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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해외바둑 시장의 개척자, 프로기사 조연우 2단
인터넷 해외바둑 시장의 개척자, 프로기사 조연우 2단
  • 이재식 기자
  • 승인 2022.12.13 14: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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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 유튜브 ‘프로 연우’ 운영중
조연우 2단
조연우 2단

[이코노미21 이재식] 프로바둑기사들은 진지하고 점잖은 이미지가 강하다. 그런 이미지를 벗고 톡톡 튀는 발상과 다양한 이미지 변신으로 바둑 유튜브의 새로운 세계를 개척한 여자프로기사 조연우 2단(이하 ‘조연우’)을 만났다.

조연우는 2년 전 초단에서 2단으로 승단했다. 입단에 비해 상당히 늦은 승단인데 이유가 뭘까? 승단이 되기 위해서는 시합에 많이 출전하고 많이 이겨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고, 바둑 보급 활동과 유학 등으로 전성기 시절의 대부분을 해외에서 보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해외에서 보낸 시간들이 나쁘지만은 않았다고 생각한다.

연구생을 거쳐 17세였던 고등학교 2학년 때 입단한 조연우의 입문과 공부 과정은 좀 특별했다. 친구 따라 오디션에 갔다가 연예인이 되는 경우는 흔하지만, 친구 따라 바둑교실에 갔다가 프로기사가 되는 경우는 흔치 않다. 당시에는 바둑이 너무 재미있어 마치 ‘빨려 들어가는 느낌’이 있었다고 한다.

1년여 만에 바둑교실에서 적수를 찾기 힘들어지자 원장님이 동네기원에 1년 정도 다녀 보라는 뜻밖의 제안을 했다. 프로기사가 되기 위해서는 바둑도장으로 직행하는 것이 보통이지만 바둑교실 원장님의 생각은 달랐다. 변칙과 꼼수가 난무하는 동네기원에서 어떤 상황이든 대처가 가능한 힘을 길러야 된다는 주장이었다고 한다. 동네기원을 1년 반 정도 다니면서 암수, 꼼수, 변칙수, 무리수, 기괴한수, 억지수까지 바둑에서 나올 수 있는 모든 것을 섭렵했더니 어느새 ‘동네기원의 지존’으로 불리는 최강 1급의 실력이 되어 있었다.

기원이란 곳을 가 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동네기원에서 절대 빠질 수 없는 것이 내기바둑이다. 거친 야전에 머물다보니 초등학생 신분으로 내기바둑도 뒀다고 한다. 다만 본인이 직접 돈을 건 것은 아니고, 기원 손님들끼리 조연우의 바둑에 돈을 거는, 일종의 선수가 된 것이다. 이기면 전주(?)가 돈을 나눠 줘서 군것질을 하고 행복했다니 생각만 해도 웃음이 나온다.

아저씨들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도끼자루 썩는 줄 모르고 동네기원 생활을 하던 조연우는 프로기사 김원 9단의 눈에 띄어 그의 제자가 된다. 그러나 김원의 도장이 인천으로 이전하면서 그리 오래 배우지를 못하고 프로기사 최동은의 부친이 운영하던 ‘강동명인’이라는 도장으로 옮겨갔다. ‘강동명인’은 최동은, 윤지희, 박소현 등 여자프로기사들을 많이 배출한 명문이며 김종수, 김수장 등 훌륭한 사범들이 많았다. 조연우는 ‘강동명인’에서 1년 정도 기숙사생활을 하고 바라마지 않던 입단을 했다.

학교에서 별명은 여자프로기사들이 대부분 그렇듯이 ‘바둑이’였다. 축구나 피구 같은 스포츠를 즐겨 하다가 육상부에 선발된 적도 있었을 만큼 운동실력은 뛰어났지만 공부에는 별 관심이 없었다.

학창 시절에는 기복이 많았다. 중학교를 자퇴하고, 심지어 가출까지 감행한 적도 있었다, 중2병에 걸린 데다 바둑을 포함하여 뭔가 세상 일이 뜻대로 되지 않던 시절이었다. 무작정 집과 가까운 분당시외버스터미널로 가서 보이는 대로 표를 끊었더니 도착한 곳이 전주였다.

계획도 없이 불쑥 가출한 거라 수중에 돈이 얼마 없었다. 눈에 보이는 허름한 여관으로 들어가 주인에게 싸게 해 달라고 졸라 밤을 보내고, 다음 날 편의점에서 대충 배를 채운 후 찜질방으로 갔다. 당연히 집안은 발칵 뒤집어졌고, 어머니의 지령을 받고 내려온 아는 언니에게 구슬림을 당했는지, 당하는 척 했는지 아무튼 이끌려서 집으로 돌아오게 된 것이 ‘조연우 가출사건’의 싱거운 전말이다.

중학교 1학년 때 자퇴한 이야기도 물어봤다. 도장에 들어가 보니 실력이 쟁쟁한 또래들이 학교도 다니지 않으면서 바둑만 들이 파고 있었고, 자신도 한 가지는 포기해야 뭔가를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해 ‘승부수를 날려 보자’는 마음으로 자퇴를 했다고 한다. 주변 분들이 모두 말렸지만 부모님들은 조연우를 믿고 자퇴를 허락했다. 결국 입단을 했으니 조연우의 승부수가 통한 것일까?

프로가 된 후에도 순탄치 않았다. 시합에 계속 나가고 활동을 하면서 프로의 벽이 정말 높다는 걸 절감하고 프로기사 양건 9단의 연구실에도 나가 공부했지만, 이기는 날보다 지는 날이 많아 좌절로 가득한 날들의 연속이었다.

그 때 바둑 이외의 세상에 대한 호기심이 생겨 대학을 가 보려고 했는데 그것도 쉽지 않아 명지대 바둑학과에도 불합격했다. 입학하면 전액 장학금을 받을 수 있는 프로기사 바둑학과마저 떨어지니 어이가 없었다.

결국 단국대에 특기생 전형으로 지원해 합격을 하게 된다. 당시 특기생 전형에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박태환 선수와 빅뱅의 탑도 있었다고 한다. 전 세계에 바둑을 알리고 싶다고 했더니 면접관들이 덜컥 합격을 시켜줬고, 특기생 전형은 과를 선택할 수 있었는데 주장을 그렇게 했으니 도리 없이 영문과를 선택하게 됐다. 공부를 제대로 한 적이 없어 대학에서도 당연히 성적 불량에다 학교생활 부적응자였다.

조연우는 휴학을 하고 싱가포르로 진출하는 승부수를 다시 던지게 된다. 싱가포르 바둑협회에서 한국기원으로 바둑지도가 가능한 프로기사를 보내 달라고 초청장이 왔고, 거기에 지원해서 2010년부터 5년간 싱가포르에 머물게 되었다. 조연우는 싱가포르에서 세상 만만한 게 없다는 걸 다시 한 번 뼈저리게 느꼈다. 싱가포르 정부에서 월급은 줬지만 낯선 땅에서 숙식을 본인이 해결해야 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바둑을 가르쳐야 하는데 영어가 부족하니 강의마다 중압감에 시달렸고, 영어 공부까지 해야 하는 것은 죽을 맛이었다.

다행히 시간이 지나면서 영어도 늘고 친구들을 많이 사귀게 돼 안정을 찾아가자 한국에서 마치지 못한 대학공부를 다시 하고 싶어졌다. 조연우는 싱가포르 생활 3년차에 현지 대학 금융공학과에 진학해 무사히 졸업하게 된다.

싱가포르에서 지도자 생활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오니 할 수 있는 일이 없고, 찾아 주는 사람도 없었다. 현역 프로기사 생활도 오래 쉬어 적응하기가 쉽지 않아 고민 끝에 여기저기 인사를 다녔더니 일이 조금씩 들어오기 시작했다. 군부대 보급 활동은 물론 유치원과 문화센터 강사도 했다. 그러던 중 바둑TV에서 영어 프로그램을 진행하게 되면서 아프리카TV를 시작했고, 현재는 ‘프로 연우’라는 바둑 관련 유튜브 중 국내 구독자 수 2위까지 오른 채널을 운영하고 있다.

유튜브 ‘프로 연우’ 방송 모습
유튜브 ‘프로 연우’ 방송 모습

유튜브 채널 운영은 쉬웠을까? 당연히 현재 수준까지 올라오는데 고생 깨나 했다. 지금은 풀타임은 아니지만 매니저도 있고, 편집을 도와주는 분도 있어서 든든하다. 유튜브가 궤도에 오르면서 수익도 최근 들어 서서히 나아지고 있다.

유튜브 방송 1세대인 조연우가 생각하는 유튜브의 미래는 불투명하다. 직업으로서의 가능 성도 확인하고 장족의 발전도 해왔지만, 생태계 변화가 빠르고 플랫폼이 어떻게 바뀔지 모르니 안정성이 떨어지는 단점이 있었다. 유튜브는 1년 뒤를 알 수 없고, 상방 하방이 다 터진 상태라고 프로기사다운 진단을 했다. 유튜브 생태계가 바뀌더라도 다른 잘 하는 일이 없기 때문에 영원히 바둑을 직업으로 삼겠다는 생각은 변함이 없다.

조현우가 운영하는 영어바둑 사이트 ‘Goproyeonwoo’도 외국인들로부터 호평을 받고 있다, 이 채널에서는 바둑 강의, 바둑 두기, 바둑 지식과 같은 다양한 바둑 콘텐츠를 제공하며 전 세계 바둑인이 구독자라고 한다,

이렇게 많은 일을 하는 것이 가능할까? 인터넷을 통한 비즈니스의 좋은 점은 “자신이 알아서 시간을 조절할 수 있다”는 거라면서, 가장 비중을 크게 두는 것은 아무래도 메인 프로그램인 ‘프로연우’라고 말했다. 포텐셜과 수입도 크고, 오래 했으니 당연한 일일 것이다

조연우는 가끔 바둑대회 심판을 보기도 한다. 여기서 흥미로운 기록을 볼 수 있는데, 한국기원 역사상 최초의 인공지능 치팅 사건을 현장 적발한 심판이 그것이다, 이 사건은 공중파를 비롯한 언론에도 다양하게 보도되며 바둑계에 엄청난 파장을 불러일으켰고, 조연우는 바둑 역사에 기록될 심판이 됐다.

바둑계의 미래에 대하여 물어봤더니 “가장 중요한 것은 파이를 키우는 건데, 현재 상황으로 보자면 향후 지금의 규모를 유지하는 것도 쉽지 않다”고 평가했다. “2~3십대 층을 끌어들일 묘수가 필요하고, 스폰서가 유입될 수 있는 방안 마련이 중요하다”며 자신이 그런 일에 작은 힘이나마 보태고 있어 기쁘다고 했다.

이제 ‘바둑 세계화’를 향한 조연우의 진정한 승부수를 볼 때가 됐다. [이코노미21]

조연우 2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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