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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할인 창구의 낙인효과는 여전한가
재할인 창구의 낙인효과는 여전한가
  • 양영빈 기자
  • 승인 2023.01.25 17: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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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이 유동성 확보를 위해 보유 채권을 재할인
현재는 환매조건부 거래(레포 거래)가 대부분
연준이 재할인 창구 이용을 억제하려는 노력이
이를 이용하는 은행들에게 낙인효과로 작용
최근 재할인 창구 이용액 100억달러→40억달러

재할인 창구란 무엇인가?

[이코노미21 양영빈] 생산자 A는 생산품 판매에 대한 대가로 3개월짜리 100만달러어치의 외상매출채권을 받는다. 3개월 후에 구매자가 100만달러를 준다는 약속이다. 3개월을 기다리면 이변이 없는 한 A씨는 100만달러를 받게 된다. 그런데 A씨는 중간에 원자재 대금을 지불해야 한다. 이런 경우에 A씨는 이 어음을 들고 은행에 가서 90만달러에 팔고(할인) 현금을 확보해서 급한 불을 끌 수 있다.

은행은 마찬가지로 이 어음을 만기까지 가지고 가면 100만달러를 받을 수 있지만 지급준비금이 부족한 경우를 만나게 되면 은행은 이미 한번 할인한 어음을 들고 중앙은행에 가서 다시 할인을 받아(재할인)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다. 은행이 유동성 확보를 위해 보유한 채권(외상매입채권, 증권, 국채 등)을 중앙은행에 직접 팔거나 일정 시점 후에 되 사겠다는 조건으로(레포 거래) 거래를 할 때 재할인 창구를 사용한다는 표현을 한다. 물론 현재는 환매조건부 거래(레포 거래)가 주를 이룬다.

올리비에 아만티어와 동료들의 연준 블로그를 보면 재할인 창구는 연준이 설립된 1913년 이후 공개시장조작이라는 장치가 없었던 시절 연준이 통화량을 조절하는 중요한 수단이었다. 다음 참조(https://libertystreeteconomics.newyorkfed.org/2015/08/history-of-discount-window-stigma/). 따라서 당시에는 재할인 창구를 사용한다고 해도 낙인효과 같은 것은 없었다.

1920년대 이후 연준은 은행들이 단기 유동성 확보를 위해 재할인 창구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것을 걱정했으며 점차 재할인 창구에 대한 제한을 가하기 시작했다. 동시에 공개시장조작을 통해 통화량 조절을 꾀했다.

그러나 연준은 재할인 금리를 여전히 시장 금리보다 낮게 책정했는데, 저자들에 의하면 이것은 연준이 아직은 재무부(정부)에 종속된 상태였고 재무부가 정부 지출을 위한 자금 조달 비용을 저렴하게 하기 위해서 였다고 한다. 연준은 1951년 법적으로 독립성을 획득했지만 여전히 재할인 금리를 낮게 유지했다. 재할인 창구에서 유동성을 융통하는 은행들의 어려운 처지를 감안한 ‘자애로운’ 연준이었던 것이다.

2003년 이후의 재할인 창구

이러한 관행은 2003년 재할인 창구가 전면 개혁될 때까지 90년간 이어졌다. 다음은 재할인 창구 금리와 유효연방기금 금리의 흐름이다. 2003년 개혁 이전에는 재할인 금리가 시장 금리인 유효연방기금금리보다 대체로 낮았다. 2003년 이후에는 재할인 금리가 시장금리보다 높은 것을 볼 수 있다.

유효연방기금 금리와 재할인 금리 추이

출처=연준(https://fred.stlouisfed.org/graph/?g=YWci)
출처=연준(https://fred.stlouisfed.org/graph/?g=YWci)

2003년 이전 은행들의 과도한 재할인 창구 이용을 억제하기 위해 연준은 다양한 규제를 도입했다. 1950년대에는 은행이 재할인 창구를 이용할 때 ‘적절성 여부’를 조사했고, 1970년대에는 은행의 유동성이 바닥 났음을 증명해야 했다. 1980년대에는 재할인 창구를 자주 이용하는 은행에 가산 금리를 적용했다.

 

낙인효과의 시작과 2003년 개혁

연준이 재할인 창구 이용을 억제하려는 노력은 재할인 창구를 이용하는 은행들에게 낙인효과로 작용했다. 재할인 창구를 이용하기 위해서 은행들은 창구를 이용해야만 하는 피치 못할 이유를 제시했어야 했는데 이런 제약들이 낙인효과를 더욱 키웠다.

낙인효과의 분수령은 일리노이내셔널은행(Continental Illinois National Bank and Trust) 사건이었다. 미국에서 7번째 큰 규모를 자랑했던 이 은행이 1984년 파산하고 재할인 창구를 이용했음이 드러나자 낙인효과는 극대화됐다.

연준은 재할인 창구와 관련된 일련의 제도 정비에 나섰으며 2003년 재할인 창구(Discount Window, DW)는 Primary Credit Facility(PCF)란 이름으로 다시 태어났다. PCF의 주요 내용은 (1) 금리를 기준금리 상단(현재는 4.5%)보다 더 높게 하고, (2) 재할인 창구를 사용하기 위한 각종 규제를 없애고 적당한 담보물만 있으면 “아무런 질문없이” 유동성을 공급하는 것이었다.

이러한 개혁은 중앙은행의 기초를 닦은 월터 배지홋의 유명한 경구인 유동성이 간절한 시기에 “건실한 담보를 기반으로 원하는 대로 비싸게 빌려 준다”는 원칙을 충실히 따른 것이다. 2003년의 개혁이 아직 낙인효과를 완전히 제거한 것은 아니다.

최근 재할인 창구 이용 실태와 원인

최근 재할인 창구의 이용 금액은 100억달러 수준까지 올라갔다가 현재는 40억달러 수준으로 감소했다. 헬렌 리와 아사니 샤칼은 최근 뉴욕 연준 블로그에서 재할인 창구 이용 금액의 증가에 대한 원인을 조사했다(https://libertystreeteconomics.newyorkfed.org/2023/01/the-recent-rise-in-discount-window-borrowing/).

지급준비금과 재할인 창구 이용 금액

출처=연준(https://fred.stlouisfed.org/graph/?g=XPrd)
출처=연준(https://fred.stlouisfed.org/graph/?g=XPrd)

저자들은 재할인 창구 이용 금액의 증가가 대부분 소형은행의 지급준비금 부족에서 기인했다고 진단한다. 지급준비금이 부족해진 소형은행들은 연방기금시장과 재할인 창구를 통해서 부족한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다.

 

소형은행들이 연방기금시장이 아닌 재할인 창구를 이용한 것은 (1)연방기금시장의 주요한 자금 대출원인 FHLB(Federal Home Loan Banks)가 금리인상으로 보유자산 평가액이 감소한 소형은행에게 대출을 꺼려하기 때문이고 (2)연방기금시장에서의 대출은 대체로 익익물이지만 소형은행들은 안정적으로 1, 2, 3 개월 만기 대출을 원했고 (3)FHLB 역시 1, 2, 3개월 대출이 있지만 재할인 창구 금리보다 비쌌던 이유라고 저자들은 설명한다.

재할인 금리가 저렴했던 이유는 2020년 3월부터 재할인 창구의 금리는 2003년처럼 가산금리가 붙지 않고 기준금리 상단(현재는 4.5%)과 같게 변경됐다. 이 금리는 익일물, 1, 2, 3개월에 모두 같다.

출처= https://libertystreeteconomics.newyorkfed.org/2023/01/the-recent-rise-in-discount-window-borrowing/
출처= https://libertystreeteconomics.newyorkfed.org/2023/01/the-recent-rise-in-discount-window-borrowing/

따라서 소형은행의 재할인 창구 이용은 위의 세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이다.

 

특히 소형은행들은 상장사가 별로 없기 때문에 재할인 창구를 사용했을 때 겪을 수 있는 불필요한 오해를 살 염려가 별로 없다. 적어도 소형은행들에게 재할인 창구의 낙인효과는 큰 고려 사항이 아닌 듯 하다. 소형은행들은 경제적으로 차입 비용이 작은 재할인 창구를 사용하는 것이 연방기금시장에서 비싼 금리를 주고 차입하는 것 보다 유리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코노미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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