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안 쓰는' 선거제도로 금권정치 불식돼 가고 있어
지구당 부재로 정치의제에 대한 지역 단위의 소통 파편화
유망한 지역정치 인력의 육성 및 세력 형성 어려워져
지역정치 활성화하려는 정치개혁 추진세력 형성 시급해
[이코노미21 김용석] 지난 2004년 정치개혁의 걸림돌로 간주되어 폐지되었던 '지구당' 제도는 부활되어야 한다. 무엇보다도 정치개혁이 '민주정치-정당정치' 발전을 위한 것인데, 문제가 있다고 해서 개선 노력을 포기한 채, 없애버린 것은 방향착오가 분명하다.
지구당 폐지는 정치개혁에 대한 대중적 요구에 임기응변적으로 반응한 성격이 강했다고 본다. 사당화-보스정치를 혁신하기 위해서도 오히려 제대로 된 '정당-지구당'의 민주적인 운영과 정치훈련이 필요했던 것이다.
또한, '고비용저효율' 정치가 금권선거 풍토에서 비롯된 것임을 감안하면, '돈 안 쓰는' 선거(정치)제도 개혁으로 최근에는 상당 수준에서 금권정치가 불식되어가고 있는 것도 사실이기 때문이다. 정치비용을 낭비로 몰아가거나 고통과 훈련 없이 정치발전을 이루려는 발상, 그 자체가 정치개혁의 최대의 걸림돌이라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지구당 활동 부재로 인한 폐해
지구당 활동 부재는 '좋은 정치-민주 정치'를 가로막는 폐해를 분명하게 드러내고 있다.
1-1. 무엇보다도, 정치의제에 대한 지역 단위의 소통이 파편화되었다.
1-2. 아울러, 민주시민으로서의 정치 훈련의 기회가 봉쇄되었다.
2-1. 지방자치 확대(지자체, 교육자치, 경찰자치 등등) 등 지역정치의 영역이 넓어지고 세분화되는 흐름에 대처할 단위가 실종되었다.
2-2. 아울러, 유망한 지역정치 인력의 육성 및 세력형성이 어려워졌다.
3. '조직' 측면에서 보자면, 기존의 전통적인 지방토호들에게 무장해제당한 결과를 빚고 있다. 지역정치는 기존의 지방토호들의 놀이터로 방기되고 있다.
'정당정치-책임정치' 본연의 입장에서 볼 때, 지역정치 활동과 지구당은 당연히 부활되어야 하지만, 지구당 부활이라는 제도 개선만으로 지역정치가 활성화될 수는 없다고 본다. 지구당을 제대로 운영하는 일이 중요하기 때문이고, 정치개혁을 추진하고 지역정치를 활성화하려는 '주체-세력'의 형성, 민주개혁 세력의 형성 없이 정치발전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바로 이 때문에 우리는 '지구당 규약'의 제정과 운영을 제안하는 바이다.
'지구당 규약'의 제정과 운영이 필요한 이유와 방향
'지구당 규약'이 지역정치 활동에 대한 구성원(지역정치 지도자, 당원)들의 최소한의 약속(활동방침)을 담은 것이라고 보아야 한다면, '지구당 규약' 운영 성패의 핵심은 지역정치인들의 자율적인 제정과 운영을 기본으로
하여야 한다는 점일 것이다. 아울러, 중앙당의 전략적-조직적 지도와 지원체계가 관철되어야 할 것이고, 운영의 초기단계라는 점과 당세의 지역적 편차를 고려하여 다양한 모델을 도입해서 유연하게 운용할 필요가 있다고 하겠다. 특히, 국민의 세금으로 조성된 정치자금이 지역정치 활성화를 위해서 공개적이며 경쟁적으로 투입되는 시스템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야 할 것이다.
거칠게, '지구당 규약' 제정 과정과 운영 추진방안을 짚어보자면, 아마도 지역정치 활성화를 추진하는 세력들의 네트워크 형성이 그 출발점이 되어야 할 것이다. 이들이 주도해서 지역정치 활성화의 필요성 등이 '정치개혁 특위'에 전달되어, '지구당 부활' 등이 포함된 정당법 등의 개정이 신속하게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이어서, 당헌-당규를 손보고, 중앙당에 '지구당 규약'을 관리하는 부서를 만들던지 아니면 사무처가 이 업무를 관장해야 할 것이다.
중앙당은 '지구당 규약'의 몇 가지 모델을 지구당에 제시하고, 지구당 스스로 성안해서 보고토록 요청한다.
중앙당은 지구당에서 올라온 '지구당 규약'(안)이 중앙당 노선에 배치되는지 등등을 검토해서, 상호협의 하에 수정작업을 한다. 지역정치인들은 '지구당 규약'을 최종적으로 확정한다. 확정된 '지구당 규약'은 최대한 지키는 노력을 해야 한다.
또한, '지구당 규약' 개정 작업은 6개월 또는 1년 단위로 이루어진다.
중앙당은 지구당 활동을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우수사례 발굴과 포상 등을 실시하고, 지원체계를 강화한다.
'지구당 규약'은 좀 더 치밀한 논의가 뒷받침되어야 하겠지만, 대체로 다음과 같은 기본적인 지역정치 활동에 대한 내용들을 규정하여야 할 것이다. 조직운영에 관한 사항(당원 규정, 대의원 규정, 회의 규정 등), 공직후보자 선출에 관한 사항, 당원 및 시민교육 프로그램의 운영, 정책개발 활동(세미나, 토론회, 간담회, 프로젝트 수행 등등), 중앙정치 의제에 대한 지역적 활동방안, 지역 현안에 대한 활동방안, 재정 문제, 지역 여론 동향 조사 및 처방방안, '지구당 규약' 개정계획안, 기타 등등. 지구당 차원에서 할 일이 너무나 많다.
무엇보다도 지역정치를 활성화하려는 정치개혁 추진세력의 형성이 시급하다. 지역정치를 활성화하는 문제는 지금 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정치개혁 과제가 되고 있다고 보여지기 때문이다. 지역정치 활성화의 필요성을 공감하는 사람들이 먼저 네트워크 되어서 여론 형성이나 관련 법 개정 등의 동력으로 작동해야 하며, 모범적인 지역정치활동 성공 사례들을 만들어 나가야 할 것이다.
특히, '지구당 부활'이나 '지구당 규약'이 다양한 여론 수렴이나 유망한 신인의 등장을 어렵게 하는 기득권으로 작동하지 않도록 정치적 지도력을 발휘해야 할 것이고, 당원들이나 주민들의 정치참여의 장으로 순기능 하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지혜를 짜내어야 할 것이다. [이코노미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