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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 때마다 신음하는 비정규직‧자영업자‧중소기업인
위기 때마다 신음하는 비정규직‧자영업자‧중소기업인
  • 신만호 선임기자
  • 승인 2020.09.22 01: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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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 때 사회적 약자들이 더 큰 타격 받아
KDI “서비스업 중심으로 고용 둔화돼 올해 15만명 감소할 것”
매출액 500대 기업 중 74.2% “하반기 채용 계획 없다”

[이코노미21 신만호 선임기자] 1997IMF 외환위기, 2008년 금융위기, 2020년 코로나19. 해방 이후 한국경제를 뒤흔든 대형 사건들이다. 외환위기, 금융위기와 코로나19 사태는 위기의 원인과 내용이 다르지만 한국경제에 위기를 가져왔다는 점은 동일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이 장기화하면서 비교적 선방하고 있다는 한국경제도 충격을 받고 있다. 위기 때마다 더욱 힘들어지는 사람들은 이전이나 지금이나 같은 계층의 사람들이다. 비정규직, 자영업자, 중소기업 종사자 등이다. 물론 IMF는 국가부도라는 초유에 사태로 인해 대우를 포함한 대기업마저 사라졌다는 점에서 지금과는 차이가 있다. 그러나 항공 업계의 경우 이번 사태로 대항항공, 아시아나항공 등 대기업도 직격탄을 받아 휘청이고 있다는 사실을 보면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사람들의 위기감은 IMF, 금융위기 못지 않을 수 있다.

비정규직, 자영업자, 중소기업 종사자 등은 위기 때마다 자신의 일터를 잃은 아픔을 겪고 있으며, 일터가 사라질수도 있다는 두려움을 안고 살아간다. 코로나19 사태로 초토화된 항공사, 여행사, 호텔 등은 이미 대량실업이 현실화하고 있다. 관련 업종 대부분이 정부가 지원하는 고용지원금에 의존해 고용을 유지하고 있지만 언제까지 고용을 유지할 수 있는지는 알 수 없다.

항공관광업계는 대기업들마저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무급휴가제 실시, 임금 삭감 등 생존을 위한 몸부림을 치고 있지만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이마저도 힘겨워하는 실정이다. 대기업에 근무하는 비정규직은 실업에 대한 공포가 훨씬 크다. 아직 공식적인 통계는 발표되지 않았지만 많은 비정규직들이 반실업 또는 실업 상태일 것으로 예상된다. 정규직은 단체협상 등으로 고용이 보장돼 기업의 입장에서 인건비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은 비정규직의 해고 밖에 없다. 비정규직은 호경기일 때에는 정규직보다 낮은 임금으로 노동을 제공해 기업의 이윤 확대에 도움을 주지만 불경기 때에는 비용절감이라는 이유로 가장 먼저 해고를 당한다.

한국개발연구원(KDI)21일 발표한 경제전망에서 코로나19 재확산으로 고용시장이 위축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고용이 둔화돼 올해만 15만명이 감소할 것으로 분석했다. 또 임시·일용직 근로자와 자영업자에게 고용 충격이 집중될 것으로 예상했다.

실업수당을 받을 수 있는 비정규직은 그나마 낫다는 사람들도 있다. 식당, 카페, 노래방 등 자영업자나 이곳에서 일하는 종사자들은 아무런 보호장치도 없이 세상으로 쫓겨난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가뜩이나 매출하락으로 힘겹게 유지하던 식당, 카페 등은 사회적거리두기가 2.5단계로 강화되면서 작은 매출마저도 사라졌다. 최근 사회적거리두기가 2단계로 다시 완화되었지만 매출이 이전 수준으로 회복하기는 당분간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식당에서 해고된 어떤 종사자는 “10명이었던 손님이 1명으로 줄었는데 (해고를) 이미 알고 있었다며 체념하듯 현실을 받아 들였다. 자영업의 경우 고용자는 손실로 인해 빚이 늘어 파산 직전에 놓이고 있으며, 피고용자는 손님이 없어 일자리를 잃은 상황이 더욱 심화되고 있다. 정부가 최근 코로나19로 직접적인 피해를 입은 자영업자 등에게 100~200만원의 재난지원금을 지급하기로 결정했지만 이 금액으로 고용을 유지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취업준비생들의 공포도 나날이 커지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세가 심상치 않으면서 기업들의 취업일정은 무기한 연기되고 있다. 전자, 반도체 등 일부 업종을 제외하고 매출이 하락하는 상황에서 신규 채용을 서두르는 기업은 거의 없다. 심지어 일부 기업은 지난해 말, 올해 초에 채용했던 신입들의 발령을 미루고 있는 실정이다. 하반기 신규채용이 남아 있지만 얼마나 많은 기업이 신규 채용에 나설지는 지켜봐야 한다. 한국경제연구원이 매출액 500대 기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74,2%가 하반기 채용 계획이 없다고 응답했다. 대졸 신규채용을 늘리지 못하는 이유로 코로나19 여파에 따른 국내외 경제업종 경기 악화를 꼽은 비율이 69.8%에 달했다.

코로나19 사태가 적어도 내년 봄까지 계속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일치된 의견이다. 심지어 일부에선 백신이 개발되어도 백신 접종에 필요한 시간 등을 고려하면 내년 하반기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말한다. 코로나19 사태 이전의 수준으로 회복하는데는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길어질수록 사회적 약자인 비정규직, 자영업자, 중소기업인, 취업준비생들의 고통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코노미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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