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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 최대의 굴 '지하 금강산, 환선굴(幻仙窟)'
동양 최대의 굴 '지하 금강산, 환선굴(幻仙窟)'
  • 장한규 자유기고가
  • 승인 2020.12.28 17:1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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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미21] [장한규] 환선굴을 처음 본 느낌은 "정말 크다. 우리나라에도 이렇게 큰 석회암 동굴이 있다니!"라는 놀라움이었다. 규모가 크기로 유명한 중국의 어느 동굴에 와 있는 느낌이랄까! 크기에 놀랐다가 정신을 차려서 찬찬히 살펴보면 볼거리가 너무 많아 이 굴을 지하 금강산이라고 칭찬하는 말에 저절로 공감하게 된다. 평소에도 목적지를 정하지 않고 발길 닿는 대로 자유롭게 여행하는 편이라 10년 전에 아무런 정보도 없이 처음으로 환선굴을 마주하게 되었다. 그 때 규모와 볼거리에서 느꼈던 환상과 감동은 지금도 생생하게 뇌리에 남아 있고, 그 뒤로도 여러 차례 다시 가 보곤 했지만 매번 같은 느낌을 갖게 된다.

동굴 입구
동굴 입구

그 전에도 단양 근처의 고수동굴, 온달동굴, 천동동굴 등 여러 군데 석회암 동굴을 다녀봤는데, 동굴 자체는 아름답지만 규모가 작고 통로도 좁고 낮아서 머리를 숙이고 다녔던 기억이 있다. 그런데 환선굴은 거침없이 탁 트인 넓은 광장처럼 되어 있어 머리를 숙이고 다닐 걱정이 없어서 좋았다. 이 굴은 주 관람 통로가 약 3㎞이고 총 연장 길이가 8㎞ 이상으로 알려져 있으나 아직도 정확한 총 길이는 잘 알려져 있지 않을 정도로 규모가 커서 한국관광공사 소개 자료에 따르면 동양 최대 규모라고 한다. 동굴입구는 폭이 14m∙높이가 10m이고, 내부는 폭이 20~100m∙높이가 20~30m 달한다. 규모가 크다 보니 전체를 둘러보려면 최소한 1시간 정도 걸리고, 좀 더 여유롭게 보려면 1시간 반은 족히 걸린다.

환선굴은 규모뿐만 아니라 볼거리도 많아 지하 금강산으로 알려져 있다. 동굴 내부에는 10여개의 크고 작은 호수와 6개의 폭포, 광장 등이 있다. 금년 7월에 방문했을 때에는 마침 비가 내려서인지 동굴 내부의 커다란 계곡으로 힘차게 물이 흘러내려가는 장관을 볼 수 있었다.

통일광장
통일광장

동굴 중앙에는 축구장만하게 탁 트인 통일광장이 있다. 이 광장에서는 환선굴을 대표하는 옥좌대를 볼 수 있고, 계단식 논을 연상하게 하는 만마지기 논두렁도 볼 수 있다. 옥좌대는 세계적으로도 희귀한 돔형석순으로 넓은 광장 가운데30m 높이의 천장에서 떨어지는 물방울로 형성된 평평한 모양의 거대한 석순이다. 옥좌대 표면의 무늬를 찬찬히 살펴보면 커다란 하얀 연꽃 한송이를 보는 같다.

이밖에도 행로를 따라가다 보면 거대한 종유석벽을 이룬 꿈의 궁전, 거대한 편심종유석인 도깨비방망이, 동굴내 퇴적암이 쌓여서 성벽처럼 보이는 만리장성, 만물상, 악마의 발톱 신비롭게 생긴 다양한 종유석과 석순 등을 있다. 그리고 발끝이 까마득한 지옥소와 소망폭포, 동굴폭포도 있다. 또한 악어, 사자, 거꾸로 매달린 , 용머리 동물들도 찾아보고, 천정의 싱크홀이 무너져 생긴 하트 모양의 사랑의 맹세, 마리아상, 무지개 다리 등과 같은 신비로운 형상을 숨은 그림 찾기처럼 하나씩 찾아가는 재미도 있다.

이 곳에도 다른 동굴과 마찬가지로 석회암 동굴에서만 볼 수 있는 동물들이 있다. 지금까지 환선굴에서 발견된 동굴 동물은 모두 47종이며, 이 중에서 환선장님좀딱정벌레 등 4종이 환선굴에서만 발견되었거나 환선굴이 표본의 기준 산지로 기록되고 있다.

계곡
계곡

 

옥좌대
옥좌대

신선이 되었다는 뜻인 환선(幻仙)의 동굴 이름 유래를 소개하는 글이 동굴 입구와 동굴 안에 2개가 있다. 우선 환선이라는 선녀와 관련된 전설이다. 먼 옛날 대이리 마을의 촛대바위 근처에 폭포와 소가 있어 아름다운 한 여인이 나타나 멱을 감곤 하였다. 어느 날 마을 사람들이 쫓아가자 지금의 환선굴 부근에서 천둥번개와 함께 커다란 바위더미들이 쏟아져 나오고 여인은 자취를 감추었다. 사람들은 이 여인을 선녀가 환생한 것이라고 하여 바위가 쏟아져 나온 곳을 환선굴이라 이름 짓고 제를 올려 마을의 평안을 기원하게 되었다. 여인이 사라진 후 촛대바위 근처의 폭포는 물이 마르고 환선굴에서 물이 넘쳐 나와 아래쪽의 선녀폭포를 이루었다고 한다.

그리고 환선이라는 수도승과 관련된 전설도 있다. 먼 옛날 한 스님이 수도를 위해 이 동굴로 들어갔는데, 나오는 것을 본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사람들은 스님이 신선이 되었다고 믿고는 이 스님을 환선이라 불렀으며 동굴의 이름도 환선굴로 불렀다고 한다. 동굴 안에 있는 수도승 주거지에는 스님이 기거하던 온돌터와 아궁이,그리고 약초를 빻던 돌절구 등의 유적이 남아 있고, 당시 환선스님이 짚고 왔던 지팡이는 환선굴을 오르는 길목의 산신당 앞에 꼽혀져 엄나무로 자라고 있다고 한다.

만리장성
만리장성

이처럼 볼거리도 많고 규모도 동양 최대인 환선굴이 아직도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지지 않은 이유는 심리적으로 좀 멀게 느껴지기 때문인 것 같다. 환선굴은 삼척과 태백의 중간 지점에 있는데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들도 1박2일 여행을 준비하고 삼척과 태백 정도 가면 이제는 도착했을거라는 생각을 가진다. 그런데 환선굴은 삼척 방면에서 가려면 삼척 시내에서도 25㎞ 정도 떨어져 있어 승용차로 40분 정도, 태백에서 가려면 40㎞ 정도 떨어져 있어 1시간 정도 더 가는 수고를 해야만 한다.

그리고 다른 석회암 동굴들보다 비교적 늦게 일반인들에게 개방된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단양 지역 등 다른 지역 동굴들이 오래전부터 관광지로 개발된 데 비해 환선굴은 1996년에 군립공원으로 지정되었고 1997년 10월부터 일반인들에게 개방되었다. 매표소에서 동굴 입구까지 2010년에 모노레일이 설치되어 그 전처럼 1.5㎞의 산길을 올라야 하는 수고 없이 편리하게 동굴까지 다녀올 수 있게 되었지만 모노레일을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지면 산책 삼아 동굴까지 걸어서 다녀올 수도 있겠다.

환선굴이 위치한 삼척시 신기면 대이리 동굴지대는 일찌감치 1966년 6월 17일에 천연기념물 178호로 지정되어 그 가치를 인정받아 왔다. 단양의 고수동굴(1976년), 온달동굴(1979년), 노동동굴(1979년)등보다도 10여년이나 앞서서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었다. 대이리 동굴지대는 석회암지대로서 환선굴, 대금굴(大金窟), 관음굴, 사다리바위 바람굴, 양터목세굴, 덕밭세굴, 큰재세굴 등 7개의 석회암 동굴이 분포하고 있다. 이 지대에서는 삼엽충 등의 화석이 발견되고 있어 5억3천만년전에 바다에서 퇴적되었다가 융기된 지대임을 알 수 있다.

사랑의 맹세
사랑의 맹세

7개의 동굴 중에서 환선굴 외에 대금굴도 관람이 가능한데 모노레일을 타고 입장만 가능하기 때문에 미리 예약을 해야 한다. 대금굴은 비교적 최근인 2007년 6월에 개방되었지만 인원 제한이 있기 때문에 많이 알려지지 않은 것 같다. 대금굴(大金窟)은 이름 그대로 반짝이는 황금빛의 화려한 종유석과 석순, 석주 등이 가득하다. 그리고 대금굴은 물이 많은 물의 궁전이다. 높이 7m의 폭포가 있고, 동굴 내부에 동굴수가 흐르는 계곡이 있으며 호수도 여러 개 있다. 대금굴에서는 가이드의 안내에 따라 관람해야 되고 동굴 내에서는 사진 촬영을 할 수 없다는 아쉬움이 있다. 그럼에도 어렵게 환선굴을 간 김에 미리 예약을 해서 바로 옆에 있는 대금굴도 한번 다녀와 보길 권한다. [이코노미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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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충섭 2021-01-04 22:10:28
단양의 고수동굴은 가봤는데, 삼척의 환선굴은 사뭇 동굴의 느낌이 색다르다. 기회가 되면 한번 가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