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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미국 은행의 대출 감소를 어떻게 봐야 하나
최근 미국 은행의 대출 감소를 어떻게 봐야 하나
  • 양영빈 기자
  • 승인 2023.04.10 15: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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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유 증권은 2022년 3월부터 지속적인 하락세
대출은 가파른 상승세를 지속적으로 보여 줘
최근 대출이 감소했다고 판단하기에는 일러
신용창조 감소 대부분은 보유증권 처분에서 발생.
“금융위기 이후 최대 대출 감소” 표현은 정확치 않아

[이코노미21 양영빈] 지난 3월 미국 은행위기가 발생한 후 미국 은행의 예금 감소, 대출 감소 등의 소식들이 연일 SNS와 뉴스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통계 작성이래 “2주간 대출 최대 감소폭 기록” 등의 기사들이 연이어 등장하고 있다. 시간에 따라 경제가 성장하면 대부분의 수치들은 최대 또는 최소가 되는 경우가 많다. 매년 여름이면 단골로 등장하는 “단군 이래 최대 전력소비” 같은 상투적인 표현들은 사태를 제대로 파악하는 것을 방해한다. 경제의 지속적인 성장으로 인해 절대적인 수치로는 항상 최대 또는 최소를 갱신하는 경향이 높기 때문이다.

이제는 지난 3월의 은행위기 사태를 차분하게 살펴봐야 할 시점이다.

대출의 기록적인 감소

연준은 은행의 신용 창조(Bank Credit)를 보유한 증권(Securities in Bank Credit)과 실물경제 대출(Loans and Leases in Bank Credit)로 나누어서 구분한다. 보유 증권은 말 그대로 은행이 보유한 증권(국채, MBS 등)를 의미한다. 대출과 함께 보유증권까지 은행의 신용창조(Bank Credit)에 포함된 다는 것에 주의해야 한다.

은행 신용창조 상세 항목

보통 은행 시스템 전체의 대출이 감소했다는 표현을 할 때 위의 그림에서 Bank Credit 전체를 지칭하거나 또는 대출(Loans and Leases)를 지칭하는 등 불명확한 경우가 있다.

먼저 은행의 전체 신용창조(Bank Credit)을 살펴보자. 은행위기 직전인 3월 8일이후 2600억달러가 감소했다.

은행 전체의 신용창조(Bank Credit, Seasonally Adjusted)

출처=연준(https://fred.stlouisfed.org/graph/?g=12lSz)
출처=연준(https://fred.stlouisfed.org/graph/?g=12lSz)

은행의 신용 창조(Bank Credit)는 보유 증권과 대출로 나누어 보게 되면 확연히 다른 양상을 볼 수 있다. 빨간색이 실물경제에 대한 대출이고 파란색이 보유 증권이다. 실물경제에 대한 대출은 빨간색 동그라미 안에 보이는 것처럼 최근 감소하긴 했다.

대출과 보유 증권으로 나누어서 본 은행의 신용창조

출처=연준(https://fred.stlouisfed.org/graph/?g=12lgf)
출처=연준(https://fred.stlouisfed.org/graph/?g=12lgf)

보유 증권과 대출은 그동안 움직인 양상 자체가 다르다. 보유 증권은 2022년 3월부터 지속적인 하락세를 보이고 있으나 대출은 그 이전부터 가파른 상승세를 지속적으로 보여 주고 있다.

최근 대출이 살짝 꺽이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지만 이정도 가지고 대출이 감소했다고 판단하기는 이르다. 그러나 보유 증권은 최근 1년간 지속적인 하락세에 더해 3월 은행위기에서 특히 더 큰 폭으로 감소했다.

대출은 실물 경제 활동을 위한 자금이므로 대체로 만기가 길며 이 대출을 채권화한 시장이 제대로 형성돼 있지 않다. 만약 대출을 처분하려면 은행은 막대한 손해를 감수해야 할 것이다. 은행 위기 속에서 급한 현금이 필요했던 은행들이 보유했던 국채나 MBS를(비록 금리 인상으로 가격은 하락했지만) 처분해 자금 마련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보유증권과 대출의 주별 변화를 보자. 빨간색은 대출이고 파란색은 보유증권이다. 은행위기 직전인 3월 8일 대비 보유증권은 2200억달러, 대출은 380억달러 감소했다. 파란색은 대부분 가로축 아래에 있어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출처=연준(https://fred.stlouisfed.org/graph/?g=12lh3)
출처=연준(https://fred.stlouisfed.org/graph/?g=12lh3)

신용창조 감소의 전말

은행의 신용창조는 보유증권과 실물경제 대출로 나누는데 최근 은행 신용창조 감소(2580억달러)의 대부분은 보유증권 처분(2200억달러)에서 발생했다. 앞의 그림의 파란색은 은행이 보유한 증권의 주별 변화량인데 최근 위기 이전에는 비교적 안정적인 감소가 있었으나 최근 감소폭이 폭증한 것을 볼 수 있다.

이것은 은행위기로 인한 유동성 부족 사태에서 은행이 자구책으로 보유한 증권을 적극적으로 처분한 것을 의미한다. 스스로 유동성 위기를 극복할 수 없는 은행은 BTFP, 재할인창구를 이용하거나 또는 파산하는 선택을 했어야 했다.

또한 실물경제에 대한 대출도 감소한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감소폭이 600억달러에서 450억달러로 줄었다. 연준이 제공하는 H8 데이터를 더 봐야 자세한 상황을 알 수 있지만 그나마 나름 희망적이라고 할 수 있다.

현재까지의 자료로는 “금융위기 이후 최대 폭으로 대출 감소” 등의 표현은 별로 정확한 것은 아니라고 판단된다. 경제의 규모가 커졌기 때문에 생기는 시차이기도 하고 은행의 신용창조가 보유 증권과 대출로 구성돼 있다는 것을 생각하지 못한 것에서도 기인한다. [이코노미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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