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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금융위기와 2023년 은행위기 비교
2008년 금융위기와 2023년 은행위기 비교
  • 양영빈 기자
  • 승인 2023.05.16 17: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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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파산한 세 은행의 자산규모 5490억달러
금융위기 때 파산한 은행 자산규모 3740억달러
비교시 첫째 오류는 인플레이션을 고려하지 않은 것
2008년의 3740억달러는 올해 5400억달러에 해당
2008년에는 은행 외 쉐도우 뱅크도 문제 발생해
문제 된 금융기관 총 자산 08년 8.7조달러 23년 0.55조달러

[이코노미21 양영빈] 실리콘밸리은행, 시그니쳐은행, 퍼스트리퍼블릭 은행의 파산은 정책 당국자 뿐만 아니라 일반 시장 참여자에게 많은 걱정거리를 안겨 주고 있다.

올해 문제가 된 세 은행의 자산규모는 미국 연방예금보험공사(FDIC)가 개입하기 직전 기준으로 모두 5490억달러였다. 2008년 금융위기가 발발했을 때 그해에만 25개 은행이 파산했고 FDIC가 인수한 은행의 자산규모는 3740억달러였다.

출처=FDIC(https://www.fdic.gov/bank/historical/bank/)
출처=FDIC(https://www.fdic.gov/bank/historical/bank/)

올해 발생한 은행위기의 규모가 2008년 금융위기의 수준을 훌쩍 뛰어 넘고 있어 일부 전문가들은 이것을 임박한 은행위기 또는 금융위기의 전조로 받아들이고 있다.

최근 월스트리트저널의 칼럼니스트 죠쉬 줌브룬(Josh Zumbrun)은 이러한 우려가 과장된 것이라고보도했다. 죠쉬는 2008년 금융위기와 2023년의 은행위기를 비교하면서 현재의 위기를 2008년 금융위기에 단순히 비교하는 것에 오류가 있다고 주장한다. 죠쉬의 칼럼(Stop Equating the Latest Bank Failures to the 2008 Crisis - WSJ)

인플레이션

죠쉬는 현재의 수치와 2008년의 수치를 그대로 비교할 때 첫번째로 드러나는 문제점은 그 동안의 인플레이션을 고려하지 않는 오류가 있다고 지적한다. 15년전의 100달러와 현재의 100달러는 그동안 있었던 인플레이션에 의해 전혀 다른 가치를 가지는데 15년전인 2008년의 3740억달러와 2023년의 5490억달러는 발표된 수치만을 가지고 비교해서는 안된다는 설명이다.

다음은 2007년 10월의 CPI를 100으로 놓았을 때 2023년 현재이 CPI를 본 것이다. 현재는 CPI가 144.5으로 2008년보다 물가가 44.5% 상승했음을 알 수 있다. 따라서 2008년의 3740억달러는 올해는 5400억달러(=3740*1.445)에 해당한다. 일단 규모 차원에서 올해 문제가 된 은행들의 자산규모인 5490억달러와 큰 차이는 없게 된다.

출처=연준(https://fred.stlouisfed.org/graph/?g=14Fa9)
출처=연준(https://fred.stlouisfed.org/graph/?g=14Fa9)

쉐도우 뱅킹(Shadow Banking)

흔히 2008년의 금융위기는 쉐도우 뱅킹 위기로 설명하곤 한다. 전통적인 은행은 FDIC의 예금 보험에 가입하고 FDIC의 감시 및 감독을 받는다. 반면에 쉐도우뱅크(그림자 은행)은 전통적인 은행업에 종사하는 기업은 아니지만 실제 영업행위를 보면 은행과 매우 흡사한 영업활동을 하는 비은행금융기관이다. 대표적으로 당시 문제가 됐던 베어스턴스, 리만브라더즈 같은 투자은행(Investment banks)들이 그림자 은행에 해당한다.

FDIC가 발표한 은행 구제는 전통적인 은행만을 대상으로 한다. 따라서 FDIC의 은행 파산 및 구제 금융 자료에는 전통적인 은행만 포함되며 2008년 당시 가장 큰 문제가 됐던 그림자 은행에 대한 구제 금융은 포함되지 않는다.

당시 전세계 금융시장을 뒤흔들었던 쉐도우 뱅크의 위기는 베어스턴스, 리만브라더즈, AIG, Citigroup가 있다.

베어스턴즈의 자산 규모는 당시 3950억달러(인플레이션 환산 금액은 5710억달러)였다. 베어스턴즈는 제이피모간체이스(JPMorgan Chase)에 의해 인수됐고 이 과정에서 연준은 290억달러 규모의 ‘악성자산’에 대한 보증을 했다. 죠쉬는 과거 베어스턴즈의 매각 과정과 2023년 FDIC가 퍼스트리퍼블릭 인수 대상자로 또 한번 제이피모간체이스를 선정하고 퍼스트리퍼블릭 은행의 상업용 부동산 대출의 손실을 일부 책임지기로 한 것과 동일한 효과라고 강조한다.

차이가 있다면 2008년에는 연준이 손실을 떠 맡았고 2023년에는 FDIC가 손실을 떠 맡은 것뿐이다. 베어스턴즈가 전통적인 은행이 아니었고 FDIC의 관리 감독의 영역을 벗어났기 때문에 연준이 개입한 것이다.  

리만브라더즈의 자산규모는 당시 6390억달러였다. 이것을 인플레이션을 감안해서 보면, 현재 가치는 8860억달러이다 또한 AIG의 자산은 당시 1.05조달러였다. 인플레이션 환산 현재 가지는 1.46조달러다.

이외에도 워싱턴뮤추얼펀드가 있고 주택모기지의 발행주체였던 패니메이, 프레디메이도 있다. 은행은 아니지만 은행처럼 영업활동을 해왔고 2008년 당시 문제가 된 쉐도우 뱅크와 기타 금융기관의 자산 총액을 보면 현재의 달러 가치로 무려 8.7조달러에 달한다.

다음 그림은 죠쉬의 기고문에 소개된 2008년과 2023의 은행 자산을 현재 가격으로 환산한 것이다. 앞에서 본 FDIC의 현황과 엄청난 차이를 볼 수 있다. 기고문에 의하면 2008년과 2023년의 문제가 된 금융기관 자산은 각각 8.7조달러와 0.55조달러이다. 올해의 규모가 2008년의 6% 정도이다.

출처=월스트릿저널(Stop Equating the Latest Bank Failures to the 2008 Crisis - WSJ)
출처=월스트릿저널(Stop Equating the Latest Bank Failures to the 2008 Crisis - WSJ)

지금 벌어지고 있는 사건들을 과거의 경험과 비교해서 분석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작업이다. 그러나 공통점만 부각하고 차이점을 도외시한다면 정확한 분석을 할 수 없게 된다.

지금과 2008년의 공통점만 강조해서 이른바 공포 마켓팅을 하려는 의도가 아니라면 차이점도 같이 면밀히 살펴보아야 한다. 근거 없는 공포감에 의존해서 위기만 부각하려는 시도는 지금 벌어지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는데 큰 도움이 되지 못한다.

미국의 은행위기로 촉발된 지금의 은행 문제를 대할 때 과도한 공포감에 휩싸여 문제를 제대로 보지 못하는 오류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 [이코노미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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