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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입주민들 뿔났다…확산되는 주택담보대출 상환거부 사태
중국 입주민들 뿔났다…확산되는 주택담보대출 상환거부 사태
  • 양영빈 기자
  • 승인 2022.07.20 13: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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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여 곳 넘은 건설단지에서 주택담보대출 상환 거부
중국식 선분양제는 미리 건설업체에게 주택가격 전체 지불
주택가격을 지불했으나 코로나 사태 등으로 건설 지연돼
항의 표시로 은행에 지불해야 하는 원리금 상환을 중단.

[이코노미21 양영빈] 최근 중국에서 집단적인 주택담보대출 상환 거부 사태가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현재 주택담보대출 상환을 거부한 건설 단지 수는 전 중국에 걸쳐 이미 100여 곳을 넘었으며 당국의 적절한 조치가 없다면 앞으로도 더 많은 곳에서 상환 거부 사태가 생길 전망이다. 현재 중국은 주택건설 및 판매에서 우리와 비슷하면서도 다른 선분양제를 채택하고 있다. 중국식 선분양제의 특징은 미리 건설업체에게 주택 가격 전체를 지불하는 방식이다. 제로 코로나 정책과 경기 침체로 인해 건설사들이 약속한 기일내 주택 공급을 할 수 없게 되는 일이 여러 곳에서 발생했다. 이에 따라 주택을 담보로 은행으로부터 주택자금을 대출받은 구입자들이 은행에 정기적으로 지불해야하는 이자와 원금상환을 중단하기로 한 것이다.

중국식 선분양제는 1998년 부동산 개혁을 하면서 도입된 제도이다. 자금 부족에 시달렸던 개발업체의 자금난을 해소해 주기 위해 만든 제도였으며 초기에는 후분양제와 선분양제가 공존했다. 초창기 부동산 시장에서는 오히려 후분양제가 인기가 있었을 정도였다. 중국식 선분양제에서 주택 구입 희망자는 개발업체와 주택매입 계약을 할 때 20~30%의 계약금을 내고 중도금과 잔금 없이 곧 전체 주택 대금을 지불한다. 계약금을 제외하고는 은행 대출(70~80%)을 통해 지불하고 주택 완공까지는 보통 2년의 시간이 걸린다. 작년부터 이어진 부동산 산업에 대한 제재와 제로 코로나 정책으로 부동산 개발업체들의 자금줄이 막히면서 공사 중단이 빈발하고 있다. 이에 따라 주택 구매자들의 불만이 속출하고 있는데 급기야는 은행에 원금 및 이자 상환을 하지 않겠다는 집단적인 움직임이 중국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현행 법률 테두리 내에서 본다면 이러한 집단 행동이 주택 구입자에게는 상당히 불리하다. 주택인도는 구매자와 개발업체의 문제이고, 대출금은 구매자와 은행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은행으로부터 대출받을 당시 거의 천재지변에 준하는 이러한 상황을 예상하고 계약서 문구에 명시한 사람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돈만 내고 주택은 받을 수 없는 상황보다는 법률적으로 상당히 불리해도 대출금 상환을 중지함으로써 당국의 관심이라도 끌자는 분위기가 팽배한 상태이다.

주택 구매자들은 중국의 중산층에 해당한다. 이들이 벌인 최근의 집단 행동은 중국 당국의 비상한 관심을 모았다. 최근 농촌지역 은행인 허난농촌은행의 부실경영이 알려지자 예금주들이 자금인출을 시도했는데 이를 은행이 거부한 사건이 있었다. 허난농촌은행 사건과 관련된 자금 규모는 400억 위안이었다. 분노한 예금주들이 은행 앞에 모여 집단 시위를 벌이자 깡패를 동원해 폭력적으로 진압한 것이 중국 인민들의 공분을 일으켰다. 폭력사태로 문제가 커지자 허난 지방금융감독국은 일인당 5만 위안 예금 한도내에서 지불을 대행하고 5만 위안 이상 금액은 순차적으로 진행할 것을 약속했다.

집단적인 대출 상환 거부에 대해 우리나라의 금감원에 해당하는 은행보험감독원은 바로 회의를 열어 주택 인도를 보장하겠다”는 방침을 내놓았다.

농촌 촌부들의 예금과 도시 중산층의 주택 문제에 대한 당국의 관점에 커다란 간극이 존재함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었다. 중국 주요 은행들이 발표한 상환거부와 관련된 자금 규모는 32억 위안이었다. 문제가 된 자금 규모가 농촌은행보다 훨씬 작았지만 대출금 상환거부가 가지는 정치적 사회적 상징성이 컸기 때문에 동일한 재산권과 관련된 집단 행동이더라도 당국의 대응이 달랐던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부동산 개발업체의 자금난을 해소하고 주택 구입자들의 가격 상승에 대한 믿음의 산물이었던 선분양제에 대해 중국 전문가들은 그 역사적 사명과 효용이 다했다는 평가를 한다. 개혁개방 초기 단계에서 부동산 개발을 위해 필수적이었던 선분양제는 과도한 부채비율, 과잉 개발 등을 가져왔고 코로나와 경기 침체로 인해 중국 최대의 골치거리로 전락했다. 지금이라도 중국식 선분양제의 장점과 단점을 진지하게 따져봐야 할 때이다. [이코노미21]

출처=중국동방차이나드래곤TV 캡쳐
출처=중국동방차이나드래곤TV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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