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3 16:14 (화)
저항에 직면한 제로코로나 정책 변경 시사한 중국 정부
저항에 직면한 제로코로나 정책 변경 시사한 중국 정부
  • 양영빈 기자
  • 승인 2022.12.05 14:5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제로코로나 반대 시위 전국에서 벌어져
절강성, 방역정책 기조 바뀔 수 있음을 시사
쑨춘란 “방역 정책이 새 국면을 맞고 있다”

[이코노미21 양영빈] 중국에서 제로코로나 방역 정책에 반대하는 시위가 연일 벌어지고 있다. 엄격한 제로코로나 방역 정책이 유지되는 가운데 우루무치의 한 아파트가 봉쇄된 상태에서 화재가 나 안타까운 희생자가(사망 10명, 부상 9명) 발생한 사건이 알려지자 전국에 걸쳐 제로코로나 방역정책에 대한 반대 시위로 번져 나가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월드컵을 중계 방송을 통해 마스크를 쓰지 않은 장면이 송출되면서 정부가 그동안 중국 특색사회주의 정책의 가장 성공적인 사례로 자랑해 왔던 제로코로나 방역정책에 대한 불만이 더욱 커지고 있다.

11월 29일에 절강성 선전부(https://t.co/TaO1Bp5wEj, 이하 선전부)에서는 제로코로나 정책에 대한 문장을 통해 이 정책이 걸어온 과정에 대한 평가와 향후 전망을 했다. 선전부는 발표를 통해 정부가 말하고 싶어하는 내용과 중국 인민이 듣고 싶어하는 내용을 절묘하게 절충했다. 선전부의 발표는 현재 방역 기조를 유지하고 싶어하는 정부의 이유와 방역 기조의 완화를 바라는 인민의 소망을 병렬하면서 동시에 엄격한 방역기조가 변할 조짐을 보여 주고 있다.  

선전부 발표 내용의 주요 주제는 “인민지상은 방역지상이 아니다(人民至上不是防疫至上)”로 요약할 수 있다. 인민을 최상위에 놓아야 하지 방역을 최상에 놓아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인민을 최상위로 한다는 것은 지금까지의 방역정책의 기조가 변경될 수 있음을 암시한다고 볼 수 있다.

선전부에 의하면 현재 중국의 60세 이상 인구는 2억6700만명인데 백신 접종을 받지 않은 인구는 무려 5300만명에 달한다. 싱가포르의 코로나 사망률 사례를 참조하면 중국이 예상할 수 있는 사망자 수는 60만명에 가깝다. 선전부는 60만명이라는 수치는 그저 무미건조한 숫자가 아니라 각 가정에 심각한 타격을 주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선전부는 또한 중국의 전통 도덕과 문화의 특수성을 거론하면서 60만명이 사망에 이르는 결과는 결코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이 아님을 주장했다. 선전부는 서구사회와 중국의 코로나 방역정책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고 중국이 처한 현실에 맞는 방역정책은 현재의 제로코로나 방역정책임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선전부의 “인민지상은 방역지상이 아니다”라는 표현은 시진핑 주석의 “인민지상, 생명지상(人民至上, 生命至上)에서 유래한 것이다. 선전부 발표의 전반부는 그동안 이루어진 제로코로나 방역정책의 불가피성을 강조했다. 또한 중앙정부의 정책이 지방에서 제대로 관철되지 않고 있음을 비판하면서, 중앙정부의 정책이 지방의 말단 관원에 의해 변형되고, 왜곡돼 발생하지 말아야 할 일이 생겼다고 신장 우루무치의 안타까운 사고를 지방관원의 잘못으로 에둘러 비판했다.

중국 코로나 방역 총책임자이자 부총리인 쑨춘란은 12월 1일 중국 전체 백신 접종률이 90%를 넘었으며 오미크론의 병원성(질병을 일으킬 수 있는 정도)이 약화되고 있어 중국의 방역 정책이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고 발언했다. 또한 쑨춘란 부총리는 향후 방역 기조가 “중단하지 않되 조금씩 전진하는” 방식으로 최적화할 것임을 시사했다. 절강성 선전부의 발표에 이어서 궤를 같이 하는 발언이었다.

지난 10월 11일에 인민일보에 게재된 제로코로나 정책에 관련된 사설 내용은 쑨춘란의 발언과는 매우 다른 어조였다. 해당 사설에서는 오미크론 변이의 위험성을 강조했으며 저조한 접종율과 의료시설의 미비를 강조해 제로코로나 방역정책을 유지해야 함을 역설했었다. 제로코로나 정책에 대한 강경한 입장이 두달 여만에 완화된 셈이다.

쑨춘란 부총리의 발언은 중국 인민들의 커져가는 불만을 다소 진정시킨 것으로 보인다. “방역정책의 최적화와 개선”, “중단없이 조금씩 전진”등의 표현은 중국의 제로코로나 방역정책 전환의 첫 걸음을 나타내는 신호탄이 될 것으로 이해된다. [이코노미21]

중국 인민들이 제로코로나 정책에 반대하며 백지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SBS 캡쳐
중국 인민들이 제로코로나 정책에 반대하며 백지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SBS 캡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