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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미스 “경기침체다” vs 옐런 “아니다” vs NBER “판단 일러”
서미스 “경기침체다” vs 옐런 “아니다” vs NBER “판단 일러”
  • 양영빈 기자
  • 승인 2022.08.10 15:04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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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침체 여부 첨예하게 대립 중…전미경제연구소에서 경기침체 판단
NBER은 2분기 연속 GDP 감소를 경기침체로 보는 경험법칙을 따르지 않아
실질개인소득, 전체고용, 실질산업생산 등 시계열자료를 통해 경기침체 결정
지금은 금리인상으로 경기침체 가능성이 높은 상태지만 아직은 아냐
경기침체 선언되지 않는 한 연준은 금리인상과 대차대조표 축소 계속 진행

[이코노미21 양영빈] 경기침체를 둘러싼 공방이 계속되고 있다. 이미 경기침체에 들어섰다는 주장과 고용지표 등을 종합적으로 보았을 때 경기침체로 보기 힘들다는 견해가 여전히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흔히 기술적 경기침체라고 불리며 2분기 연속해서 실질 GDP가 하락하면 경기침체로 보는 일종의 경험법칙에 의하면 미국 경제는 경기침체에 돌입한 것이 분명하다. 옐런 재무부 장관이 NBER 기준에 의하면 경기침체가 아니다는 주장에 대해 축구 시합에서 골대를 옮기는 것과 같다는 비난부터 바이든 행정부가 경기침체를 꺼려하기 때문이라는 주장까지 경기침체에 대한 다양한 의견들이 있다. 이 경험법칙은 말 그대로 경험에 의존한 기준에 불과하다. 미국의 경기침체 등을 판단하는 곳은 전통적으로 전미경제연구소(NBER, National Bureau of Economic Research)다.

전미경제연구소는 1920년에 설립되었다. NBER의 주요 업무는 경기순환에 대한 학문적 연구 및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광범위한 통계자료 수집 및 분석이었다. 1929년 3월 NBER은 경기축소, 경기침체에 대한 연구 결과를 처음 발표했다. 경기침체를 경험법칙에 의거해 판단할 때 가장 중요한 통계치는 GDP이다. 그런데 GDP는 2차대전 이후 1947년부터 비로소 정기적(분기별)으로 발표되기 시작했다. NBER의 역사를 보면 경기침체 판단은 GDP개념이 사용되기 이전부터 있었던 것이다. NBER의 걸출한 경제학자인 사이몬 쿠즈네츠는 NBER에서 GDP 개념을 정립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수행했다. 쿠즈네츠는 국민소득 이론과 통계에 대한 공헌으로 1971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다. 

경기침체를 결정할 때 NBER이 설립된 초창기에는 그 기준으로 GDP가 들어가지 않았다. GDP 개념이 공식적으로 사용되기 이전부터 NBER은 경기축소, 경기침체 등을 판단했기 때문에 NBER은 단순한 2분기 연속 GDP 감소를 경기침체로 보는 경험법칙을 따르지 않는다. 다음 그림은 NBER이 경기침체를 확정하기 위해 사용하는 시계열 자료들이다.

출처=MacroBond
출처=MacroBond

실질개인소득, 비농업분야 취업자수(고용), 실질개인소비, 실질생산과무역판대, 전체고용, 실질산업생산의 시계열자료를 통해 경기침체를 결정한다. 그림에서 2020년 경기침체와 현재 상황을 비교하면 지금은 금리인상으로 경기침체 가능성이 높은 상태지만 아직은 경기침체를 선언할 때는 아님을 알 수 있다. NBER의 판단 기준을 언급하면서 아직 경기침체로 보기 어렵다는 한 옐런 재무부 장관의 발언은 경기침체 기준을 자의적으로 변경해서 나온 것은 아니다.

NBER이 경기침체를 선언하기까지는 보통 수개월이 걸린다. 미국의 독특한 경험으로부터 나온 경기침체 판단 방식은 대부분 나라에서 채택하고 있는 2분기 연속 GDP 하락이라는 기준에 비해서 후행성이 클 뿐만 아니라. 복잡하고 시간이 많이 걸리는 단점이 있다. 경기침체를 판단하는 통계자료들이 지속적으로 수정되고 새로 갱신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NBER의 경기침체 선언은 매우 후행적인 지표가 된다. 2분기 연속 GDP 하락이 발생했을 때 상당히 높은 비율로 경기침체가 발생했지만 반드시 그랬던 것은 아니므로 미국의 경기침체를 판단할 때 GDP만 보는 것은 다른 경제적 요인들을 간과하는 위험이 있다.

NBER의 기준에는 여러 약점이 있지만 출처가 불분명한 경험법칙을 동원해 미국의 경기침체를 판단하는 절대적인 기준으로 삼아서는 안된다. 옐런 재무부 장관이나 백악관이 정치적인 동기에 의해서 자의적으로 기준을 바꾸었다는 마타도어는 불필요한 오해만 낳게 된다. 경기침체 선언은 NBER과 경제학자들만 관심을 가지는 현실과 동떨어진 주제는 아니다. 경기침체 여부는 연준에게는 매우 중요한 실존적 문제이다. 경기침체가 선언되면 아무래도 연준의 긴축정책(금리인상, 대차대조표축소)이 제한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를 다르게 보면 경기침체가 선언되지 않는 한 연준은 현재 최대 과제인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금리인상과 대차대조표 축소를 계속 진행할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앞으로는 7월 고용지표처럼 시장의 신규 고용 예상은 25만명이었는데 실제는 52.8만명이 나오는 좋은 뉴스는 연준의 금리인상을 더욱 가속화하게 하는 나쁜 뉴스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이코노미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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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병건 2022-08-20 07:27:58
최고이십니다.
높은 수준의 기사써주셔서 그 인사이트 잘 얻고갑니다.
얼마나 많은분들이 이기사의 퀄리티에 대한 이해도가 있을지는 모르나 낭중지추 일것입니다.
수많은 포털사이트의 기사들만 보다가 개안했습니다.
감사합니다 양영빈기자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