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뼈다귀해장국의 원조논쟁...무엇이 중한데?
뼈다귀해장국의 원조논쟁...무엇이 중한데?
  • 김창섭 기자
  • 승인 2022.11.21 13: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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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친 삶을 달래주는 소울푸드 ‘감자국’
감자 빠진 뼈다귀해장국은 감자국과 달라

[이코노미21 김창섭] 3년여 전 미국 CNN에서 뼈다귀해장국이 ‘한국에서 꼭 맛 봐야 할 음식’ 1위에 선정되며 해외에서도 한국의 해장국 문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뼈다귀해장국을 처음 시작했다고 주장하는 식당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유독 한국은 음식에 있어 원조에 대한 집착이 강한 것 같다. 그러나 음식은 교류와 변화를 거쳐 어떤 것이 원조인지 구분하기 쉽지 않다. 특히 한 국가의 음식이 해외에서 호평을 받으면 비슷한 자국의 음식이 있다는 것을 근거로 원조논쟁이 뜨거워지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각설하고 기자는 뼈다귀해장국을 보면 제일 먼저 감자국이 떠오른다.

80년대 구로공단에서 한 선배가 고기나 먹으러 가자는 권유로 처음 본 것이 감자국이었다. 당시 감자국은 뚝배기에 돼지뼈가 수북히 쌓여 있고 별다른 양념없이 뽀얀 진국이었다. 그리고 그 위에는 감자가 한 덩어리 올려져 있었다. 혹자는 감자가 돼지고기 부위의 한 부분이라고 주장하지만 대부분 사람들은 그 감자 때문에 감자국이라고 믿었다.

감자국은 수북한 뼈다귀를 집어들고 고기를 발라 먹는 맛이 있었다. 근처에 독산동 우시장이 있어 비싸게 팔리는 삼겹살, 목살 등을 발라내고 상품가치가 없는 뼈다귀를 식당주인이 거의 헐값에 받아와 내 놓은 음식이었다. 따라서 현재의 뼈다귀해장국의 고기가 국내산일 가능성은 거의 없다. 한국에서 유독 인기가 많고 비싼 부위의 고기를 뼈에 남길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당시 구로공단 저임금 노동에 시달리는 노동자에게 감자국은 일종의 보양식이었고 지친 삶을 달래주는 소울푸드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된장 베이스에 얼큰한 맛이 추가된 감자탕이 등장했다. 광화문에서 처음 본 감자탕은 90년대였던 것으로 기억된다. 이후 대중화된 뼈다귀해장국은 우거지나 묵은지가 들어가고 전골의 형태로까지 발전(?)하게 된다.

원조논쟁에 앞서 음식에는 당시의 애환과 역사가 깃들어 있다. 당시 노동자에게 지친 삶을 달래 줬던 그 사연이 지금의 뼈다귀해장국에는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무엇보다 감자는 언제부터인가 빠져 있다. 뼈다귀해장국의 원조논쟁이 나에게는 의미없는 이유다. [이코노미21]

사진=이코노미21
사진=이코노미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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