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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말 연준의 역레포 규모 급증…배경과 전망은?
지난해말 연준의 역레포 규모 급증…배경과 전망은?
  • 양영빈 기자
  • 승인 2023.01.02 15: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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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3일간 증가한 역레포 규모 3325억달러
역레포 사용 증가는 연준의 지급준비금 감소 의미
매 분기말 역레포 규모 급증 원인은 다른 회계 관행
유럽계 은행들, 분기별로 레포시장 활동 큰 폭 감소
역레포 잔고 급증을 단순히 분기말 효과로 치부할 수 없어

[이코노미21 양영빈] 연말에 연준의 역레포 규모가 급증했다. 마지막 3일간 증가한 규모는 3325억달러, 말일 증가한 규모는 2454억달러로 상당히 큰 규모로 역레포를 사용했다. 연준 역레포 참가자 수는 총 113개였고 금리는 4.3%로 현재 2년물 국채 금리인 4.37%와 비교했을 때 큰 차이가 없다.

연준 역레포 잔고 추이

출처=연준(https://fred.stlouisfed.org/graph/?g=YjqM)
출처=연준(https://fred.stlouisfed.org/graph/?g=YjqM)

다른 사정이 그대로라면 역레포 사용 증가는 연준의 지급준비금 감소를 의미한다. 현재 연준의 양적긴축이 한 달에 950억달러이므로 2022년 연말 3일간 양적긴축 3달치가 넘는 지급준비금 감소를 예상할 수 있다. 이 금액은 매우 큰 금액이고 따라서 은행 시스템의 급격한 유동성 감소를 염려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게 들린다.

과거 역레포 거래 상황을 들여다보면 현재 역레포 사용 급증에 대한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위의 차트에서는 잘 드러나지 않지만 2016년 이후 역레포 잔고를 보면 다음 그림처럼 정기적으로 역레포 잔고가 피크를 보이는 것을 알 수 있다.

역레포 잔고의 피크

출처=연준(https://fred.stlouisfed.org/graph/?g=Yjr0)
출처=연준(https://fred.stlouisfed.org/graph/?g=Yjr0)

역레포 잔고가 피크를 보이는 시점은 모두가 정확히 3, 6, 9, 12월 마지막 거래일이다. 매 분기말에 역레포 잔고 피크가 생기고 바로 다음 날 잔고가 이전 수준으로 돌아 간 것을 보면 2022년 12월 30일 급증한 잔고 역시 이전 수준으로 돌아 갈 것임을 예상할 수 있다.

매 분기말에 역레포 규모가 급증하는 것은 바젤3 규제와 각 나라의 다른 회계 관행을 제일 큰 원인으로 볼 수 있다. 바젤3 규제는 은행의 레버리지를 규제하는데 은행들은 적절한 레버리지를 유지해야 한다. 예를 들어 레버리지를 5배라고 한다면 대략 ‘자산/자기자본’이 5가 되어야 한다.

미국과 영국의 은행은 일별 평균으로 레버리지를 계산한다. 반면에 유럽계 은행은 분기말 당일의 대차대조표를 기준으로 레버리지를 계산한다. 이러한 회계 관행 때문에 유럽계 은행은 분기말 이전까지는 레버리지가 5를 넘어서는 영업을 하는 요인이 생긴다. 레버리지를 많이 쓴다는 것은 그만큼 자기자본대비 이익(ROE)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유럽계 은행은 또한 분기중에는 레버리지를 키우기 위해 보통 MMFs로부터 자금 차입을 한다. MMFs로부터 자금 차입을 하면 유럽계 은행 대차대조표의 자산에 현금이 생기고 부채에는 레포차입이 기입된다.  

은행의 레포 차입과 분기말 대차대조표 축소 과정

분기말에 유럽계 은행은 MMFs로부터 차입한 레포 포지션을 축소하게 된다. 이때 은행의 레버리지는 6(=120/20)에서 5(100/20)으로 감소한다. MMFs가 은행에게 레포 대출을 하면 은행은 자산에 현금을 가지게 되고 이것은 지급준비금 증가로 나타난다. 이 은행이 늘어난 현금으로 채권 같은 자산을 구매하더라도 결국에는 다른 은행의 예금이 되므로 은행 시스템 전체의 지급준비금은 증가한다. 이 과정은 가계가 수중에 있던 현금을 은행에 예치하는 과정과 구조적으로 동일하다.

MMFs 레포 대출과 신규 예금이 은행 대차대조표에 미치는 영향

은행의 부채는 MMFs와 거래할 때는 레포 차입이고 가계와 거래할 때는 예금인 것만 다르고 나머지 효과는 같다.

따라서 분기말에 유럽계 은행이 레포 차입을 줄이면 이것은 즉각적으로 지급준비금 감소로 나타난다. 한편 레포시장에서 현금 대출을 통해 수입을 얻던 MMFs는 대출해 줄 곳이 없어지게 되고 남는 현금을 레포시장 금리보다는 미미하게 작지만 현재 4.3% 금리를 주는 연준의 역레포에 투자하게 된다. 따라서 시간상 순서를 본다면 지급준비금 감소→역레포 증가가 맞지만 이 모든 과정에 거의 동시에 이루어지기 때문에 ‘지급준비금 감소=역레포 증가’라는 표현을 쓴다.

실제 분기말에 미국 은행, 유럽계 은행, 기타 은행이 레포시장에서 활동한 규모를 알 수 있는데 그것은 바로 레포시장에 맡긴 담보의 양이다. 맡긴 담보가 많다면 당연히 레포시장에서 현금을 많이 대출받는 것을 의미한다.

국가별 은행의 레포시장 담보 추이

출처=연준블로그(https://libertystreeteconomics.newyorkfed.org/2017/08/regulatory-incentives-and-quarter-end-dynamics-in-the-repo-market/)
출처=연준블로그(https://libertystreeteconomics.newyorkfed.org/2017/08/regulatory-incentives-and-quarter-end-dynamics-in-the-repo-market/)

미국 은행들은 분기말에 특이 사항이 크게 없지만 유럽계 은행들은 분기별로 레포시장 활동이 큰 폭으로 감소하는 것을 볼 수 있다. 동시에 역레포 규모가 분기말에 급증하는 것으로 보아 분기말에 유럽계 은행들이 대차대조표를 줄이고 MMFs는 그 것을 연준 역레포에 투자하는 행태를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런 현상이 분기말마다 벌어지는 현상이라 염려하지 말아야 하는 것일까? 과거 경험을 보면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다. 이는 연준 대차대조표 구조의 취약성에서 비롯된 것이다. 연준의 대차대조표의 부채는 크게 통화, TGA(재무부 계좌), 역레포, 지급준비금으로 이루어져 있다. 통화는 크게 변하지 않으므로 대차대조표는 ‘TGA+역레포+지급준비금’의 변화에 의해 좌우된다. 과거 사례를 보면 지급준비금이 급격히 감소해 시장 유동성이 줄었을 때 시장의 반응은 다양했다.

첫째, 2019년 9월에는 TGA가 하루만에 2000억 달러 증가했던 적이 있었다. 당시는 이미 1차 양적 긴축을 실시하고 있었던 때였으며 TGA 증가는 지급준비금 감소를 더욱 가속화했다. 그 결과 당시 레포시장에서 주요 대출원이었던 대형은행들이 갑자기 레포 대출을 중단하는 사건이 발생했고 레포 금리가 급등하는 일이 있었다. 분기말마다 유럽계 은행이 레포 차입을 중단해서 지급준비금이 감소했다면 당시에는 대형은행들이 지급준비금이 부족해지자 레포 대출을 중단했던 차이가 있다. 그 결과는 연준의 굴욕적인 1차 양적긴축 중단으로 이어졌다.

둘째, 2020년 3월 코로나 위기때의 미국국채 시장 위기가 있다. 누구나 현금을 원했고 유동성이 부족해지자 결국에는 최우량 채권이 미국국채 투매 사태가 있었다. 지급준비금 부족 사태는 아니었지만 경제 전체의 유동성 위기가 몰고온 사태였다. 그 결과는 지급준비금을 그 어느 때보다 많이 늘린 4차 양적완화였다.

셋째, 2022년 후반기에 있었던 소형은행들의 재할인 창구 이용 증가가 있다. 대형은행에 비해 급격한 지급준비금 감소를 겪고 있는 소형은행들의 어려움을 반증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연준은 현재 양적긴축으로 한달에 950억달러 규모로 대차대조표 축소를 하고 있다. 만약에 여기에 더해 세금을 내는 기간에 TGA가 2000억달러 급증하고 분기말 효과까지 겹쳐 2000억달러 증가한다면 지급준비금은 최대 5000억달러가 감소할 수 있다는 계산을 할 수 있다. 양적긴축 5개월치에 해당하는 어마어마한 규모의 지급준비금 감소가 가능하게 된다.

지급준비금, 역레포, TGA 추이와 LCLoR 수준

출처=연준(https://fred.stlouisfed.org/graph/?g=YleF)
출처=연준(https://fred.stlouisfed.org/graph/?g=YleF)

현재 연준이 대략 생각하고 있는 최소 수준의 안전한 지급준비금 수준(The Lowest Comfortable Level of Reserves: LOLoR)은 2조6천억달러 정도이다. 또한 지금 연준 대차대조표의 지급준비금은 3조달러이다. 만약 최악의 경우 양적긴축, TGA 증가, 역레포 증가가 한꺼번에 발생한다면 불과 한달만에 LCLoR을 하회하는 심각한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이번에 발생한 역레포 잔고 급증을 단순히 분기말 효과로만 볼 것이 아니라 양적긴축, TGA 증가와 같이 연관해서 유동성 상황을 주시해야 하는 이유다. [이코노미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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