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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야, 본질은 ‘사랑’이야!” [매트릭스: 리저렉션]
“바보야, 본질은 ‘사랑’이야!” [매트릭스: 리저렉션]
  • 박수영 영화평론가
  • 승인 2021.12.29 17: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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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미21] [박수영] '매트릭스'는 한 천재 게임 디자이너인 토머스 앤더슨(키아누 리브스)이 개발하여 큰 성공을 거둔 가상현실 게임이다. 앤더슨은 새로운 게임인 '바이너리'를 만들고 있지만, 생각처럼 잘 진행되지는 않는다. 회사는 지지부진한 성과를 보이는 앤더슨에게 지지부진한 신작 게임은 그만두고 '매트릭스'게임의 속편을 만들자고 설득하지만, 앤더슨은 썩 내켜 하지 않는다. 회사는 앤더슨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새로운 '매트릭스'게임을 제작할 팀을 구성하고 앤더슨을 합류시키지만, 팀원들은 원작 매트릭스의 성공 요인에 대해 저마다 제각각의 해석을 내놓는다.

과거에 있었던 자살 소동 때문에 정기적으로 정신과 상담을 받는 앤더슨은 엇갈리는 의견들 속에서 혼란스러워한다. 어느 날 그의 눈앞에 자신을 “모피어스”라고 소개한 한 인물이 나타나고, 앤더슨은 자신이 겪고 있는 이 현실 역시 또 다른 '매트릭스'일지도 모른다는 의심을 하게 된다.

‘빨간 약“을 통해 게임 매트릭스가 실제 자신이 겪은 일이고, 지금까지 현실이라 믿고 있던 곳이 또 다른 매트릭스라는 사실을 알게 된 앤더슨/네오는 여전히 매트릭스 안에 갇혀 있는 자신의 연인 티파니/트리니티를 구하기 위해 기계들과 균형을 이루고 살아가고 있는 깨어난 인간들 전부를 파멸시킬 수도 있는 선택을 하게 된다.

<매트릭스: 리저렉션>은 현대 SF영화의 흐름을 바꾸어 놓은 기념비적 작품으로 평가받는 영화 <매트릭스>시리즈의 제4편이다. 미 의회도서관 영구보존 자료로 선정되기까지 한 1편 <매트릭스>로부터는 22년, 마지막 시리즈였던 <매트릭스 3: 레볼루션>부터는 18년 만의 귀환이기도 하다.

이번 4편의 '매트릭스'게임은 이전 3부작 영화다. 라나 워쇼스키 감독은 자신이 만들었던 영화가 모두 게임인 (심지어 그 게임의 제작사는 “워너 브러더스”이다) 세계에서, 영화 속 '매트릭스' 게임의 창작자인 앤더슨도 별로 내켜 하지 않는 속편을 “회사의 사정” 때문에 다시 만들게 된 상황을 그려낸다.

“깊이 있는 철학이 필요해”, “본질은 블릿타임(플로우모션)이지!” 등 저마다의 관점으로 이전 작품의 성공 요인을 쉴 새 없이 쏟아내는 새로운 팀원들의 대사는 원작 <매트릭스>에 쏟아진 다양한 비평들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영화는 이러한 혼란스러운 비평이 존재하는 세계를 또 다른 매트릭스라고 규정한 후, 자신의 페르소나인 앤더슨/네오의 선택을 통해 원작 <매트릭스> 시리즈를 “세상을 멸망시킬지라도 절대로 포기할 수 없는” 사랑에 관한 이야기로 “부활”시킨다.

이는 <매트릭스>의 엄청난 성공 이후 감독인 워쇼스키스의 상황을 그대로 반영한 듯 보인다. 1999년에 공개된 <매트릭스>는 그 놀라운 성과만큼이나 다양한 해석과 논쟁을 낳았으며, 이는 이들 감독의 후속작에 고스란히 부담으로 다가왔다. 그들의 이후 작품은 모두 <매트릭스>와 어떤 식으로든 비교를 당할 수밖에 없었으며, 언제나 “전작에 비해 실망스럽다”라는 평가를 받았다. 작품을 제작한 워너 브러더스의 수많은 리부트 요청에도 최근까지 “전혀 생각 없다”라며 거부한 이유 역시 전작과의 비교에 대한 부담감이라 할 수 있다.

생각이 바뀌게 된 계기는 부모님의 죽음이다. 본작의 감독인 라나 워쇼스키는 인터뷰를 통해 “상실감을 달랠 수 있는 이야기를 상상하고 싶었고, 내 뇌가 저절로 전에 죽은 캐릭터인 네오와 트리니티를 되살렸다.”, “지금의 나이가 든 나 또한 <매트릭스> 3부작의 일부가 되고 싶었다.”라고 밝혔다.

만들어진 결과물은 “원작 영화의 일부가 되고 싶었다”라는 의도만큼은 확실히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주인공인 앤더슨/네오는 게임 '매트릭스'를 만든 창작자 그 자체이지만 “영혼의 단짝”인 티파니/트리니티와 함께일 때만 온전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인물이다. 감독은 <매트리스> 3부작의 혼재되어 있는 다양한 해석들을 감독 자신의 의지와는 동떨어진 가상현실, 즉 '매트릭스'라고 규정한 후, 빨간 약을 통해 깨달은 현실 세계를 통해 본작을 포함한 <매트릭스> 시리즈의 본질은 네오와 트리니티의 사랑이라는 점을 반복해서 강조한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그동안 원작을 저마다의 이유로 사랑해 온 팬들의 감정조차도 “가상현실”로 치부해 버리는 듯 보인다는 점이다. 원작이 사랑받았던 이유 대부분을 무시하고 “오직 사랑”만을 강조한 듯 보이는 이 작품에 대한 평가는 크게 엇갈리고 있는데, 대체로 호의적인 편인 평단의 평가에 비해 원작의 팬층에서는 전반적으로 부정적인 평가를 하고 있다. 20세기 대중문화의 최고 걸작 중 하나로 평가받는 원작에 비해 이번 작품은 감독의 사적인 영화라고 느껴지는 부분이 많다는 점 때문이 아닐까 판단된다.

12월 22일 개봉한 <매트릭스: 리저렉션>은 12월 24일 현재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 킹스맨: 퍼스트 에이전트>에 뒤이어 박스오피스 3위에 올라 있으며, 매출액 점유율은 6.2%이다. [이코노미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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