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걸리나 한잔 하세”
이런 전화가 오면 나는 일단 사가정역(7호선) 인근 ‘흥부전 놀부전’으로 약속을 잡는다.
‘돈 없으면 집에 가서 빈대떡이나 부쳐 먹으라’ 하지만 생각보다 전집의 가격대가 그리 만만하지 않다. 물론 값싼 프랜차이즈 전집도 있지만 내 입맛에 맞지도 않고 음식들이 너무 짜다.
나는 기름진 음식이나 짠 음식을 좋아하지 않을뿐더러 막걸리도 그다지 즐기는 편이 아니다. 그럼에도 가끔씩 생각나는 막걸리집이 하나 있다.
‘흥부전 놀부전’은 4인 기준 테이블이 대여섯개 있는 조그만 전집이다.
우선 나는 주전자에 막걸리 두병을 쏟아 붓고 가장 작은 모듬전 중(中,17,000원)을 주문한다. 대(大)자도 있지만 10여년 이 집을 드나들면서 한 번도 주문한 적이 없어 가격도 모른다.
접시에 담긴 전들을 보고 같이 온 친구들이 “우와~”하며 탄성을 지른다. 동그랑땡, 고추전, 깻잎전 등 10여 가지가 나오는데 그 양이 상당하다.
문 입구에서 주문을 받으면 안주인이 바로 부쳐내는데 방금 부친 전들이 고소하고 야들야들하다.
어떤 전집은 이미 부쳐 놓은 전들을 기름을 더 두르고 다시 부쳐서 느끼하고 기름에 쩔은 듯한 맛이 나는데, ‘흥부전 놀부전’은 주문을 받으면 계란과 밀가루를 입혀 바로 부쳐 주기에 더 고소하고 부드럽다.
‘어때?’
나의 눈짓에 역시나 친구들은 하나 같이 엄지를 치켜든다.
양에 놀라고 맛에 감탄하면서 막걸리의 산미를 느끼고 있노라면 금새 주전자가 비워진다.
주전자를 들고 막걸리 두병을 더 주문할 즈음 안주인이 접시에 김치전, 동태전 등을 우리 접시에 추가한다.
손님들이 기다리는 동안 1차로 나온 전들을 먹고 있으면 나머지를 부쳐서 추가해 주는 형식인데 오묘하게도 주전자의 막걸리가 비워질 때쯤 나머지 전들이 추가된다. 그래서인지 처음 온 손님들은 그것을 서비스라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주머니 사정이 넉넉하지 않은 상태에서 후배가 술 한잔 사달라고 하면 형편에 맞는 식당으로 유도하게 되고 서로 만족하지 못하고 나오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그렇지만 ‘흥부전놀부전’은 주머니가 가벼울 때 어깨에 힘주고 자신있게 만나자고 할 수 있는 몇 안되는 장소다.
다만 퇴근시간 이후나 비가 오는 날이면 만석이라 진입이 어려울 수도 있다.
무료한 주말 오후, 비가 부슬부슬 내리고 있다면 가까운 친구들에게 전화해 볼만 하다.
“막걸리에 낮술이나 한잔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