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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세계적인 타포니 지형, 지질학의 보고 ‘진안 마이산’
[여행] 세계적인 타포니 지형, 지질학의 보고 ‘진안 마이산’
  • 장한규 자유기고가
  • 승인 2021.07.05 14:58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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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마이봉(681.1m)과 암마이봉(687.4m) 두 봉우리로 이뤄져
마이산은 세계에서 타포니지형이 가장 발달된 곳
과거에 호수…정상에서 쏘가리와 다슬기 등 화석 발견돼

[이코노미21] [장한규] 멀리서 바라보면 말의 두 귀가 쫑긋 솟아 있는 모양이고, 가까이서 보면 거대한 콘크리트 더미를 부어서 만든 것 같은 기이한 모양의 산이 마이산이다. 마이산을 처음 듣는 사람은 마니산과 헷갈려하곤 하는데 마이산은 전북 진안군의 진안고원에 우뚝 솟은 산으로 1979년에 도립공원으로 지정되었고, 2011년에 미슐랭 그린 가이드에서 별점3점 만점을 받았을 정도로 풍광이 좋은 산이다. 반면 마니산은 인천시 강화도에 있는 산으로 산꼭대기에는 단군 왕검이 하늘에 제사를 지냈다는 참성단이 있고 여기에서는 매년 전국체전을 할 때마다 성화를 채화한다. 여행이나 등산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두 곳 모두 꼭 가보길 권유하는 좋은 산들이다.

마이산 전경. 사진=장한규
마이산 전경. 사진=장한규

마이산은 산의 북쪽 방향인 진안읍내 어느 곳에서 바라 보아도 말의 두 귀처럼 봉우리가 선명하게 보인다. 동쪽 산은 뾰족하게 솟아 있어 숫마이봉(681.1m)이라고 부르고, 서쪽 산은 약간 서쪽으로 더 펑퍼짐하게 퍼져 있어 암마이봉(687.4m)이라고 부른다.

마이산이 이처럼 다른 모습을 하고 있는 것에 대해 부부봉의 전설이 내려오고 있다. 아득한 옛날 부부신이 하늘에서 내려와 자식을 낳고 살다가 다시 하늘로 등천할 때가 되었다. 등천할 때에는 사람이 보아서는 안되기 때문에 남편신이 말하기를 "우리가 등천할 때에는 아무도 보아서는 아니되니 한밤중에 떠납시다"라고 하자 부인신이 "밤은 무섭고 올라가기 힘드니 이른 새벽에 떠납시다"라며 우겼다. 이리하여 둘이 다투다가 부인 말대로 새벽에 등천하기로 하였다. 이른 새벽에 부부신이 자식을 데리고 등천을 시작하는데 부지런한 아낙이 있어 꼭두새벽에 우물에 물을 길러 나왔다가 산이 하늘로 올라가는 것을 보게 되었다. 물긷던 아낙이 놀라 "산이 올라간다. 산이 올라 간다"라고 소리치자 등천하던 부부신은 사람에게 들켜 등천하지 못하게 되었다. 등천하지 못해 화가 난 남편신은 "당신말을 듣다가 이꼴이 되었구나"라며 두자식을 빼앗아 양팔에 안고 부인을 발로 차자 부인은 등천하지 못한 서러움과 남편에 대한 미안함에 등을 돌리고 앉았으며 등천하지 못한 부부신은 그대로 바위산을 이루어 마이산이 되었다고 한다.(부부봉의 전설에 대해서는 진안군청 홈페이지 ‘마이산 도립공원’에서 인용)

마이산 전경. 사진=장한규
마이산 전경. 사진=장한규

숫마이봉은 뽀족해서 등산할 수 없지만 암마이봉은 경사가 급하기는 해도 산정상까지 단시간에 무리없이 올라갈 수 있다. 마이산이 부서지기 쉬운 바위로 되어 있어 생태보호차원에서 암마이봉 등산을 10년간 금지하여 등산객들의 아쉬움이 컸는데 등산로를 새로 단장하고 2014년부터 개방하여 지금은 동절기를 제외하고 자유롭게 오를 수 있게 되었다. 천황문 고개에서 정상까지 왕복 1시간 정도 거리이니까 등산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번쯤 꼭 암마이봉 정상에 올라보길 권한다.

마이산을 가까이서 보면 자갈과 시멘트로 버무려 놓은 거대한 콘크리트 덩어리처럼 보인다. 이처럼 생긴 암석은 자갈과 모래, 진흙이 굳어져서 생겼다는 의미에서 역암(礫岩)이라고 부른다. 진안고원은 1억년 전 거대한 호수지역으로 자갈과 진흙, 모래가 쌓여서 역암지대가 형성되었는데 6~7천만년 전에 융기되어 육지로 변했고 침식과 풍화작용이 지속되면서 비교적 단단한 암석이 남아 현재의 마이산과 같은 모습이 되었다고 한다. 지금도 암마이봉 정상에서 민물고기인 쏘가리와 다슬기 등의 화석이 발견되어 이곳이 과거에 호수지역이었음을 알 수 있다.

마이산을 남쪽에서 바라보면 봉우리 중턱 급경사면에 여기저기 마치 폭격을 맞았거나 무엇인가 파먹은 것처럼 움푹 파여 있는 크고 작은 많은 굴들을 볼 수 있는데 이를 타포니(Tafoni) 지형이라고 한다. 풍화작용은 보통 바위 표면에서 시작되나 타포니 지형은 이와 달리 바위내부에서 얼었다 녹았다를 반복하며 내부가 팽창되면서 밖에 있는 바위 표면을 밀어내 만들어진 것으로 마이산은 세계에서 타포니 지형이 가장 발달된 곳이다.

마이산의 티포이 지형.
마이산의 타포이 지형.

마이산의 또 다른 볼거리로 마이산 남쪽 절벽아래 조성된 탑사의 돌탑들을 들 수 있다. 탑사의 돌탑들은 조성 연대가 오래되지 않아 아직 국보나 보물로 지정되지 않았지만(전라북도 기념물 제35호) 한 개인의 지극 정성으로 조성된 거대한 돌탑정원으로 한번쯤은 꼭 들러보길 권한다.

탑사 전경
탑사 전경

돌탑은 이갑용 처사(1860~1957)가 1885년에 입산하여 30여년간 쌓아올린 것으로 당시에는 120여기의 탑들이 세워져 있었다고 하지만 현재는 80여기의 탑들만 남아 있다. 탑을 쌓은 돌들은 대부분 주변의 천연석을 사용하여 음양의 이치와 팔진도법을 적용한 정성과 탁월한 솜씨로 쌓아져 ‘막돌허튼층쌓기’ 조형양식이라고 한다. 천지탑 등의 주요 탑에는 전국 팔도의 명산에서 가져온 돌들이 한두개씩 들어가 심묘한 정기를 담고 있다. 탑들은 심한 바람에도 약간씩 흔들릴뿐 무너지지 않아서 신비로움을 자아 내고 있다.

천지탑
천지탑

주요 탑들을 위에서부터 아래로 보면 제일 위쪽에 전체 탑들의 가장 중심이 되는 천지탑(天地塔)이 있다. 천지탑은 이갑용 처사가 만3년의 고행 끝에 1917년에 완성한 탑으로 기공법과 축지법을 사용하여 가장 많은 정성을 들인 탑이라고 한다. 천지탑은 기단부는 타원형으로 하나지만 위로 두 개의 봉우리로 구성되어 있는 쌍봉탑이다. 천지탑 바로 아래로는 5개의 기둥 모양으로 서있는 오방탑(五方塔)이 있다. 탑사 아래로는 전체 탑군의 중앙에 자리잡은 중앙탑이 있는데 일명 흔들탑이라고도한다. 중앙탑 아래로는 서쪽 방향에 월광탑(月光塔), 가운데에 약사탑(藥師塔), 동쪽 방향에 일광탑(日光塔)이 있다. 이중에서 월광탑은 이갑용 처사가 처음 쌓은탑이라고 하고, 약사탑은 정면에서 바라보면 왼쪽으로 기울어져 있어 곧 무너질 듯 위태롭지만 무너지지 않아 신비로움을 더하고 있다. 이러한 주요한 탑들 외에도 많은 탑들이 마치 신장탑처럼 주변에 둘러서 있으며 제각기 이름과 의미를 지니고 있다.

마이산은 산과 돌탑 이외에도 보물찾기 놀이처럼 유심히 살펴보지 않으면 그냥 지나치기 쉬운 많은 볼거리들을 숨겨 놓고 있다.

청실배나무
청실배나무

우선 천연기념물로 보호되고 있는 나무가 2종류 있다. 은수사 앞마당에 있는 수령 650년 정도된 청실배나무는 천연기념물 386호로 지정되었으며 조선 태조가 임금이 되기 전에 마이산을 찾아 기도를 마치고 증표로 심었다고 전해지고 있다. 줄사철나무는 천연기념물 380호로 지정되었으며 탑사와 은수사의 절앞에서 찾아볼 수 있는데 나무가 작아서 유심히 살펴보지 않으면 그냥 지나치기 쉽다. 마이산의 줄사철나무 군락지는 우리나라 내륙지방에서 줄사철나무가 자랄 수 있는 북쪽한계선이 되고, 수마이봉 기슭은수사 뒷편 수풀 속에 오래된 나무가 기암절벽에 무리를 이루고 붙어 자라고 있어 생태학적으로 매우 중요한 자료이므로 천연기념물로 지정하여 보호하고 있다.

은수사에는 조선의 건국과 관련된 내용이 전해지는데 고려의 장수였던 이성계가 남원 운봉에서 일본군과 황산대첩에서 대승을 거두고 돌아가는 길에 왕조의 꿈을 꾸며 기도를 드렸던 장소로 기도 중에 마신 샘물이 은처럼 맑아 이름을 은수사(銀水寺)라고 불렸다고 한다. 태극전에는 왕권의 상징인 금척을 받는 몽금척수수도와 임금이 어좌 뒤에 있는 일월오봉도가 그려져 있다.

가위박물관
가위박물관

마이산 북쪽 등산로 입구에 세워진 가위박물관도 한번쯤 들러보면 좋겠다. 전 세계에서 유일한 가위박물관으로 한국, 동양, 서양의 다양한 가위들을 한데 수집한 사람의 지극한 정성을 볼 수 있는 곳이다. 진안 용담댐이 건설되면서 수몰지역에서 출토된 고려시대 가위도 볼 수 있다. 초창기에는 개인박물관으로 운영되면서 입장료도 받았지만 지금은 진안군청에서 운영하면서 무료로 볼 수 있다.

탑사의 영신각 뒤편 높다란 바위절벽을 타고 30미터 높이로 솟아 올라 피어 있는 능소화는 다른데서는 볼 수 없는 장관을 연출하고 있다. 능소화는 담쟁이덩굴처럼 빨판을 대고 담장이나 나무에 붙어 올라가는 덩굴나무인데, 무언가를 타고 올라가면서 하늘(霄을 넘어설(凌)듯 높이 자라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6월말쯤 동네 담장마다 활짝 피어 있는 능소화를 보고 있노라면 내마음은 어느덧 탑사의 능소화를 보러 달려 가고 있다. [이코노미21]

능소화
능소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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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숙경 2021-07-06 08:36:52
바위에 핀 붉은 능소화가 궁금해지는 계절에 멋진 글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