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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너스 레포이자율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
마이너스 레포이자율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
  • 양영빈 델타익스체인지 이사
  • 승인 2021.03.15 15: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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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영빈의 경제읽기] 레포시장, 중앙은행 금융정책의 통로 역할
레포시장에서 매도자는 레버리지를 극대화하는 경향 보여
레포시장이 매도자우위 시장으로 전환되면 공매도시장과 구조적으로 동일해져
레포 시장의 이례적 현상, 월가가 금리 상승 방향으로 베팅하고 있음을 보여줘

[이코노미21] [양영빈] 최근 미국의 레포(환매조건부채권)시장에서는 이례적인 일이 발생했다. 레포이자율이 -4.25%까지 떨어지는 일반적인 상황에서는 보기 힘든 일이 발생했는데 미국의 레포시장은 미국 금융시장 전체의 기능부전을 경고하는 잠수함의 토끼와 같은 존재라고 할 수 있다. 이 시장에서는 하루에도 1조 달러 이상의 단기자금이 거래되는데 중앙은행의 금융정책의 통로 역할을 하는 매우 중요한 시장이다.

레포 시장의 구조

모든 시장이 그렇듯이 레포시장에도 매수자와 매도자가 존재한다. 매수자는 현금이 풍부하여 현금을 빌려주어 이자 수익을 올리고자 하고 매도자는 현금이 필요하여 기존에 보유한 채권을 담보로 매수자에게서 현금을 차입하고자 한다. 처음 계약을 맺으면 현금과 채권이 상대방으로 가게 되고 약속한 날짜에 다시 현금과 채권을 되돌려준다. 여기서 매도자는 원금과 비용을 더해서 돌려주는데 이 비용을 레포이자율(Repo rate)이라고 부른다.

레포계약의 독특한 점은 매수자가 담보로 받은 채권을 시장에서 매각할 수 있다는 점이다. 만약 매도했다면 약속한 날짜에 다시 시장에서 채권을 매입하여 매도자에게 돌려주면 그만이다.

레포시장의 레버리지

레포시장에서 매도자는 보통 골드만삭스, 제이피모건 같은 투자은행이고 매수자는 현금이 풍부한 연기금이나 뮤추얼펀드 등인데 각각이 위험과 수익에 관한 관점이 다르기 때문에 이러한 거래가 이루어 진다.

레포시장의 매우 중요한 특성으로 매도자는 레버리지를 극대화하는 경향을 가지게 되는 것을 들 수 있다.

① 매도자는 채권을 담보로 현금을 차입한다.

② 차입한 현금으로 채권을 추가로 매입한다.

③ 다시 ①로 가서 이 과정을 최대한 반복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서 매도자는 레버리지를 확대하는데 그 이유는 매우 간단하다. 자본수익률의 극대화를 꾀하기 때문이다.

자기자본이 1억인투자은행을 생각해보자. 국채수익률이 4%이고 레포이자율이 3%라면 이 투자은행은 두가지 투자 방법이 있다. 1억을 동원해서 국채를 매입하고 1년후 4%(400만원)의 수익을 올리는 것이 첫째 방법이다. 둘째는 레포시장에서 레버리지를 극대화(예를 들어 30배)하여 수익을 올리는 것이다. 이 경우에 순수익은 보유한 국채의 수익에서 비용(레포이자율)을 뺀 후 레버리지를 곱해 주면 된다. 순수익은 레버리지(30)*(국채수익률(4%)-레포이자율(3%))=30%가 된다.

둘째 방법을 사용하면 일년 후의 수익은 3천만원이 된다. 실제 미국의 레포시장에 참여하는 투자은행들은 이러한 기법을 사용해 왔고 지금도 사용하고 있다. 2008년 파산한 리만브라더스가 전형적인 사례인데 당시 이들의 레버리지가 대략 30배였다.

레포시장 매수자의 레버리지

앞에서 본 것이 매도자의 레버리지였다면 매수자의 레버리지 확대 역시 반대의 과정으로 볼 수 있다.

① 매수자는 담보로 받은 채권을 시장에서 매각하여 현금을 확보한다.

② 확보된 현금을 이용하여 매도자에게 대출하여 채권을 추가로 담보로 잡는다.

③ 다시 ①로 가서 이 과정을 최대한 반복한다.

매수자가 레버리지를 일으키는 상황은 매도자의 레버리지와는 다르게 통상적인 것은 아니다.

매수자가 레버리지를 올려 채권을 확보하는 이유는 채권가격의 하락을 예상하거나 이전에 공매도한 채권을 다시 반납해야 하는 경우에 생긴다. 이런 상황에서는 레포시장이 공매도시장과 구조적으로 동일하게 된다.

레포시장이 매도자우위의 시장으로 전환되면 공매도시장과 구조적으로 동일하게 되며 현금을 제공하는 쪽이 오히려 비용을 지불하게 된다. 이것이 바로 이번 3/4 ~3/8까지 미국 레포시장에서 벌어졌던 일이다.

레포시장과 공매도시장

레포시장의 담보물이 되는 채권 자체의 수익률과 현금을 주고받을 때 발생하는 비용(레포이자율)은 전혀 다른 개념이다.

3월8일 미국 10년물 국채수익률은 1.5% 정도인데 이 채권을 담보로 거래가 이루어지는 레포시장의 레포이자율은 -2.9% 정도였다. 레포이자율이 마이너스가 되었다는 것은 매수자(현금 제공) 우위의 시장에서 매도자(채권 제공)우위의 시장으로 바뀌었음을 의미한다. 예전에는 현금을 가진 쪽의 우위에 있었지만 이제는 채권을 가진 쪽이 우위에 서게 된 것이다.

이러한 일이 벌어졌던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이전부터 축적되어온 10년물 국채에 대한거대한 공매도였다. 10년물 국채 가격이 떨어진다는 것에 베팅한 대규모의 공매도 세력이 채권을 반납해야 하는 기한이 도래하자 어쩔 수 없이 레포시장에서 채권을 확보해야 했기 때문에 비용을 지불해서라도 채권을 확보하는 공매도시장이 된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채권을 원하지만 시장에 채권이 별로 없을 때 레포시장에서 비용을 지불하더라도 채권을 빌리려는 수요가 폭증할수록 비용은 늘어나게 된다. 시장에는 이미 이러한 마이너스 레포이자율이라는 일이 벌어지기 전에 엄청난 규모의 10년물 국채에 대한 공매도가 있었던 상태에서 채권을 반납해야 할 기한이 도래하자 광적인 채권확보 전쟁이 벌어졌던 것이다.

금리와 우리의 삶

1.9조달러의 초대형 규모의 경제회복 방안을 집행하기 위해서는 미국정부는 당연히 국채를 발행하게 된다. 엄청난 규모의 국채가 시장에 공급되면 국채 가격의 하락(국채수익률의 상승)을 쉽게 예상할 수 있다.

레포 시장의 이례적 현상은 월가가 금리 상승 방향으로 베팅을 하고 있는 것을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금리 상승이 전반적인 주가에 바로 악영향을 주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상당수의 경제학자나 전문가들은 PER가 비정상적으로 높은기술주들은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예상한다. 예를 들어 테슬라의 PER는 고점에서 대략 1300배였는데 최근 진행된 국채수익률의 상승과 보조를 맞추어 주가가 많이 하락한 상태이다. 금리 상승은 지수에도 서로 다른 영향을 주는데 하이테크기업 중심의 나스닥지수와 전통기업 중심의 다우존스지수의 최근 움직임이 매우 다르다.

주택모기지론같은 중요한 상품들이 10년물 국채수익률에 연동되어 있는데 10년물 국채의 수익률은 미국인들에게만 영향을 주는 것이 아니라 실제 우리의 삶에도 큰 영향을 준다. 코로나 위기로 미국이 금리를 내리면서 같이 금리를 내렸던 우리나라 역시 금리는 역대 최저 상태인데, 역으로 미국의 금리가 오른다면 우리나라도 어쩔 수 없이 금리 상승 압박을 받게 된다. 금리는 나와 멀리 떨어진 일이 아니다.

대부분의 주택담보부 대출은 변동금리로 계약이 되어 있어 금리가 상승할 때 가계에 매우 안 좋은 영향을 끼친다. 태평양 건너 멀리 떨어진 나라의 금융시장에서 벌어진 해프닝이지만 주목해야 하는 이유이다. [이코노미21]

양영빈 델타익스체인지 이사
양영빈 델타익스체인지 이사

필자는 중국 금융 및 경제 전문가로 현재 상하이 델타익스체인지 이사로 일하고 있다. 저서로는 한국인 최초로 중국어로 발간한 <옵션실전매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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