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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선] 흔들리는 지방정부, 개발업체, 중산층의 삼각동맹
[중국에선] 흔들리는 지방정부, 개발업체, 중산층의 삼각동맹
  • 양영빈 기자
  • 승인 2022.08.01 12:56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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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담보대출 상환거부 전국으로 확산 중
집을 인도받지 못한 주인들이 은행 원리금 상환 거부 선언
정부가 주택 완공 보장 발표 했지만 사태수습 안돼
주택담보대출 거부 아파트 113개 도시 320여 단지로 늘어나
중국 부동산은 지방정부, 개발업체, 구매자의 삼각동맹
삼각동맹의 핵심은 부동산 가격이 영원히 오른다는 신앙

[이코노미21 양영빈] 주택담보대출 상환거부가 중국을 뒤흔들고 있다. 중국에서 주택구매를 희망하는 사람은 처음 계약할 때 집값의 20~30%를 내고 나머지 잔금을 본계약이 체결되는 시점에 은행 대출 등을 통해 일괄 납부한다. 처음 계약부터 집을 인도받는 시기까지 대체로 2년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고 주택 구매자는 은행 대출을 받은 후 매달 은행에 원금의 일부와 이자를 지불한다. 중국식 후분양제는 우리나라의 제도와는 달리 중도금이 없고 계약 후 바로 잔금을 지불하는 특징이 있다. 제로 코로나 정책과 불경기로 중국 경제가 몸살을 앓고 있으며 중국 부동산 업계 역시 타격이 매우 큰 상태이다.

이미 집을 구입했으나 아직 완공이 되지 않아 집을 인도받지 못한 집주인들이 은행에 대출금 상환 및 이자 지급 거부를 선언했다. 중국 정부가 주택 완공을 보장한다는 발표를 했지만 이 사태는 수그러들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7월 24일 현재 전체 중국에서 주택담보대출 거부를 하고 있는 아파트 단지는 113개 도시, 320여개로 늘었다.  

출처=부동산관찰(sina 재경)
중국에서 부동산 대출 원리금 상환 거부가 발생한 곳. 출처=부동산관찰(sina 재경)

중국의 부동산은 지방정부, 개발업체, 중산층(구매자)의 삼각동맹으로 이루어져 있다. GDP 목표치를 달성하기 위해 각 지방정부는 가장 손쉬운 방법인 부동산 및 인프라 개발에 매진했다. 지방정부 소유의 토지 사용권 매각은 지방정부 재정을 충당하는 제일 쉽고 확실한 방법이다. 개발업체는 지방정부 소유의 토지 사용권을 받아 아파트, 상가 등을 지었고 중산층은 이 건물을 분양 받았다. 이러한 삼각 동맹의 핵심은 “아파트 값은 영원히 오른다”라는 전제다. 이 전제가 중국 주택구매자인 중산층의 행동양식의 기준이 되는 순간 개발업체는 어마어마한 레버리지를 일으키게 된다.

미국의 레버리지 펀드는 레포시장에서 자기가 보유한 채권(MBS모기지담보 증권)을 담보로 자금을 차입한다. 레버리지 펀드는 차입한 자금으로 채권을 추가 구매한다. 그리고 추가 구매한 채권을 담보로 또 자금을 차입한다. 레버리지 펀드의 수익의 핵심은 레포시장에서 자금 조달비용과 구매한 채권의 수익률 차이다. 채권 수익률이 3%이고 레포시장 자금 조달 금리가 1%라면 2%의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레버리지 펀드는 최대한 레버리지를 일으켜 자기자본이익률(ROE)를 극대화하는 방식으로 움직이게 된다. 레버리지를 극대화하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보유 채권에 대한 자금차입 비율이다. 이것을 보통 헤어컷이라고 부르는데 1억원 채권을 담보로 9천만원을 차입할 수 있다면 헤어컷은 10%가 된다. 이론적으로 가능한 최대 레버리지는 헤어컷의 역수이며 헤어컷이 5%라면 자기 자금의 20배를 차입해 채권을 구매할 수 있다. 레버리지 펀드는 2%(채권 수익율에서 조달 금리를 뺀 값)의 수익이 목표가 아니다. 자기 자금의 20배의 레버리지를 쓰게 되면 수익률은 40%가 된다.

레버리지 펀드의 핵심은 레버리지 비율과 자금조달금리와 채권금리의 차이에 있다. 또한 레버리지 펀드의 근저에는 채권 가격의 안정성에 있다. 채권가격이 급락하게 되면 담보가치 뿐 아니라 보유한 포트폴리오 시장가격이 급락하기 때문에 레버리지 펀드의 가장 중요한 버팀목은 가격 안정성이다. 2007년부터 진행된 서브프라임 위기는 레버리지 펀드의 핵심인 서브프라임 모기지 가격의 급락으로부터 시작됐다. 서브프라임 위기가 발발하자 레버리지 펀드의 자금줄 역할을 했던 레포시장부터 충격이 왔고 금융시장 전체 위기로 번졌다.

중국의 지방정부, 개발업체, 중산층의 삼각동맹에서 미국 서브프라임 위기 당시 레버리지 펀드의 역할은 개발업체가 담당하고 있다. 부동산 개발업체는 중산층이 선지불한 자금(금리 0%)을 활용해 또 다른 개발을 추진한다. 동시에 개발계획서와 지방정부로부터 구입한 토지사용권을 담보로 은행으로부터 대출을 일으킨다. 미국 서브프라임 위기 당시 레버리지 펀드의 역할과 매우 유사하다. 삼각동맹의 가장 중요한 핵심은 부동산 가격이 영원히 오른다는 신앙이다. 이 신앙이 흔들리는 순간 삼각동맹은 뿌리로부터 위협을 받는다.

중국 중산층의 주택담보대출 상환거부는 부동산 가격의 하락으로부터 출발했다. 정부 당국의 부동산업 옥죄기로부터 시작한 이 위기는 거대한 레버리지에 의존한 헝다 같은 일부 기업의 부도에 국한되는 듯 보였지만 중산층의 담보대출 상환거부로 새로운 단계로 진입했다. 지방정부는 기존의 중요한 재원이었던 토지사용권 판매가 현격하게 감소했으며 개발업체는 부동산 가격 하락으로 이미 선금을 받은 주택 개발이 중지되고 있으며 중산층은 대출금 상환거부로 은행의 위기로까지 번지고 있다. 지방정부, 개발업체, 중산층의 삼각동맹이 금융권 전체로 번지고 있는 상황은 미국의 서브프라임 위기와 매우 닮아 있다. 레버리지의 핵심인 담보물의 가격이 하락하면서 금융위기로 확대되었듯이 삼각동맹의 핵심인 주택가격이 하락하면서 부동산업뿐만 아니라 금융위기로까지 번질 조짐이다.

5.5% GDP 목표 성장률은 이미 불투명해졌고 엎친데 덮친격으로 부동산 발 위기가 금융권 위기로까지 전이될 전망이어서 중국경제에 먹구름이 끼고 있다. [이코노미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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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일 2022-08-20 02:13:04
이기사만큼 중국의 사태를 명쾌하면서 본질을 짚는 기사는 본적이 없는것 같습니다.
기자님의 진가를 아는 사람은 안타깝게도 적겠지만 그래도 많이 감사합니다.

심병건 2022-08-20 07:31:51
항상 감사합니다. 제가 보는기사는 전부 댓글을 다는게 예의인거 같습니다
이정도 수준의 기사엔 아낌없는 찬사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