 80만원’이라는 설명이 포함되어 있었다면 투자자들은 그렇게 쉽게 DLF에 투자했을까? 물론 80만원 이상의 손실이 발생할 확률이 1%에 불과하므로 그래도 소용없었을 것이라고 반문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이렇게 생각해 보자. 중국 우한에 가더라도 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염될 확률은 1%를 넘지 않을 것이다. 그래도 우한에 여행을 가겠는가? 가능성은 낮지만 잘못하면 목숨을 잃을 수 있는데도 말이다.

투자설명서에 1% 및 5% VaR의 수치, 그리고 이를 계산한 근거와 방법을 제시한 것만으로도 많은 투자자를 보호할 수 있다. 투자자는 구조화 상품의 진짜 위험을 알고 투자 여부를 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금융회사의 입장에서도 편할 것이다. 일반 투자자에게 복잡한 구조화 상품을 설명하느니 VaR 수치 하나만으로 많은 정보를 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투자설명서에 VaR의 수치와 근거를 제시했더라면 사후에 벌어질 법적 분쟁도 훨씬 더 명확하게 진행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기회에 투자상품에 관한 정보의 비대칭성을 줄이는 방향으로 제도 개선이 이루어졌으면 좋겠다. 투자자들은 반드시 VaR을 보고 투자 여부를 정해야 한다. [이코노미21]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2019년 11월1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고위험 금융상품 투자자 보호 강화를 위한 종합 개선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금융위원회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2019년 11월1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고위험 금융상품 투자자 보호 강화를 위한 종합 개선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금융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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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O, CHULHO 2020-02-05 11:50:21
DLF구조화 상품의 꼬리 위험에 대한 최대손실예상치(VaR)의 도식화를 의무화해서 금융소비자가 쉽게 알 수 있게 하자는 제안은 적절한 대안입니다. 하지만 이번 DLF사태의 투자 설명서에도 도식화는 있었으나, 표현이 최대 위험을 감지하지 못하도록 그린, 비 양심적 판매행위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