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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예정되어 있던 비극의 반복 [나이트메어 앨리]
이미 예정되어 있던 비극의 반복 [나이트메어 앨리]
  • 박수영 영화평론가
  • 승인 2022.02.23 15: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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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미21] [박수영] 떠돌이 도망자인 스탠턴은 우연히 마주친 유랑극단에서 “산 체로 닭을 씹어먹는 괴인” 공연을 본 후 돈을 내지 않고 도망치다 극단주인 클렘에게 붙잡힌다. 극단의 잡역부로 고용된 스탠턴은 수려한 외모 덕분에 독심술사 지나의 공연에 바람잡이로 일하게 되고, 지나와 그의 주정뱅이 남편이 행하는 독심술이 일반인은 알아차리지 못하는 “코드”로 구성된 암호를 주고받는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사고인지 고의인지 알 수 없는 실수로 피트를 죽이게 된 스탠턴은 코드가 정리된 그의 노트를 훔친 후 서로 호감을 느끼고 있던 유랑극단의 공연자 몰리와 함께 뉴욕으로 떠난다.

2년이 지난 후, 스탠턴과 몰리는 성공한 심령술사가 되어 뉴욕의 고급호텔에서 정기공연을 하게 된다. 심리학자 릴리스는 코드를 사용한 스탠턴의 속임수를 눈치채지만, 스탠턴은 독심술 속임수를 이용하여 위기를 모면한다.

심령술사로 인정받은 스탠턴은 릴리스와 손을 잡고 그녀가 상담을 통해 확보한 부유한 고객들의 비밀을 이용하여 그들의 돈을 갈취하는 사기행각을 벌이기 시작한다. 스탠턴은 죽은 딸에 대한 트라우마에 고통받는 거물급 인사 에즈라에게 사기를 치기 위해 접근하지만, 의심 많은 에즈라는 쉽게 넘어오지 않고, 결국 아내 몰리까지 끌어들일 수밖에 없는 불가능한 약속을 하게 된다.

<나이트메어 앨리>는 <판의 미로>, <헬보이>, <퍼시픽 림> 등을 감독한 “가장 성공한 덕후”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의 신작이다. <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으로 아카데미 4개 부문을 수상하며 거장의 반열에 오른 후 4년 만의 신작이기도 하다.

원작은 1946년에 출판된 동명의 소설이다. 범죄잡지 편집자인 윌리엄 린지 그레셤이 집필한 소설은 출간되지마자 큰 인기를 얻어 이듬해인 1947년 에드몬드 굴딩 감독, 타이론 파워 주연의 동명의 영화로 제작된 바 있으며, 이번이 두 번째 영화이다.

가진 것은 전혀 없지만 야심은 가득한 한 인물이 자신의 야심을 이루기 위해 위험한 선택을 하고, 목적을 이룬 듯한 시점에서 만족하지 못하고 더더욱 위험한 선택을 하여 결국 파멸에 이르게 된다는 이야기는 여러 형태로 변주되어 왔다. 이 영화는 이러한 익숙한 이야기 구조를 델 토로 특유의 몽환적인 프로덕션 디자인에서 우아하고 장중하게 관객들에게 펼쳐 보인다. <판의 미로>, <헬보이>, <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 등에서 등장했던, 겉모습을 기괴하지만 내면은 오히려 더욱 인간다웠던 매력적인 크리쳐들은 등장하지 않지만, 끝없는 욕망을 절제하지 못하고 끝내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는 주인공의 모습은 그야말로 진짜 괴물의 탄생을 보는 듯 하다.

전작인 <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에서 보여준 우아하면서 진중한 판타지와 비교하면 이번 작품인 <나이트메어 오브 앨리>는 현실의 모순을 보다 직접적으로 드러내는 우화적 성격이 강하다. 동화의 세계에서 현실에 가까운 모습으로 내려온 델 토로 감독이지만, 이전 작품의 동화적 판타지의 세계를 더욱 좋아했던 관객에게는 보다 냉정해진 감독의 모습에 낯섬을 느낄 수도 있을 듯 하다.

<조커>, <스타 이스 본>등으로 연기, 연출, 제작까지 다방면으로 활약해온 브래들리 쿠퍼가 주인공인 스탠턴을 연기하며, <캐롤>에서 절정의 연기 호흡을 과시했던 케이트 블란쳇과 루니 마라가 스탠턴의 양심과 욕망 양면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심리학자 릴리스와 유랑극단 전기쇼 히로인인 몰리를 맡아 열연을 보여준다. 스탠턴을 독심술의 세계로 유도하는 매력적인 독심술사 지나로는 <유전>의 토니 콜렛이, 새를 산 체로 잡아 먹는 괴인을 관리하는 유랑극단의 단장 클렘은 <플로리다 프로젝트>, <라이트하우스>의 윌렘 데포가 연기한다. 2월 23일 개봉. [이코노미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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