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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bps 또는 100bps, 그것이 중요할까?
75bps 또는 100bps, 그것이 중요할까?
  • 양영빈 기자
  • 승인 2022.09.21 16: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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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월발언, 인플레이션 잡는 것에 총력을 기울이겠다 것
근원물가지수 20여년간 2%대 유지했으나 최근 6% 넘어
연준이 인플레 잡기 위해 올인하는 모습 내년까지 지속될 듯

[이코노미21 양영빈] 8월 26일 열렸던 잭슨홀 미팅에서 파월 연준의장은 매우 간결한 어조로 인플레이션을 무조건 잡아야 한다는 연설을 했다. 연준의 비공식 대변인으로 알려진 월스트릿저널의 닉 티미라오스 기자는 파월 의장이 투자자들이 미래를 매우 낙관적으로 전망하는 것을 보고 원래 준비했던 연설문을 찢어버렸고 매우 직설적인 화법으로 인플레이션을 반드시 억제할 필요를 강조했다고 한다. 연준의장의 연설은 모호함으로 악명이 높았는데 8월 잭슨홀 미팅에서 파월의 연설은 핵심만 정확히 짚은 짧은 것이었다.

파월은 자신의 의지를 강조하기 위해 폴 볼커의 사례를 인용했으며 “우리는 과제가 끝날 때까지 계속할 것이다”고 강조했다. 닉 티미라오스 기자는 “끝날 때까지 계속할 것이다(keep at it)”라는 파월의 발언이 볼커 의장의 자서전 제목이었던 “Keeping At It”을 연상시키는 표현이라고 강조함으로써 파월의 강한 의지를 강조했다.

파월은 이제는 더 이상 경착륙에 대한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실업과 경기침체가 발생하더라도 인플레이션을 잡는 것에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의미이다.

연준의 인플레이션 목표치는 2%이다. 연준이 목표로 하는 인플레이션은 근원물가지수인데 지난 20여년간 2%대를 유지했으나 최근 6%를 넘고 있다.

과거 20년간 미국 근원물가지수 추이

출처=미국 노동통계국
출처=미국 노동통계국

2%에 머무른 인플레이션은 경기침체, 고실업률 상황에서는 연준이 금리를 낮추거나 양적완화를 통한 경기 부양책을 쓰는 것이 비교적 쉽다. 파월은 시장이 이러한 관성에 젖어 들었으며 시장이 연준의 의도를 잘못 해석하고 있다는 것을 8월 잭슨홀 미팅에서 강조한 것이다. 이러한 배경에는 연준의 잘못된 판단도 큰 몫을 했다. 인플레이션 초기 단계에서 연준은 “일시적”임을 강조했으며 따라서 금리인상, 양적긴축 등의 시점을 놓친 것이 연준이 저지른 큰 실수였다.

연준 트레이더로 활동했던 조셉 왕은 9월 1일 포워드 가이던스라는 유튜브 채널에서 8월 FOMC 의사록을 평가하면서 여러 위원들이 물가안정을 위해 실행하는 금리인상이 과도할 수 있다는 의견을 낸 것을 두고 연준이 매우 비겁해졌다는 논평을 했다. 폴 볼커 이전 의장인 아서 번즈의 연준이 되었다는 표현까지 하면서 연준의 태도에 대해 실망감을 감추지 않았다.

7월에도 75bps 금리를 인상했지만 시장은 여전히 랠리를 계속했으며 연준의 과업을 매우 힘들게 했다. 금리인상의 일차 목표는 경기가 과열되는 것을 막는 것이었지만 6월 중순 이후 랠리는 연준이 원하는 바의 정 반대였다. 닉 티미라오스는 시장의 반응이 1970년대 아서 번즈의 연준이 했던 것을 기대하고 있는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1970년대 연준은 금리인상을 했다가 경기침체 조짐이 보이면 바로 인하를 하는 등 긴축과 부양 사이에서 중심을 잡지 못하고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였다.

현재 연준이 시장에 대해 말하고자 하는 것은 1970년대와 1980년대의 경험에서 무엇을 배울 것인가이다. 다음 그림은 당시와 현재의 상황을 정책금리와 근원물가지수를 통해서 비교한 것이다.

출처=FRED
출처=FRED

70~80년대의 인플레이션은 매우 높았으며 통화정책 당국이 주시하는 기대인플레이션 역시 높아 인플레이션을 더욱 부채질했다. 약달러라는 대외 조건은 정책당국자를 더욱 곤혹스럽게 만들었다.그러나 현재 상황은 당시와는 다소 다르다. 강달러라는 대외 조건이 형성되었으며 아직 기대인플레이션이 높아진 상태는 아니다. 연준으로서는 긴축 정책을 실시할 때 과거보다 한결 수월한 조건을 갖추고 있는 셈이다. 파월 의장에게는 1년전의 거대한 실수를 만회할 절호의 기회라고 할 수 있다.

현지 시간 9월 21일 발표되는 FOMC 결과에 현재는 75bps가 우세하다(82%). 25bps또는 50bps를 고민했던 것이 불과 몇 개월 전인 것을 기억한다면 현재의 75bps 또는 100bps인가는 격세지감을 느끼게 한다. 연준의 인플레이션 억제에 대한 태도가 확고하다면 75bps, 100bps는 그다지 중요한 것이 아니다. 현재는 “한식에 죽으나 청명에 죽으나”라는 속담이 딱 어울리는 상황이다.

연준이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올인하는 모습은 인플레이션이 진정되었다고 선언하는 순간까지 아마도 내년까지 지속될 전망이다. [이코노미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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