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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위안화 결제가 달러 결제 규모를 넘어섰다고?
중국 위안화 결제가 달러 결제 규모를 넘어섰다고?
  • 양영빈 기자
  • 승인 2023.05.02 15: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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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3월 위안화 비중 48.6%, 달러 46.8%
3월 위안화 결제가 달러화를 처음으로 앞질러
최근 현상을 탈-달러화로 보는 것은 다소 무리
글로벌 외환거래에서 달러 비중 88%, 위안화 7%
민간 보유량 고려시 미 국채 수요 감소 단정 못해

[이코노미21 양영빈] 4월 21일 중국 국가외환관리국은 중국의 대외 결제에서 위안화 비중이 달러화 비중을 앞섰다고 발표했다. 대외결제(Cross-border transaction)는 무역거래를 의미하는 경상계정 결제와 직접투자, 포트폴리오투자, 자본이전 등의 금융거래를 의미하는 금융계정 결제를 모두 포함하는 수치다.  

다음은 2010년 이후 2023년 3월까지 대외결제에서의 위안화, 달러화 비중의 추이를 보여준다. 2023년 3월의 위안화, 달러의 비중은 각각 48.6%, 46.8%로 2010년 이후 최초로 대외결제에서 위안화 비중이 달러화 비중을 앞섰다.

출처=중국외환관리국(http://www.safe.gov.cn/en/ForeignExchangeSettlementandSa/index.html)
출처=중국외환관리국(http://www.safe.gov.cn/en/ForeignExchangeSettlementandSa/index.html)

중국의 대외결제는 중국이 무역이나 금융거래에서 외국과의 결제를 총 망라한 것이다. 2월의 달러화 결제, 위안화 결제 규모는 각각 4590억달러, 4350억달러였다. 3월에 달러화 결제는 5300억달러이고 위안화 결제는 5500달러로 통계를 작성한 이후 최초로 위안화 결제가 달러화 결제를 앞질렀다. 이 수치를 일별로 환산하면 위안화 결제는 일별 275억달러 규모가 된다.

많은 분석가들은 이 현상을 탈-달러화(De-dollarization)와 위안화 국제화 그리고 더 나아가서는 달러 위상 하락으로 해석한다. 그러나 현실을 보면 최근의 현상을 탈-달러화, 위안화 국제화, 달러 위상 하락으로 보기엔 다소 성급한 측면이 있다.

국제결제의 종류

국경을 넘어서는 거래에는 대외결제(경상계정+금융계정), 외환거래, 국가간 채권 발행, 대외대출, 외환보유 등이 있다. 이 중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것은 글로벌 외환 거래이다.

외환거래에는 현물(Spot) 시장에서 외환 거래, 연준의 달러 스왑과 비슷한 기간을 정한 외환 교환(FX swaps), 외환 선도 거래(forwards) 등이 대부분을 차지하는데 2022년 BIS 통계를 보면 일별 거래대금이 7조5천억 달러에 이른다.

출처=BIS(https://www.bis.org/publ/qtrpdf/r_qt2212f.htm)
출처=BIS(https://www.bis.org/publ/qtrpdf/r_qt2212f.htm)

글로벌 외환거래에서 달러가 차지하는 비중은 2022년 88%이고 위안화 비중은 7%였다. 외환시장에서 거래되는 달러는 위안화의 12.6배이다. 전세계 외환거래에서 달러가 차지하는 일별 6조6천억달러(=7조5천억*88%)는 중국의 대외결제에서 위안화가 차지하는 일별 275억달러 규모에 비해 무려 240배나 많은 금액이다. 따라서 중국의 대외결제에서 위안화 비중보다 높아진 것이 달러의 위상에 의미 있는 영향을 주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출처=BIS(https://www.bis.org/publ/qtrpdf/r_qt2212f.htm)
출처=BIS(https://www.bis.org/publ/qtrpdf/r_qt2212f.htm)

외환거래에 사용되는 통화의 비중을 모두 더한 값은 200%가 된다. 위안화와 달러화가 외환시장에서 거래되고 달러로 환산한 대금이 1억달러라면 결제 대금은 2억달러가 아니라 1억달러 한번만 계산하기 때문이다. 다음과 같은 3번의 외환 거래가 있었다면 달러, 위안, 유로화, 기타 통화 거래 비중은 각각 90%(=90/100), 10%(=10/100), 30%(=30/100), 70%(=70/100)이 되고 전체 비중의 합은 200%가 된다.

달러의 국제적인 역할을 보면 다음 그림의 A에 잘 나타나 있다. 외환거래(FX transaction volume)의 88%, 각국 중앙은행의 달러 보유(FX reserves)의 60%, 무역 결제(Trade invoicing)의 50%를 차지해 아직은 달러의 국제 결제 역할이 압도적임을 알 수 있다.

 

달러위상 저하, 위안화 국제화의 착시 이유: 공적대외자산에서 미국국채의 감소

여러 분석가들이 달러 위상 저하의 근거로 중국의 미국국채 보유 감소를 들고 있다. 공적대외자산(Official reserves)은 각국의 중앙은행들이 보유하는 외화 자산이다. 각국의 중앙은행들은 공적대외자산의 일부로써 달러 채권을 보유한다. 다음 그림에서 중국인민은행이 보유한 달러화 대외공적자산(파란색, 오른쪽 축)이 2013년 11월 1조3170억달러에서 2023년 1월 8590억달러로 4600억달러가 감소했다.

다음 그림에서 회색은 전세계 각국이 보유한 공적대외자산에서 달러 채권 보유량(왼쪽 축)이다. 최근 전세계 국가들이 보유한 미국 국채는 회색 사각형에서 볼 수 있듯이 다소 감소했음을 알 수 있다.

일본 다음으로 미국국채를 많이 보유한 중국의 미국국채 보유량의 감소와 전세계적인 미국국채 감소는 달러 위상의 저하를 설명하는 근거 중의 하나이다. 그런데 여기서 많은 분석가들이 간과하는 것은 민간의 미국 국채 보유량이다.

각국의 민간 역시 미국국채를 보유하는데 재무부에서 발표하는 자료에 각국 민간이 보유한 자료는 없지만 전체 해외의 미국국채 보유 규모가 있으므로 전체 해외의 공적대외자산 보유를 빼면 전체 해외 민간의 미국국채 보유량을 알 수 있다. 다음 그림에서 보듯이 전세계 민간의 미국국채 보유량(빨간색, 왼쪽 축)은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다.

출처=미국재무부(https://ticdata.treasury.gov/resource-center/data-chart-center/tic/Documents/slt_table5.html)
출처=미국재무부(https://ticdata.treasury.gov/resource-center/data-chart-center/tic/Documents/slt_table5.html)

전세계 국가의 공적대외자산 보유와 중국의 공적대외자산 통계를 보면 미국 국채 수요가 감소하고 있다는 착시를 가져온다. 그러나 민간 보유량을 같이 볼 때는 미국 국채 수요가 감소하고 있다고 단정할 수 없다. 전세계의 공적대외자산과 민간보유 대외자산에서 미국국채 보유를 다 합한 수치는 다음 그림처럼 증가하고 있지 결코 감소 추세에 있다고 얘기할 수 없다.

출처=미국재무부 (https://ticdata.treasury.gov/resource-center/data-chart-center/tic/Documents/slt_table5.html)
출처=미국재무부 (https://ticdata.treasury.gov/resource-center/data-chart-center/tic/Documents/slt_table5.html)

위안화의 위상과 향후 발전 과정

위안화가 국제 결제에 쓰이기 시작하는 현재 상황은 미국의 러시아 제재와 큰 관련이 있다. 달러 접근성을 최대한 막으려는 미국의 제재로 인해 러시아와 몇 나라들은 달러화 이외의 대안을 찾았어야 했으며 미국의 제재는 위안화가 국제 시장에서 결제 통화로 쓰이게 하는 것을 도운 셈이다. 중국이 적극적으로 빈틈을 노리고 위안화 국제화로 나선 것도 있지만 미국의 제재로 인해 달러 이외의 차선책으로 위안화가 선택된 것으로 보는 것이 더 타당하다고 본다.  

위안화가 국제시장에서 명실상부한 기축통화로 등장하기 위해서는 아직도 갈 길이 멀다. 특히 중국 정책당국은 기축통화로 가기 위해 가장 핵심적인 전제 조건인 자본시장 개방, 자본시장 투명화의 길을 당분간은 걸을 생각이 없어 보인다. 교역량이 크지 않을 때는 중국 통화당국의 통제된 범위내에서 위안화 결제의 국제화는 여전히 진행될 것이다. 그러나 교역량이 커지고 자본거래가 활성화되면 현재의 중국 자본시장 시스템으로는 증가된 무역거래와 자본거래를 감당할 수 없게 된다.

중국은 여전히 외환 통제를 핵심 정책으로 하고 있으며 이러한 중국의 정책기조는 당분간 바뀔 조짐이 안 보인다. 현재 진행되는 위안화 국제화의 움직임은 마라톤에 비유하자면 막 스타트를 한 상태로 볼 수 있다. 위안화 국제화라는 최종 골인 지점은 아직도 멀리 있으며 중간에 내리막길과 오르막길 모두 만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마주하게 되는 위안화 국제화와 관련된 여러 움직임을 불필요하게 과장하거나 도외시하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 현실의 흐름을 냉철하게 읽어 낼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하다. [이코노미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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