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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유명한 무명 배우, 오징어게임 69번 김윤태
아주 유명한 무명 배우, 오징어게임 69번 김윤태
  • 이재식 기자
  • 승인 2022.12.26 16: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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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성황리 공연 중인 뮤지컬 ‘디바’에 출연중
“어디로 흔들릴지 모르는 갈대 같은 것이 배우”
“아이들이 ‘오징어게임’에 출연했을 때 굉장히 좋아했어요”

[이코노미21 이재식] 주변 사람들에게 김윤태 배우(이하 ‘김윤태’)의 사진을 보여 주고 누군지 물어 보면 모두 배우라고 대답했지만 정작 이름을 아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김윤태는 ‘오징어게임’의 69번, 드라마 ‘왜 오수재인가’의 오수재(서현진 분)의 정보원, 드라마 ‘정도전’에서 이방원(안재모 분)의 심복 조영규, 영화 ‘나쁜 남자’에서 주인공 한기(조재현 분)의 부하 정태, 데뷔작인 영화 ‘친구’에서 동수(장동건)의 조직원 역할 등 수많은 영화와 드라마에서 주로 악역을 맡았다. 듣기에 민망했지만 자신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역할이 무엇이냐는 질문에는 ‘찌질한 역할’이라고 거침없이 대답했다. 배우에게 잘 맞는 역할이 있다는 것은 어찌 보면 좋은 일이다.

김윤태는 ‘오징어게임’ 69번을 연기하면서 본인에게 딱 맞는 역할을 하나 찾아냈다고 생각했다. 고향 인천에서 성룡 영화를 보며 액션배우의 꿈을 키웠던 김윤태는 인하공전을 졸업하고 본격적인 배우 수업을 위해 서울예전에 진학했다. 액션배우를 지망했던 김윤태는 연기를 하다 보니 ‘액션은 자신과 맞지 않다’라는 것을 깨닫고 단칼에 액션을 포기하고 정통 연기를 배우는데 더 신경을 쓰게 된다.

“배역이 맡겨지면 캐릭터에 따라 인물을 분석하고 연습합니다. 사실 배우라는 것이 일상 생활과 똑같습니다. 집사람을 대할 때와 외부사람을 대할 때 다르듯이, 배역에 따라 달라지는 게 당연합니다. 치사한 조폭역이 떨어지면 치사해지는 연습을 하고…사실 요즘은 ‘타입 캐스팅’이라고 해서 미리 이미지에 어울리는 배우의 명단을 보고 캐스팅을 합니다. 누가 봐도 저 놈은 나빠 보이거나, 치사해 보이거나 하는 분위기를 관객에게 빨리 전달될 수 있는 배우를 캐스팅 하는 거죠, 역이 주어지면 다 할 수는 있겠지만, 요즘은 캐릭터가 바뀌기 위한 노력과 시간이 필요한 캐스팅 방식은 많이 하지 않는 거 같아요”

김윤태는 현재 대학로에서 화제작으로 성황리 공연 중인 뮤지컬 ‘디바’에 출연하고 있다.

오징어게임에 출연한 김윤태
오징어게임에 출연한 김윤태

코로나 때 정말 힘들었지만 대학로에는 끊이지 않고 많은 공연이 올라왔다. 예전에는 영화나 드라마를 더 많이 했으나, 뿌리가 무대였기 때문에 지금은 다시 무대에 돌아와 행복해 하면서 연기를 하고 있다.

영화나 드라마, 연극이 다른 건 무엇인지부터 다양한 질문을 던졌다.

“카메라 앞에서 하는 연기는 오로지 카메라가 담아주는 그 앵글 안에서 놀아야 하죠, 굉장히 밀도 있고 흥미롭지만, 무대는 바로 앞에 관객이 나와 함께 숨 쉬고 웃고 울어주는 그것을 고스란히 느끼면서 하기에 압도적인 현장감이 있습니다, 거기서 배우가 느끼는 카타르시스가 있어요. 간혹 뮤지컬이나 연극은 긴 공연기간 동안 같은 연기를 계속 하는데 따른 지루함이 없냐고들 묻는데, 그렇지는 않습니다. 관객들과의 호흡과 컨디션에 따라 연기의 발란스가 다르고, 연기자들과의 호흡에 따라 또 달라집니다. 첫날에는 30분에 웃던 관객이 둘째 날에는 25분에 웃고… 타이밍이 다르다는 것, 오래 하다 보니까 그 미묘한 차이가 느껴집니다. 뮤지컬이 훨씬 힘드냐고도 많이 묻는데 꼭 그런 것은 아닙니다. 탈진할 정도의 연극도 있으니… 작품에 따라 다르다고 봐야겠죠”

연기에 너무 몰입해서 실제 자신으로 분한 것 같은 느낌이 있냐는 질문에는 “몇 년 전에 했던 연극 ‘불편한 너의 사정거리’가 몰입이 가장 잘 됐습니다. 인물을 반복적으로 연습하다 보면 동화가 되고, 그 순간 내가 그 인물이 되는 느낌을 갖게 되죠, 거기에 관객을 만나면 더 절실하게 빠져들기도 합니다. 관객과의 호흡도 중요한데, 어느 부분에서는 관객이 눈에 들어옵니다. 관객석에서 흐느끼거나 웃는 게 다 전달되거든요. 연기는 생물이라 관객들이 주는 반응 때문에 영향을 받습니다”

존경하고 따르고 싶은 배우로는 연기하다가 만난 손병호, 조성하, 이기영 배우를 들었다. 연기를 한다는 것은 어떤 미지의 세계를 탐험해 가는 것인데, 그곳을 먼저 걸어간 선배들에게서 많은 것들을 배우고, 그들의 발자취를 따르다 보면 어느새 나도 그 곳으로 가고 있다고 느낄 때가 있기 때문이다.

친한 배우들끼리 끌어 주는 경우가 없는지 물어 봤다. “그럴 수도 있겠지만 캐스팅은 감독의 절대적인 권한이라고 봐야 합니다. 공정하지 않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예술세계에서는 인정될 수 있는 부분입니다. 감독이란 자리가 주관적인 시각이 있어야 되는 자리고, 감독이 원하는 그림을 잘 수행해 줄 수 있는 배우를 가장 적합하다고 최종 판단하는 게 감독 역할이니 당연히 권한이 절대적이겠지요. 물론 배우들이 ‘이 배우 어떠냐?’ 추천 정도는 할 수 있겠죠”

배우로서 살아간다는 것과 얼마 전 사회적 문제가 된 배우의 일탈에 대한 질문에 김윤태는 이렇게 답변을 했다. “누구나 배우로 살면서 어려운 시절이 있을 수 있고, 더구나 궁핍한 삶의 연속일 때 자신도 모르게 올바르지 않은 태도를 가질 수 있습니다. 사회 구성원으로 살아감에 있어 모든 것이 부족하고, 남들한테 당당하지 못하고, 술값을 낼 때 고개를 돌려야 할 때도 있습니다, 배우로서 성공하더라도 거기서 나오는 태도들이 굉장히 다양하게 나타납니다. 사람들은 얼굴이 좀 알려지면 과거 행적을 캐묻고, 옳고 그름을 따지게 되는데, 이제야 조금 날개를 펼치고 살아보려는 타이밍에서 사회규범을 지키지 못해 비난을 받는 경우를 보면 힘들게 거기까지 간 것을 잘 아는 저로서는 배우로써, 동료로써 마음이 많이 아픕니다. 다만 그것은 제 생각일 뿐이고, 말씀 드렸듯이 일반적인 사회규범에서는 이해 받기 힘든 경우가 많습니다. 대부분 힘든 삶을 살아 왔기 때문에...그런 부분이 너무 크게 부각이 될 때는 안타까운 게 사실이지만...‘왜 그렇게 살았어? 그건 너희들 잘못이지’라고 하면 사실 할 말이 없습니다. 어디로 흔들릴지 모르는 갈대 같은 것이 배우입니다. 배우의 삶을 살면서 공인이라는 것은 참 애매합니다. 이름이 알려져야 공인이지 알려지지 않으면 아무도 관심이 없는 사회의 저 아래 있는 사람 취급을 받거든요”

실제 배우를 만나면, 특히 대화를 하면 ‘완전 깬다’고 느끼는 경우가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었다. “연기란 여러 가지 행위를 통해서 관객들에게 메시지를 전해 주는 건데, 그 중 최우선이 언어로 표현하는 겁니다. 똑같은 말을 어떻게 표현하느냐에 따라 그 연기가 때로는 더 흥미롭고 재미있죠. 말을 맛깔나고, 조리 있고, 재미있게 하는 사람이 더 흥미를 끄는 게 사실입니다. 똑같은 연기를 해도 배우마다 다를 수 있는데...그렇게 보이는 분들이 연기에서는 긍정적인 면이 많습니다. ”물론 ‘깬다’라는 말에 다른 의미도 포함되어 있다면 그건 저도 모르겠네요”

‘배우는 가수보다 생명력이 더 길지 않나?’라는 질문에는 이렇게 답변을 했다. “저는 꼭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경우에 따라 다르지만 시장에서는 알려진 인물에 대한 쓰임새를 선호합니다. 알려지지 않은 배우는 물론 나이가 많은 배우들은 부름을 당할 기회가 현저히 줄어듭니다. 시장은 좁고, 새로운 사람에 대한 감독의 두려움도 있습니다. 무엇보다 관객들이 그렇게 요구하는 것은 어쩔 수가 없는 거죠. 배우가 행복한 직업이기도 하지만 슬픈 직업이기도 합니다. 배우들은 삼사십 대가 되어도 일 년에 천만원도 못 버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마음에 들지 않는 배역이 들어와도 출연하는지?란 질문에는 “연기를 꾸준히 하지 않으면 기본적인 생활이 안 됩니다. 배역을 가릴 입장도 아니고...일이 몇 달 없으면 나가야죠. 무대와 카메라의 영역은 다르지만, 인지도를 높일 수 있으니까 가리지 않고 많이 진출하면 좋겠습니다“

가족이야기를 다양하게 물어봤다. “어릴 때 아이들은 제가 배우라는 것을 알고 신기해했습니다. 그리고 드라마나 영화에 좀 더 나왔으면 하는 아쉬움을 비출 때가 가끔 있어요. 씁쓸하죠. 하지만 이것이 배우의 숙명이고, 더 열심히 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아이들이 ‘오징어게임’에 출연했을 때 굉장히 좋아했어요. 사랑하는 아내와 가족들이 있어 정말 든든한 힘이 됩니다. 덕분에 아직 배우 일을 하고 있는거구요. 새로운 매니저먼트사와 계약을 체결했는데, 2023년은 분명 올해보다 더 나은 한 해가 될 거란 믿음이 있습니다”

인터뷰를 마치고 공연장으로 돌아가는 김윤태 배우의 뒷모습을 보면서 오랫동안 내공을 품은 김윤태 배우의 밝은 미래를 상상해 봤다. [이코노미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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