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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규제개혁 했다지만 현장에선 ‘못느껴’
정부는 규제개혁 했다지만 현장에선 ‘못느껴’
  • 김태윤 한양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 승인 2021.11.09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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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발표한 규제개선은 피상적이고 주변적
규제개선 확인된 사례는 약 40%에 불과
규제개혁 성과 평가 위해 규제관료의 행태 주목해야
규제관료 행태에 따라 ‘무시’ ‘회피’ ‘집단망각’형으로 나뉘어
부처관료 오로지 성과 위해 특정 규제 완화했다고 공식 발표

[이코노미21] [김태윤] 생명바이오분야는 핵심 미래 먹거리산업이다. 정부는 이와 관련한 국가 차원의 전략 마련이 필수적이라고 이야기 한다. 하지만 연구와 산업 현장 곳곳에 규제가 거미줄처럼 얽혀 있다. 연구자와 기업들은 규제개선 목소리를 내는 것에 지쳤다. 실제 정부가 발표한 규제개선은 피상적이고 주변적이다. 연구 현장이나 산업계의 요구사항을 적극적으로 반영하지 않기 때문이다.

정부가 생명바이오분야 규제개선의 실적이라고 공식적으로 발표했지만 실제로 규제개선이 확인된 사례는 약 40%에 불과하다1). 규제개혁은 정부가 지난 수십 년간 국정의 우선순위로 추진해 왔지만 그 성과를 제대로 평가한 적은 거의 없다. 규제개혁과정에서는 규제관료의 역할이 중요하므로 규제개혁의 성과를 평가하기 위해 규제관료의 행태에 주목해야 한다. 정부가 발표한 규제개선 사례를 통해 규제관료의 행태를 살펴보자.

첫째, 개선발표는 하였으나 별다른 조치가 사실상 없이 ‘무시’했다. GMP 기준이 적용된 작업장은 실내 미생물 오염 발생의 우려로 실내출입구 트렌치와 배수구 설치가 불가하다. 하지만 화학물질관리법에 의해 트렌치와 배수구를 반드시 설치해야 한다2). 소관부처는 제도 및 방안을 마련하여, 화관법을 준수하고 있던 기존 GMP 시설에 대해 관련 법을 탄력적으로 적용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부처에서 발표한 제도는 매우 논리적 모순이 있었다. 해당 제도는 `14년 12월 이전 착공된 기존의 시설들 중 대규모 이설이 불가피하거나, 개선 과정에서 안전상의 문제가 발생할 우려가 있는 취급시설을 대상으로 하는 특례제도로 `14년 12월 이후 착공된 시설은 문제가 해소되지 않았다. 해당 기업 입장에서는 규제개선을 전혀 체감할 수 없었다.

둘째, 개선 발표는 하였으나 실효적인 조치가 확실히 취해지지 않고 ‘회피’했다. 약사법상 신규 품목허가를 신청하는 모든 주사제는 ‘원료의약품 등록제도’에 따라 등록된 원료의약품만을 사용해야 한다3). 해당 규제로 인하여 등록이 저조한 원료의약품을 사용하는 주사제 개발에 애로가 존재했다. 소관부처는 치료에 필수적인 성분 등을 고려하여 주사제의 원료의약품을 등록 대상에서 제외하고, 퇴장방지의약품4)에 해당하는 성분과 영양소 보급을 목적으로 하는 제제의 원료의약품은 등록 대상에서 제외했다. 하지만 영양소 보급의 목적에 사용될지라도 치료제로 허가되어 있을 경우 등록대상에 해당하게 되므로 규제개선의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다. 아미노산 영양수액의 경우를 예로 들면, 동일한 주성분으로 구성된 아미노산 수액일지라도 해당 아미노산 수액의 적응증이 ‘아미노산의 보급’이 아닌 ‘만성 간 장애에 의한 뇌증의 개선’으로 허가된 제품이라면 신규 주사제 허가가 불가능하다. 과연 소관부처가 해당 규제개선에 의지가 있었는지 의문이다.

셋째, 적절한 후속조치가 부족한 ‘집단망각’이다. 시험‧연구용에 자주 쓰이는 유전자변형생물체 중 제브라피쉬의 경우 수산생물질병관리법상 검역범위에 포함되어 절차가 길고 까다로워 수입 과정에서 폐사하는 경우가 잦았다. 이에 소관부처는 2019년 6월 수산생물질병관리법 시행규칙을 개정하여 시험‧연구용 어류에 한하여 수입시 일정 조건하 검역증명서 제출 면제 및 서류검사로 절차 간소화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발표와 달리 실제 관련법의 개정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후 2020년 1월 시험ㆍ연구용 제브라피쉬를 검역증명서 첨부 대상에서 제외하여 수입검역 절차를 간소화하기 위한 법을 재정하고 시행했다. 실행하지 않은 것을 실행했다고 발표하고, 실제로는 한참 지체한 것이다.

무시, 회피, 집단망각한 부처관료는 오로지 성과를 위해 특정 규제를 완화하였다고 공식적으로 발표한다. 규제를 총괄‧관리해야 할 국무조정실 관료는 동일한 속성의 여타의 다른 규정이 여전히 존재하거나 하위 규정을 신속하게 완화하지 않은 것을 알려고 하지 않는다. 정치와 제도가 관료들의 세세한 판단에 의존하고, 관료들은 책임을 모면하려는 방향으로 움직인다. 정부가 발표한 규제개선 실적은 국민의 입장에서 아무런 실효성이 없으며, 이는 국민을 대상으로 한 기만일 뿐이다. [이코노미21]

 

1) 연구결과는 한국정책학회보 제29권 4호 ‘규제관료의 행태와 그 유형: 무시, 회피, 집단망각’ 논문을 전반적으로 참고

2) 「신산업‧신기술 분야 규제혁신 추진방안」(`18.01.22)에서 발표한 ‘의약품 제조 및 품질관리 기준(GMP) 적용시설에 대한 화학물질관리법 적용 범위 명확화’에 대한 규제개선 이슈

3) 「신산업현장애로 규제혁신 추진성과 및 향후계획」(`18.11.15)에서 발표한 ‘원료의약품 등록 의무’대상에서 주사제 의약품 원료 제외‘에 대한 규제개선 이슈

4) 퇴장방지의약품은 질병의 예방 및 치료에 반드시 필요하고 비용효과적인 의약품 중 의약품 공급 및 사용이 원활하지 않은 품목을 지칭한다. 현재 퇴장방지의약품은 642개 품목이 지정되어 있다(2020년 3월 기준).

정부는 2018년 1월 22일 규제개혁과 관련해 포괄적 네거티브로 전환한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우선허용·사후규제 체계(포괄적 네거티브)는 신제품·신기술의 신속한 시장 출시 등을 우선 허용하고 필요시 사후 규제하는 방식으로 규제체계를 전환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출처=국무조정실
정부는 2018년 1월 22일 규제개혁과 관련해 포괄적 네거티브로 전환한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우선허용·사후규제 체계(포괄적 네거티브)는 신제품·신기술의 신속한 시장 출시 등을 우선 허용하고 필요시 사후 규제하는 방식으로 규제체계를 전환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출처=국무조정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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