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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지표를 둘러싼 소동…노동통계국과 필라델피아 연준의 싸움?
고용지표를 둘러싼 소동…노동통계국과 필라델피아 연준의 싸움?
  • 양영빈 기자
  • 승인 2022.12.29 15: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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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레이션과 고용 통계는 정책 당국자에게는 매우 중요
미국 고용통계는 노동통계국이 발표…2분기 고용 2.8% 성장
고용통계가 좋게 나왔다는 것은 연준에게도 반길 만한 일
필라델피아 연준 “2분기 고용 1.05만명(0.0%) 성장에 불과”
필라델피아 연준, BLS가 덜 중시하는 QCEW 방식 데이터 사용

[이코노미21 양영빈] 최근 우리나라에서 이전 정권 시기의 부동산 통계를 둘러싼 조작 논란이 일고 있다. 정권의 입맛에 맞게 통계치를 작성 또는 왜곡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와 비슷한 광경이 바다 건너 멀리 미국에서도 벌어지고 있다. 미국에서의 주제는 ‘고용통계’이다. 경제에서 가장 중요한 두가지를 든다면 인플레이션과 고용이다. 이를 반영한 것이 잘 알려진 연준의 이중책무(the dual mandate)인 ‘물가안정과 최대 고용’이다.

따라서 인플레이션과 고용에 대한 통계는 정책 당국자에게는 가장 중요한 통계이다. 또한 정치인에게는 선거 당락을 결정하는 핵심적인 요소가 된다.

미국의 고용통계는 노동통계국(The Bureau of Labor Statistics: BLS)이 발표하는데 11월 중간선거 이전에 발표된 고용통계가 바이든 행정부에 유리하게 나왔다. 올해 2분기 고용증가가 104.7만명에(2.8% 성장) 달해 바이든 행정부의 어깨를 한결 가볍게 했다.

고용통계가 좋게 나왔다는 것은 연준으로서도 상당히 반길 만한 일이다. 금리인상으로 경기침체 또는 실업의 우려가 제기되는 가운데 고용 증가는 가뭄의 단비 같은 소식이었다. 금리인상으로 생기는 부작용을 어느 정도 완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바로 여기서 생겼다. 필라델피아 연준이 12월 13일 자체적으로 고용통계를 발표했는데 BLS의 발표와는 큰 차이가 났다. 필라델피아 연준은 올해 2분기 고용증가가 1.05만명에(0.0% 성장) 불과하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이 발표에 분노한 사람들은 크게 세 부류였다.

첫째, 정치적인 이유로 바이든 행정부에 반대하는 보수적 인사들은 두 기관 고용통계 차이를 통계조작으로 몰아세웠다. 중간선거에 유리하도록 바이든 행정부가 광범위한 통계조작을 감행했다는 것이다. 이 주장의 진위여부는 지금으로서는 쉽게 판단하기 힘들다.

둘째, 경제적인 이유로 연준의 급격한 금리인상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필라델피아 연준의 통계를 연준이 금리인상을 중단하거나 인하해야 한다는 근거로 삼는다. 이들은 주로 진보 세력에 속하며 연준의 금리인상이 실업으로 연결되는 것을 반대한다. 이들은 고용지표가 안 좋아졌으니 금리인상의 명분이 없어졌다는 논리이다.

셋째, 연준의 금리인상으로 보유 자산에서 큰 손실이 발생한 투자자들이다. 이들은 파월 피벗을 주장하는 사람들이다. 최소한 금리인상 중단 또는 더 나아가서 금리인하를 원하기 때문이다.

세 종류의 집단은 분노한 대상은 동일하지만 최종 목적지가 각기 다른 동상이몽을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필라델피아 연준이 발표한 고용통계는 BLS가 발표하는 분기 데이터(Quarterly Census of Employment and Wages: QCEW)를 기반으로 한다. 경제 통계치는 처음 발표하고 나서 그대로 두는 것이 아니라 후속 자료를 보강해서 수정치, 최종치 등으로 나누어서 발표한다. BLS는 매달 고용통계를 발표한다. 그리고 매년 2월에 그동안 확보한 데이터를 근거로 전년도 1분기까지 최종 수정을 한다. 이런 과정을 벤치마킹(수정)으로 표현한다. 벤치마킹한 자료가 확정치인 것이다. 2012년부터 BLS는 1년에 한번 벤치마킹하는 것을 좀 더 세분화해서 분기마다 벤치마킹한 통계치를 제공한다. 분기별로 여러 번 벤치마킹하는 것이 1년에 한번씩 벤치마킹하는 것보다 좀 더 정확할 것이라는 판단이 있었기 때문이다.

다음은 12월13일 필라델피아 연준이 발표한 고용통계이다. 그림에서 파란색은 BLS가 발표하는 것이고 주황색이 필라델피아 연준이 발표하는 고용통계다. 각 시기는 A, B, C, D, E로 나누었으며 각 시기의 성장률은 모두 연율화 한 수치이다. QCEW는 이전 분기말 이후 5개월 후에 발표되므로 그림에서 주황색인 필라델피아 연준의 고용 성장을 기간 E에서는 예상치(점선 부분)로 처리했다. 기간 A는 BLS 기준으로 했는데 이것은 2021년 4분기 이후부터 BLS 통계와 필라델피아 연준의 통계가 얼마나 차이가 나는가를 보기 위함이다.

출처=필라델피아연준(https://t.co/6lL72iw7Er)
출처=필라델피아연준(https://t.co/6lL72iw7Er)

주황색의 증가세가 올해 2분기(그림의 C, 4월~6월, 2022년2Q)에 정체되었지만 파란색은 2.8% 성장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차이는 필라델피아 연준이 사용한 QCEW 데이터에서 나온 것이다.

이에 대해 BLS는 1년 전인 2021년 11월 5일 중요한 발표를 했다. 발표 내용의 핵심은 “여러 연구를 통해 조사한 결과 QCEW 방식의 심각한 문제가 있음을 알게 됐다”, “따라서 BLS는 QCEW 방식의 연구를 중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https://www.bls.gov/ces/notices/2021/experimental-quarterly-benchmarking-from-the-current-employment-statistics-survey.htm). 데이터 수정을 더 빨리 할 수 있게 분기별 데이터를 제공했지만 실제 10여년 넘게 해본 결과 기대한 만큼 좋은 결과를 얻지 못했던 것이다.

필라델피아 연준은 BLS가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QCEW 방식 데이터를 여전히 사용하고 있는데 이에 대해 BLS 대변인이 직접 언론과 인터뷰를 통해 설명했다.

JusttheNews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BLS 대변인은 노동시장이 매우 큰 영향을 받았던 코로나 시기에 현재 BLS 통계 방식의 재조정이 7000개의 일자리를 줄이는 결과가 있었다고 밝혔다. 이 수치는 당시 고용수의 0.05% 미만으로 BLS 방식의 재조정이 매우 정확함을 알 수 있다.

BLS 대변인은 또한 필라델피아 연준이 간단한 방법론과 여러 가정을 사용해 온전치 못한 QCEW데이터로 재조정했다고 밝혔다. BLS가 이미 10년간의 연구를 통해 별 의미 없다고 결론 내린 방식을 사용해서 고용통계를 낸 필라델피아 연준에 대해 이례적인 비판을 가한 셈이다.

지금 문제가 된 것은 2022년 2분기 고용통계이다. 내년 2월이 되면 BLS는 최종 벤치마킹(데이터 수정)을 하는데 이때는 2022년 1분기까지만 수정이 이루어진다. 문제가 된 2022년 2분기 고용통계는 2024년 2월에 가서야 비로소 벤치마킹 된 자료를 볼 수 있다.

12월에 발표한 필라델피아 연준의 통계가 맞을 수도 있다. 그러나 필라델피아 연준의 통계가 맞던 틀리던 고용통계의 최종 권위자인 BLS가 고용통계를 최종 벤치마킹하는 것은 앞으로 14개월을 더 기다려야 한다. 이런 사정은 시장을 놀라게 했던 필라델피아 고용통계가 연준의 금리인상 기조에 별 영향을 줄 수 없음을 의미한다. 안타깝지만 이번 필라델피아 고용통계를 근거한 파월 피벗은 신기루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이코노미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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