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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상업은행이 예금금리 인하에 나선 이유
중국 상업은행이 예금금리 인하에 나선 이유
  • 양영빈 기자
  • 승인 2023.06.09 15: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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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화된 은행의 수익성 호전시키기 위해 예금금리 인하
부채 측면에서는 정기예금으로 자금 몰리면서 이자 부담이
가중됐고 자산 측면에서는 대출 수요 약화로 수익성 나빠져
예금금리 인하가 대출금리 인하로 이어지기는 힘들 것

[이코노미21 양영빈] 지난 4월 중소형 은행이 예금금리를 인하한데 이어 8일 공상은행, 농업은행, 건설은행, 중국은행, 교통은행, 우체국은행 등 중국의 대형은행들이 예금금리를 일제히 인하했다. 다음은 금리 조정후대형은행의 예금 금리이다.

 

이번 금리 조정은 2022년 9월에 이어 다시 인하한 것이며 일부 예금에 대한 금리를 조정했다.

예금금리 인하 이유

이번 예금금리 인하의 가장 큰 이유는 은행산업 전체의 비용 감소 때문이다. 2023년 이후 코로나 제로 정책을 철회했지만 경기회복이 더디게 진행되고 있고 민간의 소비와 기업의 투자 수요가 부진함을 면치 못하고 있다. 경기호전에 대한 기대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민간은 저축을 늘리고 있었으며 이는 은행산업 전체의 수익성을 악화시켰다.

민간의 소비, 투자 부진은 은행의 대출금리를 낮추었으며 올해 1분기 중국 상업은행 전체의 예대마진은 17bps가 줄어들어 1.74%로 떨어졌다. 다음은 중국의 대형은행들의 예대마진 변화이다.

출처=21경제망(https://www.21jingji.com/article/20230519/herald/28fb91b600717099377ddea0be6145f0.html)
출처=21경제망(https://www.21jingji.com/article/20230519/herald/28fb91b600717099377ddea0be6145f0.html)

이번 금리인하는 통상적인 금리인하와는 차이가 있다. 보통 중앙은행은 경제가 불황일 때 기준금리를 인하해 경제 주체들의 소비, 투자 비용을 저렴하게 만들어 소비, 투자를 진작하려고 한다. 그러나 6월 8일 예금금리 인하는 악화된 은행의 수익성을 호전시키기 위해 실시한 것이므로 실제 대출 금리의 인하로 이어질 것인가는 아직은 미지수다.

대출금리 인하 여부

광대증권 금융업수석분석사인 왕이펑은 중국 은행에 예금을 하는 민간들이 여전히 장기(2년이상)의 정기예금으로 몰리고 있음에 주목했다. 2020년 이후 민간과 기업의 예금에서 정기예금(파란색)이 차지하는 비율의 추이를 보면 다음과 같다.

출처=중국인민은행(http://www.pbc.gov.cn/diaochatongjisi/116219/116319/index.html)
출처=중국인민은행(http://www.pbc.gov.cn/diaochatongjisi/116219/116319/index.html)

정기예금의 비율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미국 국내 은행의 정기예금 비율은 과거 30여년간 가장 높았을 때가 20%였고, 현재는 7.3%로 중국의 51%보다 현저히 낮다. 이러한 사정은 미국과 비교했을 때 중국의 민간들이 정기예금보다 더 매력적인 투자처를 찾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출처=연준(https://fred.stlouisfed.org/graph/?g=15YGB)
출처=연준(https://fred.stlouisfed.org/graph/?g=15YGB)

왕이펑은 은행의 부채 측면에서는 정기예금으로 민간과 기업의 자금이 몰리면서 이자 부담이 가중됐고 자산 측면에서는 경기가 좀처럼 살아나고 있지 않아 대출 수요 약화로 수익성이 나빠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현재 중국의 은행들은 부채, 자산 양쪽 모두 상황이 안 좋은 것이다.   

또한 상해재경대학교 총장인 류위앤춘은 6월 9일 대담에서 대형 국유기업의 대출 금리는 1.8%이하이며, 수많은 민영기업의 대출금리는 9%에 달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것은 중국 당국의 완화적 통화정책의 최종 효과가 대형 국유기업, 정부기구와 금융산업내에서 머물게 됨을 의미한다.

이런 상황에서는 대형 국유기업은 싼 금리로 대출받은 자금의 일부를 평균 수익률 4.4%인 은행의 금융상품(理财产品)에 투자해서 비교적 안전한 차익거래를 할 수 있다. 중국 은행들이 제공하는 금융상품은 비슷한 종류의 여러 대출 상품들을 하나로 묶어서 증권화(securitization)한 상품이다. 이런 금융상품을 통해 대형 국유기업은 이자놀이를 하고 중간에 위치한 은행은 이 자금을 통해 신용과 담보가 비교적 떨어지는 민영기업, 지방정부채권 등에 투자하고 있다.

‘대형 국유기업→은행(금융상품)→(민영기업, 지방정부채권)’으로 이어지는 고리는 중국의 그림자 금융의 한 측면이다. 연결이 길수록 최종 금리는 비싸질 수밖에 없다.

이번 금리 인하는 발등의 불인 은행의 수익성 제고를 위한 성격이 많다. 경제 회복에 대한 믿음이 좀처럼 살아나지 않고 있는 현재 상황에서는 이번 예금금리 인하가 바로 실물경제의 대출금리 인하로 이어지기는 힘들 것이다. [이코노미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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