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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논쟁의 진실
국민연금 논쟁의 진실
  • 윤종인 편집기획위원/백석대 교수
  • 승인 2024.05.23 15:14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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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문제는 ‘확실한 현재의 문제’로 인식돼야
국민연금 고갈은 후손들이 아닌 우리 세대의 잘못
기준소득월액평균 적을수록, 납입기간 짧을수록 연금수익율 높아
소득대체율 인상이란 중간층의 연금수익률을 높여서 소득대체율 ‘평균’을 높이자는 것

[이코노미21 윤종인] 미래를 예측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경제성장률 예측치가 틀리는 경우도 드물지 않으니 예측이 얼마나 어려운가는 쉽게 알 수 있다. 하지만 국민연금의 적립금이 언제 소진되는가는 거의 확실하게 알 수 있다. 현재 상태로 간다면 2054년 즈음에 소진될 것이다. 그러니 국민연금의 문제는 불확실한 미래의 문제가 아니라 ‘확실한 현재의 문제’로 인식되어야 한다.

그래도 실감하지 못하겠다면, 다음과 같이 생각해보자. 올해에 은퇴하는 사람들이 90세가 되었을 때, 국민연금을 제대로 받을 수 있을까? 이렇게 말하는 사람도 있다. 내가 납입했던 돈을 돌려받는 것인데, 왜 못 받는다는 말인가? 그 이유는 간단하다. 나중에 연금을 지급하는 세대는 우리들의 후손이고, 우리 세대가 후손들에게 너무 많은 돈을 요구해왔기 때문이다.

연금이란 현재 세대가 후손들에게 투자하는 것과 같다. 우리 세대가 후손들에게 너무 많은 수익금을 받아내면, 우리 후손들은 파산할 수밖에 없다. 그러니 국민연금의 고갈은 후손들 잘못이 아니라 우리 세대의 잘못이다. 2024년 현재 선거권도 없는 후손들에게 미안한 짓이다. 우리는 후손들에게 합리적인 수준의 연금을 받아내야 한다. 그것이 연금개혁의 핵심이다.

저소득층의 소득대체율은 충분히 높다

우리나라에서 연금개혁을 논의할 때 소득대체율이 초점이 되곤 한다. 소득대체율이 높을수록 노후생활이 그만큼 보장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때마다 언급되는 수치는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 평균치로 대략 40%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분배를 그렇게 중시하는 사람이라면, 평균치가 아니라 소득수준별 소득대체율을 중시해야 하지 않을까?

출처) 국민연금공단
출처=국민연금공단

<표1>에는 국민연금이 제공하는 노령연금 예상연금 월액표가 소득수준별, 납입기간별로 제시되어 있다. 예를 들어 기준소득월액평균이 37만원인 사람이 (보험료율은 9%이므로) 33,300원을 10년 동안 매월 납입하면, 은퇴 후 매월 170,060원을 연금으로 받는다. 같은 금액을 25년 동안 매월 납입하면, 은퇴 후에는 매월 37만원을 받는다. 기준소득월액평균이 많을수록, 또한 납입기간이 길수록 연금수령액은 커진다. 내는 돈이 많으니 받는 돈도 많은 것이다.

주) <표1>에 근거하여 필자가 계산한 것임

<표2>에는 소득수준별, 납입기간별 소득대체율이 계산되어 있다. 기준소득월액평균이 37만원인 사람이 10년이라도 매월 납입하면, 소득대체율은 46.0%나 된다. 같은 금액을 25년 동안 매월 납입하면, 소득대체율은 무려 100%가 된다. 흥미로운 것은 기준소득월액평균이 적을수록 소득대체율이 높아지도록 설계되어 있다는 점이다. 납입기간이 25년인 사람의 경우, 기준소득월액평균이 590만원이면 소득대체율은 18.9%, 300만원이면 25.1%, 37만원이면 100%이다. 즉 저소득층일수록 소득대체율은 높다. 그 이유를 알고 싶으면 연금수익률을 계산해 보면 된다. 저소득층의 연금수익률은 얼마나 높길래 돈을 적게 내는데도 소득대체율은 더 높을까?

<표 3> 소득수준별, 납입기간별 연금수익률

주) 표1에 근거하여 필자가 계산한 것임. 1단계로 연금수령액을 이용하여 은퇴시점 연금의 현재가치를 구하고, 2단계로 은퇴시점 연금의 현재가치와 연금보험료를 이용하여 연금수익률을 계산하였음(은퇴시점 연금의 현재가치를 구할 때 이자율은 3%로 가정하였음. 이자율을 3%보다 더 낮게 가정할 수도 있으나 그 경우 연금수익률은 더 높아짐).
주) 표1에 근거하여 필자가 계산한 것임. 1단계로 연금수령액을 이용하여 은퇴시점 연금의 현재가치를 구하고, 2단계로 은퇴시점 연금의 현재가치와 연금보험료를 이용하여 연금수익률을 계산하였음(은퇴시점 연금의 현재가치를 구할 때 이자율은 3%로 가정하였음. 이자율을 3%보다 더 낮게 가정할 수도 있으나 그 경우 연금수익률은 더 높아짐).

<표3>에는 국민연금이 제공하는 노령연금 예상연금 월액표를 이용하여 소득수준별, 납입기간별로 연금수익률을 계산한 것이다. 기준소득월액평균이 37만원인 사람이 10년 동안 매월 납입하면, 연금수익율은 36.6%가 된다. 같은 금액을 25년 동안 매월 납입하면, 연금수익율은 13.8%가 된다. 이처럼 연금수익률은 납입기간이 짧을수록 높다. 그렇다면 소득수준에 따른 차이는 어떨까? 납입기간이 25년인 사람의 경우, 기준소득월액평균이 590만원이면 연금수익률은 3.8%, 300만원이면 5.7%, 37만원이면 13.8%이므로 저소득층일수록 연금수익률은 높다. 그러니 연금수익률은 연금수령액의 크기와 정반대의 특징을 갖는다. 즉 기준소득월액평균이 적을수록, 또한 납입기간이 짧을수록 연금수익율은 높다.

소득수준이 낮을수록, 연금수익률이 높고 소득대체율이 높은 것은 이해할 만한다. 국민연금 제도 자체에는 강력한 소득재분배 장치가 내장되어 있는 셈이다. 그러니 국민연금 개혁을 논할 때, 소득대체율을 높이자고 주장하는 것은 아무래도 이상한 일이다. 저소득층의 소득대체율은 충분히 높아서 더 올리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니 소득대체율 인상이란 중간층의 연금수익률을 높여서 소득대체율 ‘평균’을 높이자는 것이다. 다분히 포퓰리즘에 빠진 주장이다.

납입기간이 짧을수록 유리하다?

가장 이상한 것은 납입기간이 짧을수록 연금수익률이 높다는 점이다. 이 사실은 앞에서도 언급한 바 있지만 <표3>을 보면 쉽게 확인할 수 있다.

1988년 국민연금의 당연적용 사업장은 근로자 10인 이상의 사업장이었다. 당연적용 사업장은 꾸준히 확대되었는데 1992년에는 근로자 5인 이상의 사업장으로 확대되었다. 또한 1995년에는 농어촌 지역에도 적용되었고, 1999년에는 도시지역 지역가입자까지 확대되었다. 이에 따라 가입자도 급증했다. 1988년 국민연금 가입자는 433만 명이었으나 1999년 도시지역 지역 가입을 허용하면서 급증하여 1,626만 명을 넘었고, 현재는 2,238만 명에 이른다.

2000년대 초에는 납입기간이 짧은 가입자들이 대부분이었다. 이들 중에는 일찍 국민연금에 가입하고 싶어도 가입할 수 없었던 사람들이 많았다. 그래서 김대중 정부 시절에는 납입기간이 매우 짧은 가입자들에게 파격적인 연금이 지급되었다. 하지만 너무 심했던지 노무현 정부 시절 이들에 대한 연금액을 줄였다. 그리고 20년이나 세월이 흘렀다. 이제는 납입기간이 짧은 사람에게 특혜가 주어져야 할 시기는 지났다고 보아야 한다. 불가피하게 납입기간이 짧은 사람은 사라졌기 때문이다. 이제는 납입기간과 관계없이 수익률을 평준화해도 된다.

납입기간이 짧을수록 소득대체율이 높으면 가급적 늦게 국민연금을 납입하는 사람이 유리하다. 이처럼 현행 제도는 가급적 늦게 국민연금에 가입하도록 유도하는 측면이 있다. 사실 이런 방식은 납입기간이 긴 사람으로부터 납입기간이 짧은 사람에게 소득이 이전되는 효과를 가져온다. 고소득자로부터 저소득자에게 소득이 이전된다면 납득할 수 있지만 납입기간이 긴 사람으로부터 납입기간이 짧은 사람에게 소득이 이전된다면 그걸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을 높이자고 주장하는 근거는 공무원연금의 소득대체율이 더 높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건 사실이다. 하지만 공무원연금의 소득대체율이 높은 이유는 따로 있다. 첫째 보험료율이 높기 때문이다. 보험료율은 공무원연금 18%, 국민연금은 9%이다. 둘째 훨씬 더 중요한 것은 평균납입기간인데, 공무원연금 30.2년이고 국민연금은 12.4년이다. 쉽게 말해 공무원연금의 소득대체율이 높은 이유는 더 오랜 기간 더 많이 납입했기 때문이다.

대학교 재무관리론 수업 첫째 시간에 배우는 ‘화폐의 시간가치’라는 개념을 적용해 보면, 납입기간 30.2년과 12.4년은 하늘과 땅만큼이나 다르다. 국민연금의 평균납입기간이 이렇게 짧으면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은 높을래야 높을 수 없다. 그런데도 국민연금의 수익률은 납입기간이 짧을수록 높다. 그래서 납입기간이 짧은 사람들에게 혜택을 준다. 이것이야말로 국민연금제도에서 가장 비합리적인 요소가 아닐까 생각한다.

위선적인 공적연금제도

사회복지학을 가르치는 동료 교수가 다음과 같이 말하는 것을 듣고 놀랐다. “공적연금이 고갈되면 정부가 대신 지급하지 않을까요? 뭐가 걱정이지요?” 사회복지학 교수의 인식이 이럴진대, 일반인들의 인식은 오죽하겠는가? 그렇다. 공적연금이 고갈되면, 정부가 대신 지급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런데 정부가 대신 지급한다는 것은 국민들 중에 누군가가 대신 지급한다는 뜻이다. 보다 정확히 말하면, 우리 후손들이 대신 지급한다.

연금이란 현재 세대가 후손들에게 투자하는 것과 같다. 우리 세대가 낸 돈이지만 그걸 운용하여 수익금을 되돌려 주는 일은 후손들이 담당한다. 후손들의 경제적 성과가 좋으면, 우리 세대는 많은 연금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후손들의 경제적 성과가 나쁘면, 우리 세대는 많은 연금을 받을 수 없다. 그러니 현재 살아있는 우리 세대는 미래의 한국경제가 망가지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그것이 후손들에게도 좋지만 우리에게도 좋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우리나라의 공적연금제도를 개혁해야 하는 이유는 우리 세대가 후손들에게 너무 높은 수익률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우리의 후손들에게는 아직 선거권이 없고, 심지어 더 젊은 후손들은 아직 태어나지도 않았다. 그래서 우리 세대는 자기 마음대로 정한다. 하지만 후손들에게 너무 많은 수익금을 받아내면, 우리 후손들은 파산할 수밖에 없다. 후손들이 감당할 수 없는 높은 수익률을 ‘후손들 몰래 미리’ 받아내겠다는 것이야말로 현재 공적연금제도의 참모습이다.

연금제도는 세대 간 문제이기 때문에 고령화가 나타나면 훨씬 더 어려워진다. 프랑스는 1864년 세계에서 최초로 고령화사회에 진입했다. 그리고 155년이 지난 2019년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스웨덴도 일찌감치 고령화사회에 진입했다. 1887년 고령화사회에 진입했고, 133년이 지난 2020년 초고령사회가 되었다. 일본의 고령화속도는 매우 빨랐다. 35년만에 고령화사회에서 초고령사회로 진입했던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일본보다도 더 빠를 것이다. 25년 걸린다고 예상한다. 간단하게 다음과 같이 생각할 수 있다. 프랑스의 공적연금 재정은 155년에 걸쳐 서서히 악화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한국의 공적연금은 25년만에 악화될 것이다.

이렇게 말하는 사람도 있다. 공적연금이 고갈되면, 부자들이 세금 내서 지급하면 되지 않겠는가? 이렇게 말하면서 자신은 진정한 분배론자라고 말한다. 그렇다. 어느 시대에나 세금은 부자들이 많이 낸다. 하지만 연금문제에는 계층 간의 관계도 얽혀있지만 세대 간의 관계도 얽혀있다. 순진한 분배론자에게는 이렇게 답변해야 한다. “당신의 주장은 부자 후손들이 세금 내서 우리 세대의 모든 계층에게 연금을 지급하자는 것이다. 심지어 우리 세대의 중간층도 부자 후손에게 고수익을 받아낸다. 결국 가장 불쌍한 사람들은 후손들 중에 가난한 사람들이 될 것이다. 부자 후손들이 세금 내서 우리 세대를 돕다 보니 가난한 후손을 도울 여력은 줄어들테니까” 그러니 현행 공적연금제도는 현재의 모든 계층이 가난한 후손을 착취하는 짓이다.

소득대체율 타령을 그만두자

국민연금제도가 갖는 강력한 소득재분배 기능을 생각해 볼 때, 소득대체율 타령은 그만두어야 한다. 현행 제도만으로도 저소득층의 연금수익률은 충분히 높기 때문이다. 즉 저소득층의 소득대체율은 매우 높다. 그래도 저소득층의 빈곤문제가 여전히 심각하다고 말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그 문제는 ‘후손들에게 부담을 떠넘기는 식으로’ 국민연금제도가 감당할 일이 아니다.

노인의 빈곤문제를 연금제도로 해결한다는 것은 노인의 빈곤문제를 후손에게 떠넘기는 것과 같다. 현재 노인의 빈곤문제는 고도경제성장으로 가장 큰 혜택을 입은 우리 386세대가 앞장서서 감당해야 하며, 저성장에 시달릴 후손들에게 떠넘겨서는 안된다. 후손들이 파산하면 우리 세대는 나이 들어 정말로 곤란해질 것이다. 90세가 되었는데, 연금이 안 나오면 어떻게 할 것인가? 그러니 이타심이 아니라 이기심에서라도 소득대체율 타령은 그만두어야 한다.

국민연금과 공무원연금을 통합하자는 주장도 있다. 심지어 국회의원 중에도 그런 주장을 하는 사람이 있다. 이는 연금제도의 3층 구조를 모르고 하는 소리이다. 연금제도는 국가수준의 연금, 기업수준의 연금(퇴직연금), 개인수준의 연금(개인연금)의 3층 구조로 되어 있다. 공적연금 중 국민연금은 국가수준의 연금에‘만’ 해당된다. 하지만 공적연금 중 공무원연금, 군인연금, 사학연금은 국가수준의 연금과 기업수준의 연금을 더한 것이다. 쉽게 말해 국민연금 가입자에게는 퇴직연금이 있을 수 있지만, 공무원과 군인과 사립학교 교원에게는 기업수준의 퇴직연금이 없다. 국민연금의 보험료율은 9%이지만 공무원연금, 군인연금, 사학연금의 보험료율이 18%인 이유도 그것 때문이다. 따라서 국민연금의 보험료율을 18%로 올리면, 기업수준의 연금과 더해 실제로는 27%가 되는 셈이다. 이렇게 생각해보면, 국민연금의 보험료율을 높이자는 주장도 국민연금과 공무원연금을 통합하자는 주장만큼이나 이상한 주장이다.

우리 세대가 결단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국민연금에 근본적인 개혁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보험료율 인상이 시급해 보이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국민연금 보험료율은 9%이지만 스웨덴은 18.5%이고 이탈리아는 33%나 된다고 한다. 하지만 현행 제도를 유지한다면 보험료율을 35%까지 높여야 국민연금의 고갈을 막을 수 있다고 한다. 2022년 우리나라의 가계순저축률이 9.1%인데, 무려 35%를 국민연금에 납입하라고 할 수 있겠는가? 스웨덴의 18.5%는 우리나라의 공무원연금 18%와 비슷하다. 그러므로 국민연금 가입자가 퇴직연금까지 가입하면, 우리나라의 공무원연금 또는 스웨덴의 공적연금 가입자와 비슷한 보험료를 납입하는 셈이다.

사실 학계와 연구기관에서는 근본적인 개혁안에 관하여 상세한 연구가 이어지고 있다. 근본적인 대책은 현행 확정급여형(DB형) 방식에서 확정기여형(DC형)의 성격이 강한 방식으로 전환하는 것이 될 것이다. 그렇게 해야 우리 세대가 90세가 되었을 때, 많든 적든 간에 안심하고 연금을 받을 수 있다. 쓸데없이 현행 방식을 고집할 일이 아니다.

관건은 연금제도개혁을 위해 우리 세대가 결단하는 일이다. 소득대체율 타령이나 할 것이 아니라 근본적인 개혁을 하도록 결단해야 한다. 하지만 현재 벌어지고 있는 양상을 보면, 정치권은 근본적인 개혁에 아무런 관심이 없다. 오로지 인기 영합만이 있을 뿐이다. 안타깝지만 국민들이 나서야 할 것 같다. 특히나 젊은 세대들로서는 참을 수 없는 일이다. 이를 두고 갈라치기라고 비난할지 모르지만 그 책임은 전적으로 우리 기성세대들에게 있다. [이코노미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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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길동 2024-06-06 21:40:26
좋은 기사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