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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화의 급부상과 달러 패권의 추락?
위안화의 급부상과 달러 패권의 추락?
  • 양영빈 기자
  • 승인 2023.04.03 16: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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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화 패권은 통화를 보유한 국가가 거대
은행으로서 역할을 하는지에 달려 있어
미국이라는 은행이 제대로 작동하는지는
미국채에 대한 해외 주체의 수용을 보면 돼
진정한 위안화 국제화는 뉴욕 대신 상해가
전세계의 은행 역할을 할 때 비로소 완성

[이코노미21 양영빈] 달러 패권이 붕괴하고 있다는 소식들이 여기저기서 들리고 있다. 최근 중국과 브라질이 무역결제에 달러를 사용하지 않고 중국 위안화나 브라질 헤알화로 결제하기로 한 소식은 달러 패권에 대한 도전으로 묘사된다.

달러 패권의 의미

언론이나 SNS를 통해서 본 달러 패권은 주로 달러를 통한 무역결제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이런 관점에 의하면 국경을 뛰어넘는 거래에서 결제 통화가 달러가 아닌 다른 통화로 이루어지면 달러 패권에 위협이 된다. 국가간 결제에서 위안화를 사용하기 시작했다는 것은 달러 위상의 약화를 의미하는 것으로 인식하게 된다.

그러나 국경을 뛰어넘는 거래에서 어느 한 통화가 압도적인 결제수단으로 사용된다는 사실 자체가 그 통화의 패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결제수단은 통화 패권의 결과일 뿐이지 원인이 아니기 때문이다.

한 통화의 패권을 결정하는 것은 결제 수단 보다는 해당 통화를 보유한 국가가 전세계 경제에서 거대한 은행으로서 역할을 하는 것이다. 은행은 전통적으로 단기로 자금을 빌려(예금) 장기로 대출하는 사업모델을 특징으로 한다(borrowing short, lending long).

은행은 장기적인 유동성을 필요로 하는 주체(주로 가계와 기업)에게 대출을 하고 부채로 예금을 지게 된다. A라는 업자가 설비투자를 위해 기계 제조 업체는 B로부터 기계를 구매한 경우를 예를 들어보자.

은행의 대출과 기업 A, B의 대차대조표

  • 설비 투자를 위해 기업 A는 은행으로부터 10을 대출받는다(노란색). 이 경우에 은행과 기업 A의 대차대조표는 모두 10만큼 확대된다.
  • 기업 A는 대출받은 자금으로 B로부터 기계를 구입한다. A의 예금은 B로 가며 A는 자산에 기계를 보유하게 된다(하늘색).
  • 이 거래가 끝나면 은행은 부채에 B의 예금을 B는 자산에 예금을 가지게 된다.

위 과정에서 핵심은 ②에 있다. 기계 제조를 하는 기업 B가 기계 판매대금으로 은행이 기존에 발행한 기업 A의 예금을 기꺼이 받아들인다는 사실이 은행의 영업활동을 지속가능하게 하는 핵심이다. 다시 말하자면 은행이 발행한 예금이 그 사회에서 명실공한 화폐로서의 역할을 한다는 사실이 은행 영업의 핵심이 된다.

만약 은행이 발행한 예금을 경제의 다른 주체가 받아들이기를 거부한다면 이것은 곧 뱅크런을 의미한다. 최근 있었던 실리콘밸리 은행의 뱅크런은 이런 상황을 잘 보여 준 사례다.

미국 달러 패권의 양면

미국을 하나의 거대한 은행으로 인식한다면 미국이라는 은행이 발행하는 예금이 무엇인가를 봐야 한다. 미국이 발행하는 예금은 다름 아닌 미국이 발행하는 국채에 해당한다. 따라서 미국이라는 은행이 제대로 작동하는 가를 보기 위해서는 미국의 발행한 부채인 국채를 해외 주체가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가에 있다고 할 수 있다. 다음은 미국이 발행한 정부 부채인 국채를 해외 투자자가 보유한 현황이다.  

출처=연준(https://fred.stlouisfed.org/series/FDHBFIN#)
출처=연준(https://fred.stlouisfed.org/series/FDHBFIN#)

미 국채의 해외 부문 보유량은 2021년 말 정점인 7조7400억달러에서 2022년 말에는 7조3150억달러로 4250억달러 감소한 상태다. 이 감소폭은 미국이라는 은행의 영업모델에 의심이 들어서라기 보다는 금리인상과 양적긴축에 따른 포트폴리오 조정 때문에 생긴 효과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이 정도의 감소폭으로 미국의 달러 패권을 운운하는 것은 매우 성급한 판단이라고 볼 수 있다.

흔히 미국의 달러 패권을 이야기할 때 패권적 측면만을 이야기한다. 모든 권리에는 책임이 따름을 생각한다면 미국의 달러 패권 역시 패권에 못지 않는 책임을 가지고 있다. 미국이라는 은행은 위기가 닥쳤을 때 전세계에 달러 유동성을 제공할 책임이 있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 미국은 중앙은행 통화 스왑을 통해 달러 유동성을 제공했다. 또한 2020년에는 중앙은행 통화 스왑 창구가 없는 나라를 대상으로 FIMA Repo 창구를 제공했다. FIMA Repo 기구는 그 동안 사용된 적이 없었지만 최근 미국 은행위기를 거치면서 600억달러가 사용됐다.

달러 패권을 유지하기 위해서 미국은 달러 유동성을 국채라는 형태로 제공한다. 전세계에서 가장 규모가 크고 유동성이 풍부한 국채 시장은 달러 패권의 가장 핵심적인 구성요소이다. 일부는 달러 패권의 기초가 미국의 국제수지 적자에 있다고 한다. 국제수지 적자로 달러가 해외로 나가고 그걸 해외 주체가 사용한다는 직관적인 설명이다. 그러나 이런 견해는 현 상황을 억지로 꿰어 맞춘 견강부회에 해당한다.

미국 달러가 국제통화 또는 달러 패권의 지위를 획득한 것은 1944년 브레트우즈 체제가 출범하면서 공식화됐다. 1980년 초까지 미국의 경상수지는 다음과 같다.

출처=연준(https://fred.stlouisfed.org/graph/?g=Jalh#)
출처=연준(https://fred.stlouisfed.org/graph/?g=Jalh#)

미국의 브레튼우즈 체제 시기에(1944~1971) 미국의 경상수지는 오히려 흑자였다. 이것은 적어도 해당 국가의 경상수지 적자가 통화 패권을 구성한다는 선입견이 맞지 않음을 보여준다.   

위안화 국제화의 멀고도 험한 길

최근 지정학적 불안감은 일부 국가들이 달러를 제외한 자국 통화를 무역결제를 하게끔 만들었다. 그러나 이것 만으로는 달러 패권을 위협할 정도는 아니라고 본다. 변방에서 무역결제를 위안화로 하는 것은 위안화 국제화의 충분조건이 아니다. 지정학적 불안정이 가져올 달러 패권의 약화를 점친 졸탄 포자(Zoltan Pozsar)는 현재 위안화를 갓 태어난 영아에 비유한다. 시간이 지나면서 위안화의 국제화가 더욱 진행될 것이라고 본다.

현재의 위안화 무역결제는 졸탄 포자의 표현처럼 갓 태어난 영아 단계에 해당한다. 위안화 국제화를 위해서는 위안화가 명실상부한 성년식을 치뤄야 한다. 위안화의 성년식은 바로 위안화 표시 국채 시장의 발전이다. 위안화 표시 중국 국채 시장의 발전은 자본시장의 완전한 개방으로부터 출발한다. 아직까지 중국의 의사 결정권자들은 국채 시장의 개방을 추진할 의사가 전혀 없다.

현재까지는 사회주의 경제 체제를 고수하고 있으며 중국 경제에서 매우 중요한 환율, 자본 시장에 대한 국가의 통제를 시장에 맡기려 하지 않고 있다. 언론을 통해 보고되는 위안화 무역결제는 현 상태에서는 지엽적인 현상에 불과하다. 진정한 위안화 국제화는 뉴욕처럼 상해가 전세계의 은행 역할을 할 때 비로소 완성된다.

눈앞에서 벌어지는 위안화 무역결제에 현혹되지 말고 통화의 국제화, 패권적 지위의 의미를 다시금 곱씹어야 한다. [이코노미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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