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원산업 주가는 저평가, 상대 회사 주가는 고평가돼
지배주주에 유리하게 산정하기 위해 동원산업 가치 저평가
[이코노미21 김창섭] 상장사 동원산업과 비상장사인 동원엔터프라이즈의 합병 추진에 기관투자자, 일반주주들이 반대 입장을 내고 공동행동에 나섰다. 이들은 합병 비율이 불공정하게 정해졌다며 회사의 시정이 없으면 다음달 초에 소송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21일 기자간담회에서 "국내 자본시장의 발전을 위해 동원산업과 동원엔터프라이즈의 합병을 묵과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들은 지적하는 것은 합병비율 산정방식 문제다.
김규식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은 "동원산업의 주가는 저평가되고 상대 회사의 주가는 고평가됐다"며 "동원산업의 이사회가 독립적이라면 동원산업 주주에게 매우 불리한 이런 시점에 합병을 결의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외부감사기관인 안진회계법인은 동원산업과 동원엔터프라이즈의 합병비율을 1대 3.8385530으로 산정했다. 평가기준일 동원엔터프라이즈의 종속기업인 동원시스템즈는 주가순자산비율(PBR) 2.6배, 5년 평균 지배손익 기준 주가수익비율(PER) 34.2배로 동원산업의 PBR 0.6배, PER 6.7배에 비해 높은 가격으로 평가 받았다. 김남정 동원그룹 부회장은 동원엔터프라이즈 지분 68.27%를 보유한 최대 주주다.
소액주주들은 합병 비율을 지배주주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산정하기 위해 동원산업 가치를 저평가했고 소액주주들에게 불합리하게 산정됐다고 주장한다. 지난 삼성물산과 옛 제일모직 간 합병 사례와 유사하다는 것이다.
김 회장은 "합병을 추진하려면 적어도 시가보다 높은 순자산가치를 사용해 합병가액을 결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자본시장법에 따르면 합병 시 상장사의 합병가액은 시가 또는 순자산가치로 정하게 돼 있다. 동원산업이 기준시가로 정한 주당 24만8961원은 회사의 주당순자산가치(38만2140원)보다 훨씬 낮은 수준이다.
포럼 측은 이번 합병이 '회사와 주요 주주와의 거래 내용과 절차는 공정해야 한다'는 상법 제398조를 위반한 것이라 주장한다.
김 회장은 "합병비율이 지주회사 대주주에게 특별히 유리한 상황에서 회사에서 합병으로 인한 주주가치, 기업가치 제고 가능성을 입증하지 못하면 위법한 것"이라며 "절차 측면에서는 이사회 결의에 외부용역보고서 등 관련 자료 검토 내용이 없는 점도 문제"라고 말했다.
포럼 측은 동원산업 측에 자발적인 시정노력이 없으면 소송 등 공동행동에 나설 계획이다.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도 전날 "동원산업은 불공정한 합병 추진을 중단하고 일반주주와 상생의 길을 걸어야 한다"면서 "자본시장법 시행령에서 (합병 때) 시가가 자산가치보다 낮으면 자산가치로 할 수 있게 돼 있다"며 "불공정한 합병을 강행하면 참치 불매 운동에 나서겠다"고 압박했다.
경제개혁연대도 "경영진은 회사와 주주들에게 더 이익이 되는 순자산가치가 아닌 기준시가를 산정 기준으로 적용한 데 대한 합리적 판단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면서 "합병 결정 자체에 의구심이 들고 동원산업에 불리한 기준시가를 적용한 것은 결국 최대주주인 김 부회장 등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합병비율을 결정하기 위한 것이 아닌지 의구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동원산업은 지난 7일 동원엔터프라이즈를 흡수 합병하기로 하고 한국거래소에 우회상장 예비심사신청서를 제출했다. 이번 합병이 마무리되면 지주회사인 동원엔터프라이즈가 동원산업에 흡수되고 동원산업이 동원그룹의 사업지주회사가 된다. [이코노미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