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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로템 등 철도차량제작사 2조원 규모 담합행위 적발
현대로템 등 철도차량제작사 2조원 규모 담합행위 적발
  • 김창섭 뉴미디어본부장
  • 승인 2022.07.13 15: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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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로템 등 3개사에 과징금 564억원 부과
2019년 2월부터 3사 간 담합 시작돼

[이코노미21 김창섭] 현대로템·우진산전·다원시스 3개 철도차량 제작사가 과점하고 있는 철도차량 구매 입찰에서 수년에 걸쳐 담합한 사실이 적발됐다. 11차에 걸친 담합을 통해 따낸 사업 규모는 2조원이 넘는다. 2015년 이전에는 현대로템 독점체제였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코레일, 서울교통공사 등 철도운영기관이 2013년 1월∼2016년 11월에 발주한 6건의 철도차량 구매 입찰에서 사전에 낙찰예정자를 결정한 현대로템, 우진산전 2개사와 2019년 2월∼2019년 12월에 발주한 5건의 철도차량 구매 입찰에서 각사가 수주할 물량을 사전에 배분한 현대로템 등 3개사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총 564억원(잠정)을 부과하기로 했다.

1999년 현대정공·대우중공업·한진중공업 3개사가 현대로템의 전신인 ‘한국철도차량(주)’로 통합되며 2015년 이전까지 국내 철도차량 제작시장은 사실상 현대로템의 독점 체제였다. 우진산전은 현대로템의 철도차량에 전장품 등을 공급하며 매출의 상당 부분을 현대로템에 의존하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우진산전이 2010년 부산지하철 4호선 관련 경전철 차량을 제작·납품함에 따라 현대로템은 우진산전을 완성차량 제작시장에서의 잠재적 경쟁 상대로 여기기 시작했다. 이에 현대로템은 2013년 발주된 ‘김포도시철도 열차운행시스템 일괄 구매설치 입찰’부터 우진산전과 경쟁하는 것을 사전에 차단하고자 했다.

현대로템의 부품협력사로서의 성격이 강했던 우진산전 역시 경쟁이 아닌 합의를 통해 안정적으로 현대로템에 전장품 등을 공급하고자 했다. 2개사는 6건의 철도차량 구매 입찰에서 현대로템이 낙찰받을 수 있도록 우진산전은 응찰하지 않거나 들러리로 참여해 그 대가로 입찰 사업 관련 일부 하도급을 받기로 3차례에 걸쳐 합의·실행했다.

공정위는 “이 사건 입찰은 단독응찰로 인해 2회 이상 유찰되면 ‘재공고에 의한 수의계약’으로 계약이 체결되는데 이 경우 일반적으로 사업자가 수의시담 과정에서 높은 협상력을 가지게 되므로 현대로템은 이 점을 이용해 최대한 높은 금액으로 입찰 사업을 수주하고자 했다”고 밝혔다. 수의시담은 계약당사자 간 수의계약을 하기 위해 가격을 조정하는 것이다. 다만 발주기관이 유효한 입찰 성립을 위해 둘 이상의 입찰 참가를 요구한 경우에는 우진산전이 들러리로 참여했다.

그러나 2015년부터 우진산전과 다원시스가 본격적으로 입찰에 참여하면서 량당 전동차의 가격이 급락했다. 실제 현대로템 독점체제 기간(1999년∼2014년) 량당 전동차 가격은 평균 11.6억원이었으나 이후 (2015년∼2018년) 평균 8.1억원으로 내렸다.

이후 2017년∼2018년 사이 철도차량 구매 입찰에서 실제로 경쟁이 이뤄지며 3사 간의 경쟁이 치열해졌다. 이에 3사는 2018년 말경부터 국내 철도차량 업계 내에 저가수주를 방지해 수익성을 극대화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이에 철도차량 제작 능력이 향상된 다원시스를 포함해 2019년 2월 국내 철도차량 제작사 전부인 3사 간 담합이 시작됐다.

공정위에 따르면 현대로템, 우진산전, 다원시스 3개사는 2019년 2월∼12월에 발주된 5건의 입찰 중 ∆우진산전은 ‘5, 7호선 신조전동차(336량) 구매 입찰 (2019년 2월)’ ∆다원시스는 ‘간선형전기동차(EMU-150) 208량 구매(2019년 9월) 입찰’ ∆현대로템은 그 외 3건의 입찰을 수주하기로 사전에 배분했다.

특히 현대로템은 합의과정에서 스스로를 ‘맏형’으로 칭하는 등 강한 중재 의지를 보였고 현대로템의 주도 하에 관계가 악화된 우진산전과 다원시스를 포함한 3개사 간 합의가 성립할 수 있었다.

3개사의 임직원들은 최초 합의 이후에도 꾸준히 소통하며 합의를 실행했다. 일례로 우진산전이 수주받고 그 외 사업자는 미응찰하기로 합의된 ‘5, 7호선 신조전동차 구매 입찰(2019년 2월)’에 다원시스가 발주처의 요청으로 참여하게 되자 우진산전 임원은 기존의 불화에도 다원시스 임원을 만나 들러리 참여(우진산전이 알려준 가격으로 투찰)를 약속받았다. 이후 우진산전은 다원시스의 들러리 투찰에 대한 대가로 양사 간 진행 중이던 법적 분쟁 관련 항고를 취하했다.

또한 다원시스가 수주받고 그 외 사업자는 미응찰하기로 합의된 ‘간선형 전기동차(EMU-150) 구매 입찰(2019년 9월)’이전에 다원시스가 현대로템의 합의 실행(해당 입찰 불참)에 관해 재차 확인을 요구하자 현대로템 직원이 다원시스 임원에게 ‘현대로템은 해당 입찰에 불참한다’는 내용이 담긴 대외비 문서를 텔레그램으로 전송했다.

공정위는 “다수 국민이 이용하는 교통시설과 관련된 담합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고 법 위반 적발 시 국민의 안전한 교통환경 조성 및 공공예산의 절감을 위해 엄중하게 제재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코노미21]

서울시 9호선 전동차. 사진=현대로템 제공
서울시 9호선 전동차. 사진=현대로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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