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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소수 대란에서 보는 농업・먹거리 위기와 대응
요소수 대란에서 보는 농업・먹거리 위기와 대응
  • 백혜숙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 전문위원
  • 승인 2022.03.24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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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미21] [백혜숙] 정부의 응급조치로 요소수 부족 사태는 일시적으로 수그러들 수 있겠으나, 그 파장이 만만치 않다. 특히 농업 분야는 물류대란과 함께 요소비료 품귀 현상으로까지 이어져 이중고를 겪을 형편이다. 전국의 농산물 수송을 담당하는 화물차가 멈춰 서면 농업과 농촌은 위기를 맞을 수밖에 없다. 밥상에 오를 농산물 가격이 치솟고 소비자의 시름 또한 깊어지게 된다. 장기화 된 코로나19까지 겹치면서 사회적 불안 요소가 가중되는 상황이다. 다음 정부가 어떻게 산업 필수재와 농업 및 먹거리 위기를 관리하고 대응력을 갖추느냐가 관건이 된 셈이다. 현장에 기반한 다양성 확보로 위기를 관리하고 대응할 수 있는 농정의 방향을 6가지로 제시한다.

차량용 요소수 품귀가 불러올 물류 대란

요소수 부족이 농사용 요소비료 품귀 현상까지 야기하고 있다. 요소비료에는 불순물이 섞여 있는데도 이를 아랑곳하지 않고 화물차 운전기사들은 차량용으로 쓰기 위해서, 농민들은 요소수 부족 사태가 장기화할 것을 우려해 요소비료를 미리 사 두려 하기 때문이다. 요소수에 사용되는 요소는 90% 이상이 중국에서 수입되고 있지만, 요소비료는 비교적 수입국이 다변화되어 있다. 그러나 안심할 수는 없다.

요소 부족 사태가 지속된다면 비료 공급은 대폭 줄어들 수밖에 없다. 요소가 없으면 비료를 생산할 수 없기 때문이다. 비료 원자재를 100%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원자재 수급 불안정은 비료 가격 인상으로 이어지고, 이에 따른 생산비 부담은 농민뿐만 아니라 소비자에게도 전가된다. 또한 식량안보에도 막대한 영향을 줄 수 있다. 사태가 장기화될수록 농산물 생산만이 아니라 유통에도 큰 차질을 빚게 된다. 트럭이 멈춰 서면 농산물이 유통될 수 없다. 그래서 요소수 품귀 현상을 보며 안타까운 마음을 떨칠 수가 없다. 농산물 물류대란으로 이어져 농산물 가격이 급격하게 오를 것이란 불안감이 앞선다. 같은 이유는 아니지만, 과거 농산물 가격이 폭등한 유사한 사례가 있었다. 1994년 5월 4일의 일이다. 가락시장 중매인들이 도매거래를 중단하여 농수산물 가격이 큰 폭으로 뛰었다. 당시 하루 약 1만 톤이었던 농수산물 거래량이 2,700톤으로 줄어 유통이 마비되고 가격은 폭등했다.

백혜숙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 전문위원
백혜숙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 전문위원

우리나라 농산물 생산량 중 약 60%가 32개 공영도매시장에서 거래되고, 그중 약 37%가 가락시장으로 몰린다. 연간 약 230만 톤(1일 약 7,500톤)의 농산물이 가락시장에서 거래된다. 그런데 가락시장 경매회사의 독점적 수탁권과 그날그날 물량에 따라 가격이 결정되는 경매제로 인해 농산물 가격은 매우 불안정하다. 이런 상황에 농산물 운송 파행까지 겹친다면…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가락시장은 하루 5톤 트럭 1,500대가 드나드는 곳이다. 농산물 반입량이 줄어든다면 가격 폭등은 불 보듯 뻔하다.

위기에서 기회를 찾으려면 공공성과 다양성 중시해야

한때 요소 수출국이었던 우리나라가 요소수 대란을 겪고 있는 이유는 산업의 근간이 되는 필수재임에도 돈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사업을 접었기 때문이다. 국민 생활과 경제 기반을 위협할 수 있는 산업 공공재는 정부가 적극 관리해야 한다. 천재지변 외에 미・중 갈등으로 언제든 산업 필수재 확보에 어려움이 닥칠 수 있기 때문이다. 다음 정부는 위기관리에 유능한 정부가 되어야 한다. 식량안보를 포함하여 국가안보와 밀접하게 연관되는 산업 필수재는 공공재로 인식해야 한다. 정부가 나서 국내 생산 비중을 높일 수 있도록 지원하고 수입국을 다변화하는 등 중점관리를 해야 한다.

위기는 새로운 기회를 만든다. 쿠바가 위기를 기회로 바꾸었던 것처럼 이번 요소수 품귀 사태가 탄소중립과도 맞닿아 있는 생산의 다양성과 친환경농업 및 식량자급률을 높이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쿠바는 미국의 경제봉쇄, 소련과 동구권 사회주의 국가 몰락으로 석유를 원료로 하는 화학비료와 화학농약이 절대적으로 부족해지자 전국적으로 유기농업을 펼쳐 생태국가로 거듭났다. 결핍에서 창조의 힘을 발휘해 지구상에서 유일하게 다르게 사는 법을 익힌 국가가 되었다.

위기에서 기회를 찾으려면 공공성과 다양성을 중시해야 한다. 생명력을 지닌 유기체에서 다양성이란 회복력의 바로미터이자 면역력을 의미한다. 지역 사회에서는 문화 다양성이 그 지역이 유지되고 활성화될 수 있는 토대가 된다. 농업 분야에는 다양한 농법 및 품종 다양성이 존재한다. 이 모두를 존중하고 그 가치를 인정해야 한다. 그래야 지속가능성이 오롯이 확보된다. 하지만 다양성의 가치사슬이 소비자와 생산자를 연결하는 유통에서 경직되고 획일화되어 농업 및 품종 다양성이 훼손되고 있다. 농업・먹거리는 민생의 기본 중의 기본이다. 한층 더 정교한 정책으로 공공성을 확보해야 한다.

농업・먹거리 위기 대응력을 높이는 방안

농업・먹거리 위기 대응력을 높이고 지속가능한 시스템을 추구해야 한다. 생산과 유통의 다양성 측면에서는 우선, 여러 가지 농법 및 농산물의 가치를 새롭게 정립하고 인정해야 한다. 인정된 가치가 가격으로 환산되고, 그 가격은 안정화되어야 한다. 가격안정화를 위해서는 공공 유통체계 및 거래제도의 다양성이 필요하다. 농산물 가격 불안정은 농산물 수입으로 이어지고, 그 과정에서 어마어마한 탄소발자국을 남긴다. 게다가 GMO와 같이 신뢰할 수 없는 수입농산물은 생산자 소비자 할 것 없이 모든 국민의 건강 위협으로 다가온다. 기후위기 또한 전망을 어둡게 하는 요소다. 기상변화로 인한 시장가격 변동성의 진폭이 이전보다 훨씬 커졌다. 따라서 생산, 소비, 유통이 연계된 계약재배와 판로개척을 병행할 수 있는 새로운 유통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계약재배 농산물이 실수요자에게 전달될 수 있도록 외국과 같이 예약형 거래제도 도입이 필요하다.

유통과 소비의 다양성 측면에서는 농산물 생산 과정의 스토리까지 소비자에게 전달될 수 있는 농산물 직거래 인프라가 필요하다. 장바구니 물가가 가파르게 오르고 있는 가운데, 최근 소비자교육중앙회은 전국의 주부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농산물 유통업태별 가격 조사 및 소비실태 조사・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자료에 의하면, 농축산물의 가격을 안정시키는 데 필요한 대책으로 복수 응답한 결과는 “복잡한 유통구조를 개선해야 한다”가 36.3%, “산지와 직거래할 수 있는 판로를 확대해야 한다” 25.3%, 그리고 “농축산물의 직거래 확대가 가격 안정에 도움이 된다”고 응답한 비율이 84.7%로 나타났다.

‘직거래 확대’에 방점이 찍힌다. 따라서 생산-유통-소비 다자간 협력구조인 민관거버넌스를 구축하고 직거래 및 계약재배를 늘릴 수 있는 공익형 시장도매인제를 추진해야 한다. 이미 전남, 경남, 전북, 경북, 충북, 충남, 강원, 제주, 경기도가 각각 출자한 공익법인으로 공익형 시장도매인제를 도입하고 있다. 이는 투명한 거래 공개와 적정한 중간 유통 마진 제시는 물론, 생산자(단체), 구매자(단체)와 이익을 나누는 프로토콜경제 실현도 가능하게 한다.

생협시장도매인 도입 효과, 공영도매시장의 ESG 활동 강화

생협 직거래와 같은 방식의 생협시장도매인을 공영도매시장에 도입하면 가격을 안정시킬 수 있다. 생협 직거래는 가격이 안정적이다. 오래전에 농촌진흥청과 한국협동조합연구소가 함께 진행한 연구에 따르면, 생협의 가격 안정성이 높다는 것이 밝혀졌다. 농산물 산지 거래 유형별 직거래 중 생협과 도매시장의 구매가격을 풋고추, 토마토, 배추 등을 중심으로 3년간(2010~2012) 비교해 얻은 결과였다.

생협시장도매인은 공영도매시장을 물류 거점으로 활용하여 직거래를 한다. 이러한 직거래가 활성화되면, 일반농산물 외에 친환경(유기농・무농약)농산물, 저탄소농산물, 생물다양성농산물 등 탄소중립에 기여하는 농산물 거래가 촉진되고 재배면적도 늘게 된다.

극심한 요소 품귀로 비료 공급 차질이 불가피한 상황은 농산물 인증에 대한 새로운 표준을 만들 기회이기도 하다. 농민(단체)과 시민(단체) 간 직거래는 농산물만 거래하는 게 아니다. 여러 가지 농법 및 농산물에 대한 가치와 스토리까지 주고받는다. 만약, 비료 부족으로 농산물 생육 부진이 예상된다는 생산자의 걱정이 소비자에게 전달된다면 가만히 있을 소비자는 없다. 생산자가 재난 수준의 기후위기를 이겨내며 양질의 먹거리 생산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알기에, 소비자인 나와 가족 그리고 공동체를 위해서 할 수 있는 수단과 방법을 찾을 것이다. 생산자는 비료를 나눠 쓸 것이고, 소비자는 농사에 힘을 보탤 것이다. 부족한 비료를 위해 대안을 찾을 수도 있다. 요소비료의 주요 성분인 질소가 커피찌꺼기에 들어있다는 사실을 아는 소비자라면, 이를 모아 퇴비로 만들어 제공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러한 생산자와 소비자 간의 연대는 사회의 공동체성을 회복하는 데도 크게 도움이 된다. 공공영역, 즉 거래 규모도 크고 조직적인 공영도매시장에서도 이런 직거래가 활발해진다면, 연대의 힘이 더욱 증폭될 수 있다.

불확실성이 높아진 농업・먹거리의 위기에 잘 대응하려면 공영도매시장의 ESG(Environment(환경)・Social(사회)・Governance(지배구조)) 활동도 강화시켜야 한다. 공영도매시장의 농산물도매시장관리운영위원회는 유통인 및 전문가 중심으로 구성돼 있다. 이는 도매시장을 생산자, 소비자의 이익에 부합하는 유통환경으로 변화시키는 데 적지 않게 걸림돌로 작용한다. 생산자와 소비자가 참여하는 열린 거버넌스 체제로 전환하여 의사결정이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 또한 환경친화적인 물류와 사회적 가치를 많이 창출하는 공영도매시장이 될 수 있도록 거버넌스에 참여하는 생산자와 소비자 대표는 진심 어린 목소리를 내야 한다.

소비자는 생산과 유통을 변화시킬 수 있는 큰 힘이 있다. 농산물 생산 및 유통과정의 공공성과 다양성에 대한 중요성을 알고 움직일 수 있도록 생산자와 소비자가 함께하는 활동들을 기획하고 실천해야 한다. 생산자와 소비자의 연대와 다층적인 활동은 생산-유통-소비체계의 다양성을 가져올 수 있으며 지속가능한 농업・먹거리 시스템의 든든한 토대가 될 것이다.

위기관리에 유능한 정부, 지속가능한 농업・먹거리를 위한 전환정책

기후위기는 불변의 상수가 되어 모든 정책의 나침반이 되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원자재 가격 폭등, 국내 식량자급률 하락, 장바구니 물가 상승, 소득수준에 따른 건강 및 먹거리 양극화 심화 등 사회적 불안 요소가 가중되고 있다. 그러므로 다음 정부는 농업・농촌・농민과 먹거리 위기관리 및 대응에 있어서도 유능한 정부가 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농업을 생산 측면만으로 바라봐선 안 된다. 생산-유통-소비 전 분야를 포괄하여 공공성 확보 차원의 문제의식을 갖고 접근해야 한다. 특히 현재의 농업・먹거리가 지속가능한지 철저한 진단이 선행되어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현장 중심의 다양성을 확보하는 통합정책을 펼쳐야 한다. 현장에 기반한 다양성 확보로 위기를 관리하고 대응할 수 있는 농정의 방향을 6가지로 제시해보고자 한다.

첫째, 생산할 권리, 출하 선택권, 먹거리 주권 등 농민과 시민의 권리 보장을 위해, 농민과 시민이 주체가 되어 관련 정책과 예산을 수립할 수 있도록 ‘참여농정’을 펼쳐야 한다.

둘째, 국민 건강증진 정책 실효성 달성 및 탄소중립 과정의 공정한 전환을 위해 환경먹거리청을 신설하고, 생산-유통-소비-폐기 데이터를 통합・관리하는 인공지능 빅데이터 기반 ‘전환농정’을 추진해야 한다.

셋째, 공공먹거리 수요를 생산과 일치시킬 수 있도록 계약재배 인프라를 확대하고, 공공이 수매하여 농민이 안심하고 생산에 전념할 수 있도록 ‘공공농정’을 펼쳐야 한다.

넷째, 공영도매시장의 공정한 경쟁체계 구축 및 지역에 적합한 먹거리 전달체계를 마련하여 지역공동체와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키는 ‘자치농정’을 실현해야 한다.

다섯째, 탄소중립에 기여하고 생물다양성 증진에 앞장서며 지속가능한 먹거리시스템을 마련하는 한편, 이를 위해 활동하는 모든 국민에게 지역탄소화폐를 지급하는 ‘기후농정’을 실천해야 한다.

여섯째, 생산자와 소비자 간 직거래 기반을 확충하여 생협조합원 500만 시대를 열고, 농업의 사회적 가치에 대한 주목도를 높여 농업・농촌 문제를 해결하며 일자리도 창출하는 사회적 ‘가치농정’을 펼쳐야 한다. [이코노미21]

출처=복지국가소사이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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