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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화폐이론의 위험한 주장
현대화폐이론의 위험한 주장
  • 윤종인 편집기획위원, 백석대 교수
  • 승인 2021.04.20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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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폐공급 증가와 인플레이션 간에는 매우 강한 상관관계 있어
화폐공급 증가로 인플레이션이 초래된 대표적 사례 ‘베네수엘라’
과다한 정부부채는 매우 위험…정부부채 과다하면 재정위기‧통화위기에 노출돼

[이코노미21 윤종인 편집위원] 비록 2020년 미국 민주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서 탈락하기는 했으나 조 바이든의 가장 강력한 경쟁자였던 버니 샌더스(Bernie Sanders)는 여러 가지 점에서 진보적인 주장을 내세웠다. 대통령 선거가 끝난 지금도 그 중에 하나가 회자되고 있는데, 샌더스의 참모 중 한 명이었던 스테파니 켈튼(Stephanie Kelton)이 주장하는 현대화폐이론(Modern Monetary Theory: 이하 MMT로 약칭)이 그것이다.

MMT란 무엇인가?

MMT를 옹호하는 경제학자들은 정말로 극소수이다. 과장된 표현이겠지만, 열 손가락으로 꼽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가장 대표적인 인물은 오스트레일리아의 경제학자 빌 미첼(Bill Mitchell), 앞서 언급한 스테파니 켈튼, 그리고 제임스 갤브레이스(James Kenneth Galbraith: ‘불확실성의 시대’라는 저서로 유명했던 존 갤브레이스의 아들이다) 등이다. 그러므로 MMT가 유명해진 것은 아무래도 버니 샌더스의 영향이 크다.

이름만 보면 대단한 경제이론 같지만 MMT는 두 가지 명제로 간단하게 요약할 수 있다.

첫째 화폐공급과 인플레이션 간에는 단순한 비례관계(simple proportionate relationship)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즉 한 나라에서 화폐를 공급할 수 있는 권한은 중앙은행에 있는데, 중앙은행이 아무리 많은 화폐를 발행하더라도 인플레이션이 초래된다고 볼 수는 없다는 뜻이다. 그러므로 중앙은행은 화폐공급을 증가시키는데 주저할 이유가 없다고 말한다.

둘째 대부분의 정부가 자국 통화로 발행한 정부부채에는 부도(default)위험이 없다고 주장한다. 여기에서 중요한 표현은 ‘자국 통화’이다. 예를 들어 그리스 정부가 그리스 통화로 국채를 발행할 수 있었다면 그 국채에는 부도위험이 없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그리스 중앙은행이 무제한적인 화폐발행을 통해 그 국채를 사들이면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리스의 재정위기는 (유로존에 가입한 탓에) 그리스의 독자적인 통화가 없었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고 말한다.

결국 MMT의 옹호자들은 다음과 같은 스토리에 이른다. 정부는 국채발행을 통해 자금을 조달한 후 이를 대대적으로 지출하자는 것이다. 물론 이로 인해 정부의 재정적자가 발생하고 재정적자가 누적되면 엄청난 정부부채가 쌓이겠지만 걱정할 필요가 없다. 왜냐하면 중앙은행이 화폐발행을 통해 정부부채를 사주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화폐공급 증가로 인해 인플레이션이 초래되지 않을까? 그것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 첫째 명제에 따르면, 화폐공급 증가와 인플레이션은 관계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니 MMT의 주장은 단순명쾌하다. 중앙은행은 무제한적으로 돈을 찍어내고, 정부는 그 돈을 무제한적으로 쓰면 된다!

왜 이런 주장을 하는 걸까?

MMT의 모티브는 아무래도 일본인 것 같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1990년대 초 카미카제 버블이 꺼지면서 일본경제는 잃어버린 10년에 돌입했고 잃어버린 10년은 세 번째 이어지고 있다. 앞으로도 몇 번 더 잃어버린 10년이 있을지 아무도 장담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물론 경기회복을 위해 일본정부도 온갖 노력을 기울였다. 정부지출을 늘리는 확장적 재정정책과 양적 완화를 포함한 확장적 통화정책을 써왔다. 하지만 잃어버린 10년은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

양적 완화(Quantitative easing)는 대규모의 화폐발행을 통해 이루어진다. 흔히 2008년 미국에서 처음 시도되었다고 알고 있는 사람이 많지만 사실은 일본에서 2001년 이후 5년간 시도된 바 있다. 물론 2012년 이후인 제2차 아베내각 출범 이후에도 양적 완화는 시도되었다. 하지만 일본은 여전히 디플레이션 상태에 빠져 있다. 그러므로 MMT의 옹호자들은 일본의 예를 들어 화폐공급 증가와 인플레이션 간에는 관계가 없다고 주장하기에 이른다. 양적 완화를 통해 천문학적인 양의 화폐를 공급했음에도 인플레이션은 나타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것만이 아니다. 일본은 잃어버린 10년에서 벗어나기 위해 정부지출을 대폭 늘렸다. 고령화에 따른 복지지출의 증가와 함께 대규모의 공공사업을 통해 정부지출은 꾸준히 증가했다. 결과는 재정적자로 나타났고 일본의 정부부채는 GDP의 2.5배 가까이 된다. 일본 정부는 세수의 1/4 정도를 국채의 원리금 상환에 쓰고 있는데, 매년 만기가 돌아오는 국채의 원리금을 상환하고 또 다시 국채를 발행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그래도 일본정부가 발행한 국채는 부도가 나지 않았다. 이를 본 MMT의 옹호자들은 둘째 명제에 이르게 된 듯하다. 즉 정부부채가 급증해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하게 된 것이다.

현실과 동떨어진 MMT의 위험한 주장

일본의 잃어버린 10년은 거시경제학자들이 해결하기에는 버거운 문제인지도 모른다. 쉽게 말해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을 이용하여 잃어버린 10년에서 벗어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닐 것 같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일본의 예를 통해 MMT의 근거를 찾는 것은 무리이다.

첫째 화폐공급 증가와 인플레이션 간에는 매우 강한 상관관계가 있다. 거시경제학자들의 여러 연구결과를 종합해 보면, 두 변수 간의 상관계수가 0.8 정도라는데 거의 합의가 이루어고 있다(상관계수는 최소 –1이고 최대 1인데, 상관계수가 1이면 두 변수는 동일하게 움직인다).

아마도 가장 무시무시한 최근의 예는 베네수엘라일 것이다. 수년 간 수천 %의 인플레이션이 진행되고 있는데, 그 중에서도 2018년 물가상승률은 100만%를 넘었다. 이처럼 화폐공급 증가로 인해 인플레이션이 초래되었다는 유명한 사례는 대단히 흔하다. 그런 의미에서 일본의 사례는 매우 이례적이다. 아마도 거기에는 고령화 등 보다 근본적인 요인이 작용하였을 것으로 판단된다. 게다가 일본의 사례 하나만으로 화폐공급 증가와 인플레이션의 관계를 부정하는 것은 누구나 로또 복권 1등에 당첨될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것과 같지 않은가?

둘째 과다한 정부부채는 매우 위험한 일이다. 일본의 사례를 들어 정부부채가 커져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다른 나라들의 재정위기와 통화위기를 설명해야 한다.

그리스의 예를 살펴보자. 2010년 재정위기가 발생했는데, 그 내막을 간단히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재정위기 이전에는 그리스 정부가 발행한 국채를 대부분 외국인 투자자들이 사주었다. 하지만 정부부채가 누적되자 불안을 느낀 해외투자자들이 더 이상 그리스 국채에 투자하기를 꺼려했다. 그리스 정부가 국채 발행에 실패하면서 재정위기가 발생했는데, 돈이 떨어진 그리스 정부는 공무원의 봉급도 제대로 주지 못하는 처지에 이르렀다. 아마도 MMT의 옹호자들은 다음과 같이 주장할 것이다. 그리스가 유로존에 가입하지 않았다면 그리스 정부는 계속해서 국채를 발행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왜냐하면 그리스 중앙은행이 화폐를 발행하였을 것이므로 그리스 정부가 발행한 국채를 그리스 중앙은행이 사주면 된다고 말할 것이다.

일시적으로 그리스 정부는 재정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그 다음이다. 중앙은행은 결국 대규모 화폐를 발행하게 될 텐데, 이는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지게 마련이다. 따라서 그리스 통화의 가치는 하락할 것이며 마침내 통화위기에 빠지게 될 것이다.

우리는 통화위기가 어떤 것인지 잘 알고 있다. 흔히 1997년 한국경제가 겪었던 위기를 외환위기라고 부르지만 정확한 용어는 원(Won)화의 위기이다. 즉 원화라는 화폐의 가치가 폭락한 것이고, 중남미의 여러 나라들이 겪어 왔던 통화위기와 본질적으로 같은 것이다.

정부부채가 과다한 나라는 둘 중의 하나를 겪을 가능성이 높다. 유로존에 가입한 그리스와 같은 나라는 재정위기를 겪을 것이고, 그렇지 않고 독자 통화를 가진 나라는 통화위기를 겪을 것이다. 물론 우리나라는 통화위기를 조심해야 한다.

사실 이 문제를 이해하는 것은 어려운 게 아니다. 부채비율이 높은 기업은 부도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우리는 다 알고 있다. 그렇다면 정부부채가 많은 나라의 국채는 부도가능성이 높지 않을까? 그렇다면 재정위기이든 통화위기이든 둘 중 하나는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러므로 MMT의 주장은 위험하다. 재정위기 또는 통화위기로 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일본화에 대해 잘 알아야 한다

왜 일본이 재정위기와 통화위기에 빠지지 않았는지 궁금할 것이다. 일본의 어려운 경제상황을 일본화(Japanization)라고 부른다. 일본화의 핵심은 장기간의 저성장과 디플레이션의 지속이다. 이 문제에 대처하기 위해 일본정부는 지출을 늘렸고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국채를 발행해 왔다. 그런데 일본정부가 발행하는 국채의 대부분은 일본국민들에 의해 소화된다(그리스와 대조적이다). 일본국민들은 1950년대부터 꾸준히 저축해 왔고 이를 통해 축적된 자금이 많다. 현재 이 자금의 상당한 부분을 가진 사람들은 노인세대인데, 이들이 각종 금융상품을 통해 일본정부가 발행하는 국채를 사들인다. 그러므로 일본에서는 재정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이 낮다. 게다가 일본은 기축통화국이다. 따라서 통화위기에 빠질 가능성은 거의 없다.

저성장이 이어진다면 우리나라에서도 결국 정부부채는 증가할 것이다. 그렇다면 한국정부가 발행한 국채를 국내에서 소화할 수 있을 정도로 한국국민들이 저축해 둔 자금은 충분한가? 바꾸어 말하면 외국인에게 의존하지 않고도 한국정부는 국채를 발행할 수 있을 것인가? 기축통화국이 아닌 우리나라에게 이 문제는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고령화에 직면한 한국은 일본과 분명하게 다를 것이다. 일본은 일본화만을 겪고 있는지 모르지만 우리나라는 거기에 더해 재정위기 또는 외환위기를 추가적으로 겪을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우리가 정부부채의 관리에 매우 신중하게 접근해야 하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이코노미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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