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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로빈후드사, 주식거래 수수료 무료가 가능한 이유
미국 로빈후드사, 주식거래 수수료 무료가 가능한 이유
  • 양영빈 기자
  • 승인 2022.07.08 14: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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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빈후드, 금융혁신의 대표적 주자 중 하나
주식거래 수수료 무료로 선풍적 인기
로빈후드 BM 이해하려면 미 증권거래제도 알아야
무료 수수료는 다크풀 이용과 타 업체에 정보제공 때문
CITADEL은 정보제공 대가로 리베이트(PFOF) 제공

[이코노미21 양영빈] 잘 알다시피 미국에는 규제를 극복하거나 또는 규제의 사각지대를 파고든 혁신 기업들이 많다. 미국에서 유명한 금융혁신의 대표적 주자로는 로빈후드라는 앱이 있다. 수수료 무료로 주식거래를 가능하게 함으로써 젊은 층으로부터 선풍적 인기를 끌고 있는 기업인데 로빈후드의 비즈니스 모델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미국의 증권거래제도를 알아야 한다. 대부분의 미국 소재 금융관련 혁신 기업들은 미국의 독특한 증권거래제도의 빈틈을 이용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는 하나의 주식은 하나의 거래소에서만 거래할 수 있다. 어떤 주식이 코스닥시장과 코스피 시장에 동시에 상장돼 실시간 거래 가격이 다를 수 있는 상황은 벌어지지 않는다. 그런데 이해하기 어렵지만 미국이나 유럽에는 거래소가 여러 개 있다. 미국만 하더라도 거래소가 13개나 있으며 동일 주식이 여러 거래소에서 거래된다. 그런데 더욱 납득하기 어려운 것은 사설거래소가 있다는 사실이다. 현재 미국에 존재하는 거래소는 대략 50여개 정도다. 뉴스에서 접하는 NYSE, NASDAQ거래소에서는 전체 거래의 17%, 15% 정도만 거래되며 40% 이상이 사설거래소에서 거래된다. 이러한 사설거래소를 일컫는 말이 다크풀(Dark pools)이다. ‘어두운(dark)’이라는 표현을 써서 그렇지 엄연히 미국증권감독원(SEC)의 규제를 받는 정정당당한 합법적인 거래소이다.

다크풀의 기원

첫째, 다크풀은 초기에는 보유 주식수가 압도적으로 많은 기관 사이의 대량 거래를 위해 있는 시간외대량매매를 위해 마련된 제도였다. 기관들의 주식보유 물량이 매우 컸기 때문에 장중에 거래소에서 이 물량을 매도하거나 매수할 때는 심각한 시장충격이 불가피하므로 이를 방지하기 위해 대량매매를 원하는 기관끼리 알아서 거래를 가능하게 하는 것으로부터 다크풀은 출발했다.

둘째, 이전의 미국주식은 호가 단위가 전근대적인(?) 1/16=0.0625였다. 2001년 이후 호가 단위가 1/16에서 0.01로 바뀌게 되는데 이것은 기존의 시장조성자(마켓메이커)들의 수익성을 매우 악화시키게 된다. 마켓메이커의 수익모델은 매수호가에 사서 매도호가에 파는 것인데 매수-매도 호가 차이가 0.0625에서 0.01로 축소되고, 매수호가와 매도호가에 깔리는 수량까지 축소돼(유동성 감소) 마켓메이커는 공식거래소 외의 다른 사설거래소에서도 마켓메이킹을 할 필요가 생겨났다.

다크풀의 작동 방식

첫째, 주식 호가창에는 다양한 정보들을 제공한다. 실시간 가격, 거래량, 거래주체 등등이 표시돼 주식거래에 도움을 주는데 비해 다크풀 내에서 거래되는 정보는 공식거래소와는 달리 공표되지 않는다. 다크풀에서의 호가는 공식거래소의 매수/매도 정보를 이용한다.

둘째, 공식거래소를 사용하지 않음으로써 공식거래소보다 수수료를 절감할 수 있다.

셋째, 공식거래소의 체결가격은 반드시 매수호가 또는 매도호가 둘 중의 하나이지만 다크풀의 체결가격은 대체로 (매수호가+매도호가)/2=중간가격으로 하기 때문에 매수하는 쪽과 매도하는 쪽 모두에게 가격 우위를 준다.

넷째, 대규모 거래가 시장에 충격을 주지 않고 은밀하게 수행될 수 있다.

로빈후드의 사업모델

첫째, 로빈후드는 수수료 무료로 젊은 층의 폭발적 인기를 끌고 있는데 무료 수수료가 가능했던 것은 이들이 체결방법으로 다크풀을 이용하기 때문이다.

둘째, 다크풀만을 이용한다고 수수료를 0으로 만들 수는 없는데 이들은 로빈후드를 통해서 받는 주문정보를 고빈도 거래 업체인 CITADEL같은 곳에 제공한다. CITADEL은 정보제공의 대가로 리베이트(Payment For Order Flow)를 주는데 이것이 로빈후드 전체 수익의 70%를 차지한다. CITADEL의 수익모델은 주식을 대량으로 싸게 사서 비싸게 파는 것이다. 매수/매도 호가 차이가 0.01달러로 줄어들었지만 어마어마한 양의 거래를 통해 수익을 누적한다. 이 수익모델의 핵심은 비싸게 사주거나 싸게 파는 상대방이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로빈후드가 고객들의 주문 정보를 CITADEL로 보내게 되면 CITADEL은 다양한 개인투자자들의 주문정보를 바탕으로 가장 유리한 호가에 주문을 내는 방식으로 수익을 낸다.

셋째, 주식 매매 수수료가 0원이라고 다 좋은 것은 아니다. 고객이 부지불식간에 CITADEL 같은 초대형사에게 수익을 받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무료’ 수수료는 ‘무료’가 아닌 것이다.

고객주문정보 판매 행위 월가 로비로 합의화의 길 열려

역설적이지만 CITADEL은 2004년에 미국증권감독위원회에 고객주문정보를 파는 행위가 위법이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2004년에 반대했던 CITADEL이 2020년에는 고객주문정보 거래 시장에서 가장 큰 회사로 변모했는데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를 실천한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2004년 당시 고객주문정보 거래에 대한 대대적인 조사가 있었으나 결국은 월가의 로비에 의해 합법화의 길이 열렸다. 2020년 전체 고객주문정보 시장에서 로빈후드 같은 증권사들의 전체 수익 규모는 26억달러에 달한다.

개리 겐슬러 미국증권감독위원회 의장은 이러한 현행 제도에 문제점이 있음을 명확히 했다. 겐슬러 의장은 현재 제도에 공정성이 결여돼 있다는 점을 지적했는데 문제는 앞으로 어마어마한 자금력과 로비력을 갖춘 월가의 저항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는가 달려 있다. [이코노미21]

 

로빈후드 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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