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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부채 억제를 위해 금리를 인상해야 하는가?
가계부채 억제를 위해 금리를 인상해야 하는가?
  • 윤종인 편집기획위원
  • 승인 2022.04.22 12: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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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기준금리는 팬데믹 이전 금리로 북귀한 것
부동산가격 안정과 가계부채 억제 위해 금리 더 올려한다는 주장 있어
스벤손 “부동산가격·가계부채 문제 관련 정책집행 주체는 중앙은행 아닌 정부”

[이코노미21 윤종인]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는 지난 4월 14일 기준금리를 1.50%로 인상했다. 금리 인상의 가장 중요한 논거는 예상보다 가파르게 진행되고 있는 인플레이션이었다. 하지만 이외에도 꾸준히 거론되어 왔던 금리인상 요인들이 있었다. 가장 최근에 공개된 3월 24일 의사록을 보면 ‘민간부채 누증’과 ‘금융불균형’에 대한 우려가 담겨 있다. 즉 부동산가격을 안정시키고 가계부채의 억제를 위해서 금리를 인상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부동산가격 안정과 가계부채 억제를 위해서라도 금리를 인상해야 할까? 금리 인상은 부동산가격 안정과 가계부채 억제를 위해 효과적인 정책인가?

한국은행의 통화정책

코로나 팬데믹이 한국사회를 강타했던 2020년 3월 17일 금통위는 기준금리를 1.25%에서 0.75%로 대폭 인하했다. 같은 해 5월 28일 0.5%로 다시 인하했으며, 이 수준은 다음 해 8월까지 이어졌다. 하지만 2021년 하반기부터 기준금리는 인상되기 시작했다. 2021년 8월 25일 0.75%, 11월 25일 1%, 2022년 1월 14일 1.25%, 그리고 지난 4월 14일 1.50%이었다.

현재의 기준금리 1.50%는 코로나 팬데믹이 터지기 직전의 1.25%보다 높은 수준이다. 하지만 코로나 팬데믹 이전의 5년 동안 기준금리가 1.50% 근방에서 유지되었음을 고려할 때, 현재 금리는 당시 수준으로 복귀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 한국은행 기준금리는 2015년 3월 역사상 처음 2% 아래로 떨어졌으며 이후 1%대에서 유지되었다.

향후 얼마나 더 기준금리를 올릴 것인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최근에 진행된 금통위 회의는 한국은행 총재가 공석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기준금리를 인상하였다. 그만큼 금리 인상의 필요성이 명확했음을 알 수 있다. 지금의 분위기가 이어진다면 언제일지 모르지만 꽤 오래 유지되었던 1%대를 뛰어넘어 기준금리가 2%대로 상승할지도 모르겠다.

윤종인 편집기획위원/백석대
윤종인 편집기획위원

최근 세계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인플레이션을 보건대, 금리 인상은 불가피해 보인다. 하지만 더 가파른 금리 인상을 주장하는 매파들도 있다. 그들은 부동산시장과 가계부채문제를 고려해야 한다고 말한다. 즉 부동산가격을 안정시키고 가계부채를 억제하기 위해 금리를 보다 더 공격적으로 인상해야 한다는 것이다.

고승범 금융위원회 위원장이 금통위원이었던 시절, 그는 "금융안정을 고려하면 통화정책 완화 정도의 조정이 필요한 시점이다. 특히, 최근 정부 대책에도 불구하고 가계부채의 증가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부동산시장 등 자산시장으로의 자금흐름이 이어지고 있어 우려된다... 금융안정에 더 가중치를 둬 기준금리를 0.25% 포인트 인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그가 금리 인상을 주장한 논거의 키워드는 금융안정, 가계부채, 부동산시장이었다.

이러한 시각은 예전부터 있었고 여전히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가장 최근에 공개된 3월 24일 금통위 의사록에서도 “금융불균형 완화를 위한 정책대응을 일관성있게 추진”해야 한다고 언급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금융불균형이라는 표현을 금융안정, 가계부채, 부동산시장에 대한 언급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부동산가격 안정과 가계부채 억제를 위해서 금리를 인상해야 하는가? 이 논쟁에 대한 판단을 내리려면 어떤 관점에서 문제를 보아야 할까?

통화정책과 거시안정정책

이 글에서는 스웨덴의 세계적인 거시경제학자 라스 스벤손(Lars E.O. Svensson)의 관점을 소개한다. 그는 두 가지 정책을 구분한다. 하나는 통화정책이고 다른 하나는 거시안정정책이다.

통화정책(monetary policy)은 ‘중앙은행’이 담당하는 것으로 목표는 물가안정과 완전고용이다.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중앙은행은 여러 수단을 이용할 수 있지만 아무래도 가장 중요한 것은 기준금리의 조절이다. 예를 들어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인상하거나 또는 코로나로 인해 경기침체가 우려될 때 기준금리를 인하하는 것이 통화정책이다.

한편 거시안정정책(macroprudential policy)의 목표는 금융시장의 안정이다.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정부’는 여러 정책수단을 이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가계대출의 증가세가 너무 가파르다고 판단하면 가계대출을 억제하기 위해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을 낮출 수 있다.

최근 거시경제학계에서 흥미롭게 논의되는 주제 중 하나로 역풍정책(LAW: leaning against the wind)이라는 것이 있다. 역풍정책은 부동산가격의 안정 또는 가계부채의 억제를 위하여 물가안정과 완전고용에 적합한 수준보다 금리를 ‘더’ 높이는 정책을 말한다. 예를 들어 물가안정과 완전고용을 위해 적합한 기준금리가 1.5%라고 판단되었다고 하자. 그런데 부동산가격이 상승하거나 또는 가계부채가 급증하였다. 그래서 기준금리를 2%로 ‘더’ 높여야 한다고 주장한다면 그것이 바로 역풍정책이다. 역풍정책은 중앙은행이 통화정책을 이용하여 거시안정정책의 목표를 달성하려 함을 의미한다. 그런데... 역풍정책은 타당한 정책인가?

스웨덴의 역풍정책 실패

역풍정책을 지지하는 측의 대표는 국제결제은행(BIS)이다. 한편 역풍정책을 비판하는 측에는 전 FRB 의장 벤 버냉키를 위시한 다수의 거시경제학자들이 있다.

앞서 언급한 라스 스벤손, 벤 버냉키 등의 견해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부동산가격이 상승하거나 가계부채가 증가했다고 해서 섣불리 금리를 인상하는 것은 1차적인 손실을 초래한다. 1차적인 손실은 물가안정과 완전고용에 적합한 수준보다 금리가 높았기 때문에 초래된다. 결과적으로 물가는 하락할 것이고 실업은 증가하게 될 것이다. 문제는 그 다음인데, 1차적인 손실보다 2차적인 손실이 훨씬 더 크기 때문이다. 2차적인 손실은 역풍정책으로 인해 물가하락과 실업증가가 초래된 상황에서 금융시장이 위기에 빠질 경우 발생한다. 경제의 펀더멘탈이 약해진 상태에서 금융시장의 위기가 나타난 것이므로 그 손실은 엄청나게 커진다.

실제로 라스 스벤손은 스웨덴의 사례를 구체적으로 분석한 바 있다. 스웨덴은 2010년 부동산가격이 상승하고 가계부채가 급증하자 ‘정확히 바로 그 이유 때문에’ 중앙은행인 Riksbank가 금리를 인상한 바 있다. 하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환율은 하락(즉 크로나 가치는 상승)했고 물가도 하락했으며 실업률은 상승했다. 결국 Riksbank는 다시 금리를 인하할 수밖에 없었다.

스웨덴의 사례는 부동산가격이 상승하고 가계부채가 증가한 상황, 즉 작금의 우리나라 상황을 충분히 연상시킨다. 스벤손의 결론은 부동산가격과 가계부채 문제를 다루기에 적합한 정책을 집행할 수 있는 주체는 정부이지 중앙은행이 아니라는 점이다.

우리나라 연구 중에도 참고할 만한 것이 있어 소개한다. 최근 한국경제포럼에서 발표한 ‘한국 통화정책의 최근 기조 평가 및 쟁점’이라는 논문에서 신인석 중앙대 교수는 우리나라의 가계부채 증가에는 금리 이외의 다른 요인이 크게 작용하여 왔다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주택금융공사, 주택도시보증공사, 서울보증보험 등이 보증을 제공한 전세자금대출로 인해 가계부채가 급증했다는 것이다. 공기업이 보증한 것이므로 신용위험은 거의 0이고 매우 낮은 금리로 대출되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보증부 전세자금대출을 관리하는 것이 가계부채를 관리하기에 더 좋은 정책이 아닌가? 그것과 관련된 정책을 정부가 제대로 집행한다면, 한국은행이 굳이 금리까지 올릴 필요가 있을까? 금리 인상은 그렇지 않아도 취약한 경기를 위축시킬 가능성이 높은데, 그걸 감수하면서까지 정부가 중앙은행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것은 온당한가? 이 사례에만 국한해 보면, 거시안정정책의 책임이 중앙은행이 아니라 정부에게 있음은 명확해 보인다.

정부실패, 중앙은행실패로 이어져선 안 된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세계경제는 인플레이션을 걱정하지 않았다. 오히려 디플레이션을 경계하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최근의 분위기는 확연히 달라졌다. 몇 년 후가 되면 어떨지 몰라도, 지금 당장 걱정해야 할 것은 인플레이션이다. 금년 3월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은 놀랍게도 8.5%나 되었다. 우리나라의 3월 소비자물가상승률도 4.1%나 되었다.

최근 인플레이션의 원인은 첫째 코로나 팬데믹 이후 엄청나게 풀린 유동성이고, 둘째 석유가격의 상승 등 외생적인 요인이다. 원인이야 어떠하든 물가를 안정시킬 책임은 중앙은행에게 있으니 외생적 요인이라고 해서 외면할 수는 없는 법이다.

인플레이션이 이렇게 가파르게 진행된다면 한국은행도 금리를 인상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런데 한국은행을 더욱 곤혹스럽게 만드는 것은 부동산가격이 폭등했고 가계부채는 급증했다는 점이다. 이를 고려하여 금리를 ‘더 많이’ 인상하는 역풍정책을 써야 할까?

학술적인 논쟁은 여전히 진행 중이며 이 논쟁을 판단하기에 국내의 자료는 불충분하기만 하다. 하지만 부동산가격 및 가계부채와 관련하여 정부 당국이 보다 더 큰 책임을 갖고, 합리적인 정책을 집행해야 한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즉 부동산가격 안정과 가계부채의 관리를 위해 가장 우선적인 것은 정부가 올바른 정책을 집행하는 것이다. 정부가 잘못된 정책을 남발하고 나서 문제가 꼬이면 한국은행에 떠넘기는 것은 국민에게 더 큰 손실이 될 것이다. [이코노미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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