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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한국바둑 어디로 가야 하나?
위기의 한국바둑 어디로 가야 하나?
  • 정성오 올댓마인드 대표
  • 승인 2022.12.16 15: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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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학과 폐지는 한국바둑에 치명타될 것
“바둑을 어떻게 고급화하느냐가 과제”
“바둑을 두고, 배우고 싶게 해야 한다”

[이코노미21] [정성오] 바둑이 위기다. 바둑 인구는 점점 감소하고, 기업 오너들이 바둑을 좋아했던 세대에서 바둑을 모르는 세대로 넘어가며 바둑 후원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결정적으로 바둑학과가 폐지 위기다.

바둑학과가 없어지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첫째, 바둑중고등학교의 정체성이 흔들린다. 바둑고등학교 졸업생의 다수가 바둑학과에 입학한다. 그런데 바둑학과가 없어지면 바둑고등학교를 다닐 이유가 있을까? 바둑고등학교가 없어지면 바둑중학교는 필요할까?

둘째는 바둑도장들이 문제다. 예전에는 입단을 못 하더라도 바둑학과가 있었다. 입단을 못 해도 바둑을 통해 대학에 갈 수 있어 입단을 계속 준비할 수 있었다. 바둑학과가 사라지면 대부분의 아이들이 공부와 바둑을 결정해야 할 순간이 오면 공부를 택할 것이다. 프로가 되기도 힘들고, 프로가 된다 한들 보장되는 것이 없는 바둑을 계속 시킬 부모는 많지 않다. 프로지망생을 가르치는 것으로 운영하는 바둑도장들이 버티기 힘들 것이다. 바둑도장이 사라지면 어떻게 될까? 제2의 신진서가 나오기 힘들다. 이는 국제바둑 경쟁력의 저하로 나타난다.

셋째는 바둑종사자의 감소다. 바둑산업은 바둑 인구의 감소로 점점 줄어들고 있다. 바둑산업 중 비중이 큰 교육 분야는 인구감소로 인하여 점점 작아지고 있다. 바둑학과의 졸업생 중 바둑업을 하는 사람 대다수는 바둑교육에 종사하며 보급의 핵심 역할을 한다. 바둑학과가 폐지된 후에는 어린이교육부터 서서히 줄어들 것이고, 바둑학과의 폐지는 한국바둑에 치명타가 될 것이다.

정성오 대표
정성오 대표

바둑학과 폐지의 원인은 무엇일까? 명지대 재정부실이 가장 큰 원인이겠지만, 바둑의 인기가 줄어든 것도 큰 이유다. 인기과여서 너도나도 바둑학과를 만들고 싶어 했다면 오늘과 같은 일이 벌어졌을까? 한때 1000만 바둑 인구를 자랑했던 한국바둑이 왜 이렇게 되었을까? 잘 나갈 때 방심한 것은 아닐까? 세계를 제패했다고 샴페인을 터트릴 게 아니라 뿌리를 단단히 내리고 후대를 준비했어야 했다. ‘미생’ ‘응답하라 1988’ ‘신의 한 수’ 등 미디어에 노출되었을 때 기회를 잘 살렸어야 했다. ‘알파고’라는 전대미문의 기회를 놓친 것도 천추의 한이다.

앞으로 어떻게 보급해야 다시 바둑이 부흥할 수 있을까?

바둑. 보급할 필요 없다. 갑자기 무슨 말이냐고 할 거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바둑을 더 이상 보급할 필요가 없다. 대한민국에서 바둑 모르는 사람은 없다. 바둑이 뭔지 알고, 어느 정도 둘 줄도 안다. 현재 바둑 인구는 800만이라고 한다. 바둑을 어떻게 고급화하느냐가 문제다.

사람들이 오목을 모르고 둘 줄 몰라서 시장이 없는 게 아니다. 한국갤럽조사연구소의 2013년 설문조사에 따르면 성인 4명 중 1명은 ‘바둑을 둘 줄 안다’고 응답했다. 2008년 조사보다 4% 증가했지만, 실제 대국 경험자는 소폭 감소(08년 61%에서 13년 57%)했다. 특히 나이가 작을수록 바둑을 둘 줄 모르거나 대국 경험이 크게 낮아진다. 이 통계를 신뢰할 수 있을까? 바둑을 못 둔다고 하면 민망해서 거짓말을 할 수도 있다.

필자 주변에는 바둑 종사자들을 제외하면 바둑 둘 줄 아는 사람이 거의 없다. 이세돌만 알지 바둑을 둘 줄 모른다. 국민 대부분 바둑을 안다. 다만 바둑에 관심이 없거나 둘 생각이 없다.

바둑을 더 이상 알리기만 해서는 안 된다. 바둑을 두고, 배우고 싶게 해야 한다.

249만 구독자를 보유한 경제 유튜버 슈카(2022년 12월 14일 기준)는 자신의 방송에서 바둑이야기를 했다. 2021년 8월 24일 방송https://youtu.be/96Nfkc5_zyk에서 바둑의 위기에 대해 이야기 했다. 내용을 요약하면 예전 아저씨들의 4대 취미인 골프, 등산, 낚시, 바둑 중에서 바둑만 고전을 면치 못한다는 내용이다. ‘골프존’ 인구 분석에 따르면 3년간 신규 골프입문자 중 20~40대가 65%로 젊은층의 유입이 많이 늘었다고 한다.

G마켓 소비트렌드 분석을 보면 2020년 상반기 기준(전년 동기 대비 판매량) 2030세대의 등산, 캠핑, 골프 판매 신장률이 24%로 4050세대의 증가율(13%)보다 약 2배 정도 늘었다고 한다. 예전에 등산이라고 하면 주말에 과장님 따라 억지로 따라가는 이미지였다. 지금은 청년들이 스스로 간다. TV를 켜면 도시어부라는 낚시예능과 각종 골프예능들이 나온다. 국내 탑 연예인들이 나와서 실시간으로 홍보한다. 골프, 등산, 낚시는 청년층에서 잘 나가는데 바둑은 갈수록 인구가 줄어든다. 왜 그럴까?

바둑에 대한 국민인식 및 교육실태 조사(우리나라 성인의 바둑인구 비율 흐름 표)

한국갤럽조사연구소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바둑 인구가 점점 줄어드는 것을 알 수 있다. 약 10년 전 조사 자료인데 지금 조사하면 더 떨어졌을 것이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따로 있다.

슈카 방송 화면 갭쳐

바둑은 여성들의 비중이 절망적으로 적다. 전략 컴퓨터게임의 남녀 비율과 비슷하며 스타, 롤 같은 게임과 경쟁을 하게 되었다. 예전에는 고급 취미, 고급 사교 등의 이미지가 있었다면 지금은 게임 중 하나가 된 것이다. 쉽고 재밌는 게임들이 계속 나오는데 바둑 같은 고전 게임의 인기가 떨어지는 것은 당연하다.

바둑을 배우고 싶어 하는 비중도 점점 줄어들고 있다. 2016년에 2008년과 별 차이 없는 것은 알파고의 영향으로 잠시 유지된 것으로 보인다. 지금 조사하면 다른 결과가 나올 것이다. 바둑을 안 배우는 이유는 ‘어려워 보여서/규칙을 이해하기 힘들어서’가 29.8%로 가장 높다.

젊은 세대들이 바둑을 외면하는 이유가 뭘까? 젊은 세대들이 많이 쓰는 SNS 인스타그램에서 바둑, 등산, 낚시, 골프 4가지를 하는 여자로 태그를 검색했다. 결과는 아래와 같다.

 

검색어

게시물 숫자

#바둑두는여자

100개 미만

#바둑하는는여자

100개 미만

#골프하는여자

2.2만

#골프치는여자

26.2만

#등산하는여자

25.4만

#낚시하는여자

12.4만

 

*2022년 12월 14일 검색 기준

왜 바둑은 젊은층에게 인기가 없는 것일까? 시대의 흐름으로 받아들여야 하는 걸까? 왜 여자바둑인구에 신경 쓰냐고 묻는다면 대답은 간단하다. 여자가 하면 남자들은 하지 말라고 해도 한다. 바둑 인구가 줄면서 젊은층이 바둑에 관심을 가지지 않는 원인을 파악하고 그 대책을 세워보자는 것이 본 칼럼의 목적이다.

왜 청년들은 바둑을 외면하는가?

서두에 밝혔듯이 바둑을 더 이상 보급할 필요가 없다. 공짜로 알려줄 필요도 없다. 제값을 받고 팔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바둑의 고급화가 필요하다. 바둑을 품격 있고 고급스러운 취미라고 생각하시는가? 가까운 기원에 가보시길 권한다. 기원은 80년대에서 시간이 멈춰 있다. 동네 마실 나온 듯 후줄근한 복장의 사람들과 때가 탄 벽지, 낡은 바둑판과 바둑알이 반겨준다. 이런 이미지와 산 정상에서 찍은 아름다운 풍경, 넓고 푸른 골프장의 풍경과 비교가 될까? 이미지부터 고급스럽고 환상을 심어줘야 한다.

마케팅은 영업을 필요 없게 하고, 브랜딩은 마케팅을 필요 없게 한다. 사람들이 바둑을 배우고 싶게 만들면 어떻게든 바둑을 배울 것이다. K팝 열풍과 BTS 그리고 한류 드라마들이 세계를 휩쓸자 한국어를 못 배워서 안달이다. 한국문화원도 한글을 배우려는 사람이 너무 많아 다 못 가르쳐준다고 할 정도다. 배를 만들게 하고 싶다면 배 만드는 법을 가르치기 전에, 바다에 대한 동경을 심어줘라. 그러면 스스로 배 만드는 법을 찾아낼 것이다.

바둑 보급 패러다임은 이제 바뀌어야 한다. 조남철 국수의 시대에는 바둑판을 짊어지고 대중들을 찾아야 했다. 그러나 시대가 바뀌었다. 과거에는 대부분 육체노동을 하던 시기였다. 그런 시대에 바둑은 뭔가 신비로웠다. 프로들은 만나기 힘들었다. 온종일 바둑을 둔다는 것, 구도자 같은 느낌도 있고 뭔가 신비한 것을 감추고 있는 것 같았다.

지금은 어떨까? 국민 중에 바둑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화이트칼라도 많아졌다. 프로들은 이제 TV만 켜면 나온다. 과거보다 바둑의 신비감이 사라졌다. 원하는 바둑해설과 강좌는 유튜브에 널려있다. 심지어 예전엔 옷깃조차 스치기 힘들었던 프로들과 실시간으로 수다를 떨 수도 있다. 국민소득이 오르며 다른 레저도 눈에 들어온다. 이제 접근방식이 달라져야 하고, 스스로 바둑을 배우고 싶게 만들어야 한다. 그것이 바둑을 보급하는 단체와 사람들이 할 일이다.

과거 바둑의 성공은 압도적인 일인자의 역할이 컸다. 조치훈 9단의 명인전 획득과 대삼관, 조훈현 9단의 잉창치배 우승을 기점으로 국내 기사들의 세계대회 석권 등에 힘입어 바둑은 급성장했다. 1993년 선동열이 국내 최초 연봉 1억을 받았을 때 18세 소년 이창호는 3억을 벌었다. 전국에 바둑교실이 우후죽순 생기고 너도나도 아이들에게 바둑을 가르쳤다.

과거의 성공사례 때문일까? 중국과 경쟁에서 이기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기면 게 좋기는 하지만 그리 큰 효과가 있을까? 민족 콤플렉스가 있던 일본도 이기고, 약 20년간 세계무대에서 독주했다. 바둑 웹툰, 드라마, 영화까지 나왔으며 알파고와의 대결로 화룡점정을 찍었다. 더 이상 외부효과로 자극을 줄 수 있을지 모르겠다. 세계무대에서 정상의 실력을 유지하는 것은 중요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다. 세계라고 해도 결국은 한, 중 대결이다.

바둑 보급 어떻게 해야 할까?

지금까지 한국바둑의 상황을 진단했다. 암울하다. 날이 갈수록 줄어드는 바둑 인구, 늘어나는 프로기사 수에 비해 점점 줄어드는 후원자, 바둑학과 폐지 등 매우 불리한 형국이다. 이 난관을 어떻게 타개할 것 인가?

방어는 정(正)으로 하고 공격은 기(奇)로 하라는 말이 있다. 나를 지키는 것은 빈틈없이 하고, 공격은 상대가 기이할 정도로 예측 못 하게 하라는 뜻이다. 기(奇)라는 글자를 파자해보면 재밌다. 대(大) 가(可) 크게 옳다는 뜻이다. 작금의 어려운 국면을 타개할 묘수를 찾아야 한다. [이코노미21]

<다음 편으로 이어집니다.>

 

정성오 대표 약력

2010년 명지대 바둑학과 & 시각디자인학과 졸업

2012년 수담기획 창업

2014년 꽃보다바둑센터 창업

2019년 바둑경기장 (주)올댓마인드 창업

2022년 체스바둑교육기관 C&B 아카데미 창업

 

각종 마인드스포츠 기획 및 운영 대행 / 바둑교육기관 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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