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확진자 16명에 불과…WHO “베트남은 방역 모범 국가”
한국발 베트남행 항공기 승객 검역 강화…베트남항공 등 일부 노선 운항 중단
[하노이=이코노미21] 코로나19의 급격한 확산에 한국을 바라보는 베트남의 시선도 변하고 있다. 베트남은 지난주 초까지만 해도 한국의 방역당국에 찬사를 보냈으나 대구 신천지교회로부터 시작된 대규모 확산 이후 한국의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베트남은 중국에서 코로나19가 급속히 확산되자 중국과의 국경을 일시 폐쇄하고 방역도 강화했다. 베트남 정부는 이번달 1일 중국행 비행기의 운항을 모두 중단했다. 중국과의 국경 무역도 중단했다가 6일부터 검역을 강화하면서 일부 재개했다.
이같은 노력 덕분에 현재 베트남의 확진자는 16명이 불과하며, 이 중 15명은 완치됐다. 특히 초기 방역 성공으로 13일 이후 추가 확진자가 나오지 않았다. 중국과 국경을 맞댄 베트남으로선 엄청난 선방을 한 셈이다. 세계보건기구(WTO)는 베트남의 코로나19 대응에 대해 “국제사회의 모범”이라고 평가했다.
베트남은 성공적인 방역망을 자랑스러워하면서 한국 또한 모범적인 방역을 하고 있다고 치켜 세웠다. 그런데 지난주 이후 베트남의 시선은 바뀌었다. 방역 선진국 한국에서 특정 지역사회에서의 감염이 급속하게 늘자 베트남은 크게 놀라는 분위기다. 베트남 정부는 방역을 더욱 강화하는 모습이다.
한국의 대규모 확산을 보면서 베트남 정부는 베트남의 방역망에 더욱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베트남 꽝닌성의 한 공무원은 “한국은 베트남과 함께 코로나19를 잘 막아왔지만 대구에서 상황이 바뀌었다”면서 “베트남은 매우 잘 하고 있는 거 같다”고 말했다.
한국보다 베트남이 코로나19 대응을 잘 하고 있다는 생각은 많은 베트남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거 같다. 베트남 언론은 매일 주요 뉴스로 한국의 코로나19 상황을 전하고 있으며, 베트남 국민들도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회사원 링씨는 “한국 대구의 상황이 매우 심각해 보인다”며 “지금은 한국보다 베트남이 더 안전한 거 같다”고 말했다.
한국 상황에 대한 베트남의 우려가 커지면서 베트남 정부는 한국발 항공편에 대한 검역을 강화했다. 체온 측정 후 37.5도를 넘으면 2주간 격리 조치하기로 했다. 하노이시와 호찌민시 등은 ‘감염 의심자’에 대해 2주간 격리를 보건 당국에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보도에 따르면 지난24일 오전 대구에서 다낭공항에 도착한 여객기 승객 80명(한국인, 베트남인 등)에게 별도의 입국절차를 밝도록 한 뒤 근처 병원에 격리해 건강 상태를 살피고 있다.
베트남항공은 인천발 하노이, 호치민, 나트랑, 다낭 항공편을 2월17일부터 3월29일까지 취소했다. 베트남 뱀부항공도 오는 26일(현지시간)부터 다낭 및 나트랑과 인천국제공항을 오가는 모든 노선의 운항을 잠정 중단한다고 밝혔다.
아직 전면적인 한국행 항공편 운항 중단이나 입국제한 조치 등은 이뤄지지 않고 있지만 한국 상황에 따라 변할 수 있다는게 현지 분위기이다. 베트남 정부는 한국내 코로나19 발생지역에서 입국하는 한국인과 자국민을 14일간 격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하노이시 정부는 한국 내 상황이 더 악화하면 자국 시민을 철수키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시민들의 한국인을 바라보는 시각도 이전과는 달라졌다. 이번 사태 전에는 한국인에 대해 적극적인 호감을 보였으나, 한국내 코로나19 확산으로 한편으로 우려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꺼리는 듯한 모습도 느낄 수 있다.
지난 몇년 동안 급속히 가까워진 한국과 베트남 사이에 코로나19라는 예상치 못한 복병의 등장으로 베트남의 개혁개방(도이모이) 이후 양국 관계가 가장 서먹한 시기를 맞이하고 있다. [이코노미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