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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랭킹 1위 커제 9단, 절벽에서 밀려 떨어졌다!
중국 랭킹 1위 커제 9단, 절벽에서 밀려 떨어졌다!
  • 이재식 기자
  • 승인 2022.10.31 16: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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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의 라이벌 박정환 9단에게 완패

[이코노미21 이재식] 제27회 ‘삼성화재배 월드 바둑 마스터스’ 32강전에서 중국 랭킹 1위 커제 9단이 최대의 라이벌 박정환 9단에게 단 한 번의 우세도 점하지 못하고 완패를 당했다. 마치 박정환이 커제를 절벽 앞으로 끌고 가 힘으로 죽죽 밀어 버리는 느낌이었다. 어느 유명 유튜버는 해설에서 커제가 ‘타작’을 당하고 있다고 표현했는가 하면, 또 다른 유튜버는 ‘박정환 생애 최고의 인생바둑’이라고 극찬했다.

박정환은 이제 만29세지만 바둑계에서는 다시 전성기를 맞이 하기에는 힘든 나이로 여긴다. 자신이 다른 사람에게 진다는 것 자체를 인정하기 어려웠을 박정환은 신진서 9단(현재 랭킹 1위)에게 밀려 2위로 내려앉은 후에도 끊임없이 도전하고 끊임없이 공부했지만 한 번 지기 시작한 바둑을 좀처럼 이길 수가 없었다.

좋았던 바둑도 지고, 다 이긴 바둑도 졌다. 예전에는 불리한 바둑도 이기고 다 진 바둑도 이겼던 박정환이다. 그것이 노화의 증거고, 그것이 쇠락의 증거고, 그것이 내리막의 증거라는 것은 바둑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안다.

그렇지만 박정환은 반전이 무엇인지를 보여줬다.

사실 신진서는 한동안 박정환 콤플렉스를 극복하지 못해 전전긍긍한 적이 있었다. 도무지 박정환을 만나면 이기지 못하던 것이 불과 수년전인데, 얼마 전 남해에서 벌어진 두 사람 간의 7번기에서 신진서에게 전패를 당하는 수모를 봐야 했던 기자는 진심으로 마음이 짠했다. 박정환의 입장에서 보자면, 인간이 감내할 수 있는 고통이 아니었을 거라 생각되기 때문이었다.

이제 ‘박정환의 시대가 저물어 간다’라고 다들 생각할 무렵, 박정환은 바둑계가 깜짝 놀랄 사건을 만든다. 2021년 삼성화재배 결승에서 신진서를 꺾고 우승한 것이다. 삼성화재배는 상금이 3억원인 메이저 중의 메이저 대회이기 때문에 박정환의 승리는 더 빛이 났다. 그 삼성화재배가 다시 시작된 것이다.

커제는 박정환과 악연이 많다,

세계대회 결승전에서 다 이긴 바둑을 어이없는 실수로 지면서 돌을 집어 던지거나(바둑계에서 가장 용납할 수 없는 행동 중 최고봉) 자신의 뺨을 세 차례 후려치는 기행에 가까운 행동을 해서 자국의 팬들에게까지 빈축을 사기도 했다. 본인은 부인을 했지만 심지어 대국 중 한국어로 욕까지 한 사나이다.

삼성화재배 32강전 직전까지 커제와 박정환의 대국 성적은 14승 14패 동률이었다. 커제는 이세돌 이후 실질적인 세계 랭킹 1위 자리를 지키고 있었으나, 알파고가 대국 상대로 이세돌을 선택하자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내가 두면 이길 수 있다’고 큰소리를 쳐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물론 이후 커제가 원했던 알파고와의 대국이 이루어졌지만 당연히 졌고, 이세돌과 알파고의 대국을 봤던 커제는 자신이 이길 수 없음을 알고 있었을 것이다.

커제는 불세출의 권투선수 알리처럼 프로기사로는 드물게 ‘떠벌이’이고 쇼맨십이 대단한 기사다. 커제는 중국의 영웅이었고, 그의 부진한 성적에 실망한 일부 팬들로부터 욕을 바가지로 얻어먹어도 아직 중국에서는 랭킹 1위이며, 그의 팬이 많다.

유튜브를 볼 수 없는 중국에서 자체 런칭한 중국판 유튜브 ‘빌리빌리’에서 그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는데, 커제가 생방송을 진행하면 동시접속자가 십만 명 정도는 거뜬히 넘는다. 중국의 인구를 감안하더라도 실로 놀라운 숫자다.

한국 프로기사들도 한 때 세계 최강이라고 인정할 수밖에 없었던 커제, 그는 이제 급격히 추락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근래 중국 신예 유망주 왕싱하오에게 세계대회에서 거의 다 이긴 바둑을 어이없는 실수로 지자, 중국 현지에서는 이제 커제의 시대는 갔다는 말들이 거침없이 나왔다. 원래 전성기는 그렇게 저무는 법이다. ‘실수도 실력이다’라는 말은 바둑판에서 가장 잘 어울린다. 그동안의 부진도 부진이지만, 실전이 아니기는 해도 인터넷 바둑에서조차 도무지 맥을 못 추고 있기 때문이다. 최정 9단에게도 심심치 않게 지고, 심지어 오유진 9단에게는 두 판 연속 먼지가 풀풀 날만큼 두들겨 맞다가 상대 실수로 가까스로 한 판을 이겼으니 말 다했다. 한국 랭킹 3~4위 정도인 변상일과는 동갑내기에다 중국 갑조 리그에서 같이 뛴 적도 있어 자주 두는 편인데, 요즘은 아예 판을 짜지 못하고 지는 적이 많다. 물론 이전에는 변상일이 객관적인 전력에 밀려 많이 졌지만, 지금은 커제가 이기려고 기를 쓰는데 지니까 문제인거다.

이번 삼성화재배 32강전은 최고의 빅카드로 평가 받는 특별한 대국이 많았다.

커제 추락, 박정환 부활을 확인시켜 줬던 대국과 함께, 최정 9단이 이전의 부진을 시원하게 벗어 버리듯이 일본 관서기원 소속 사다 아쓰시 7단을 압도적 내용으로 이겨 16강에 진출했고, 일본 와일드카드로 출전한 나카무라 스미레 3단이 차세대 유망주 권효진 4단에게 역전승하며 16강 진출을 한 것들이 그것이다. 오유진 9단도 아쉽게 졌으나 당일 코로나 확진을 받아 최악의 컨디션에서 바둑을 뒀던 것으로 보인다. [이코노미21]

박정환 9단의 2년 연속 삼성화재배 우승을 기대해도 좋을 거 같다.  사진=한국기원 제공
박정환 9단의 2년 연속 삼성화재배 우승을 기대해도 좋을 거 같다. 사진=한국기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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