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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이점 이후의 세계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알파고 이후의 한국 바둑계가 주는 교훈
특이점 이후의 세계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알파고 이후의 한국 바둑계가 주는 교훈
  • 박이택 편집기획위원
  • 승인 2024.06.04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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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인공지능의 특이점은 언제 도래할 것인가?

[이코노미21 박이택] 인공일반지능(Artificial general intelligence)의 특이점은 언제 도래할 것인가? 인공지능전문가들은 특이점이 도래하지 않을 것이라고 보는 사람도 있고, 도래하려면 아직은 몇 십년 걸린다고 보는 사람도 있고, 수년 내에 도래한다고 보는 사람들도 있지만, 이미 인공일반지능이 특이점을 넘어섰다고 주장하는 사람은 등장하지 않은 것 같다. 필자는 인공지능전문가는 아니지만, 이미 인공일반지능이 특이점을 넘었을 수도 있다고 본다.

인공일반지능의 특이점에 대해 이야기하기 이전에 먼저 특수목적 인공지능의 특이점에 대해 이야기해 보자. 특수목적 인공지능이라고 하면, 우선 떠오르는 것은 알파고이다. 알파고는 2016년에 이세돌을 이김으로써 바둑에 특화된 인공지능이 인간보다 더 우수한 기력을 가지게 되었음을 만천하에 알리게 되었다. 알파고는 이후에도 더 기력이 향상되어, 사람들이 만들어 왔던 정석의 체계를 대체하는 알파고의 정석을 정립하였다. 알파고는 바둑의 룰에 따라 무수하게 바둑을 두어 보면서, 기존에 인간들이 발견하지 못한 더 나은 착점을 발견한 것인데, 바둑기사들은 그것을 인간이 기존에 이룩한 바둑의 문법인 정석을 넘어서는 새로운 정석을 제시한 것으로 본다. 정석은 바둑기사들이 특이점을 넘어선 바둑 인공지능의 능력을 수용하는 틀인 셈이다. 바둑기사들에게 바둑 인공지능의 특이점은 바둑 인공지능이 인간들이 기존에 정립한 정석보다 더 나은 정석을 알려주는 바둑의 스승의 지위를 차지한 것이다.

그렇다면 인공일반지능의 특이점이란 무엇일까? 그것은 사람들이 언어행위나 예술행위, 학술행위 등을 하는데 암묵적으로 인지하고 활용하는 문법들을 대체할 수 있는 더 나은 문법을 인공일반지능이 사람들에게 알려줄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하게 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인공일반지능이 이와 같은 능력을 가지게 되었는가를 알기 위해서는 우선 먼저 인공지능의 학습방법에 대해 이야기해야 할 것 같다. 인공지능의 학습은 크게 지도학습, 비지도학습, 강화학습으로 구성된다. 이 글은 인공지능에 대한 전문적인 내용을 소개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이 세 가지가 어떻게 다른지 간략하게 설명해 두는 선에서 멈춘다. 지도학습은 일종의 주입식 교육이다. 각 대상들에 대해 인간들이 명명한 이름들을 인공지능에게 주입식으로 학습시키는 것이다. 강화학습은 일종의 파블로브식 교육이다. 맞추면 먹이를 주는 방식으로 특정한 행위를 하도록 학습시키는 것이다. 그런데, 지도학습이나 강화학습만으로는 인공일반지능은 특이점에 도달할 수 없다. 인공일반지능이 특이점에 도달하는 것은 비지도학습을 통해서이다.

비지도학습이란 인공지능이 지도학습이나 강화학습을 통해 얻은 정보를 바탕으로 그 속에 내재되어 있는 문법을 스스로 학습하는 것이다. 사람들도 주입식 교육과 파블로브식 교육을 통해 얻은 기초 지식을 바탕으로 나름대로 자유롭게 언어행위나 예술행위, 학술행위를 하는 데 밑받침이 되는 문리(文理)를 얻게 되는데, 이 문리를 여기에서는 문법이라고 표현하기로 한다. 그런데 인간은 학습의 속도가 느리고, 수명이 제한되어 있으며, 학습량이 많아지게 되면 학습능력을 더 높이는 것이 매우 어려운 단계에 돌입하게 된다. 만약 인간보다 더 빠르게 학습하고, 학습량이 많아져도 학습능력의 저하없이 지속적으로 학습능력을 높일 수 있는 인공지능이 출현한다면, 그것은 특이점을 넘어선 인공지능의 출현으로 연결될 수 있다.

트랜스포머가 가져온 인공일반지능의 학습혁명

알파고는 인간이 둔 바둑 기보를 보고 학습하였지만, 알파고 제로는 바둑 게임의 룰만 입력하면 그 룰에 따라 스스로 강화학습을 하면서 기력을 향상시켰는데, 알파고보다 더 좋은 기력을 가지게 되었다. 배워야 될 내용을 너무 촘촘하게 알려주는 것보다는 보다 자유롭게 스스로 배울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더 좋은 성과를 가져올 수도 있는 것이다. 인공일반지능의 학습에 이와 같은 자유를 부여한 것은 2017년 ‘Attention Is All You Need’라는 논문명으로 발표된 트랜스포머였다.

트랜스포머라는 학습방법으로 학습한 인공지능은 학습량이 많으면 많을수록 성능이 더 좋아졌다. 학습량이 많으면 많을수록 성능이 더 좋아지는 학습방법이 출현하였기 때문에, 인공지능이 특이점을 넘어서기 위해서는 많은 데이터와 대용량 고성능 AI 반도체가 필요할 뿐이었다. 트랜스포머라는 학습방법으로 인간이 수천년을 걸쳐서도 학습할 수 없는 량의 데이터를 학습한 인공지능이 이미 출현하였는데, ChatGPT는 그 중의 하나이다. 이 인공일반지능은 특이점을 넘어섰을까?

바둑기사들은 바둑을 두면서 바둑 인공지능과 기량을 비교해 볼 수 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바둑기사들은 바둑 인공지능으로부터 새로운 정석을 학습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인공일반지능의 경우, 인간과의 기량을 비교하는 것은 용이하지 않은데, 인간의 언어행위나 예술행위, 학술행위의 경우 바둑과 같이 승패를 명확하게 판정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이다. 다만, 인간보다 더 많은 양의 데이터를 학습한 인공일반지능이 출현하였으며, 그 인공일반지능은 비지도학습을 통해 인간들에게 더 나은 문법을 알려줄 수 있는 능력을 가지게 되었거나 조만간 가지게 된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다. 다만, 우리는 인공일반지능이 우리에게 제시하는 새로운 문법의 실체를 확인하고, 그것을 우리들이 과거에 구축하여 온 문법과 어떤 차이가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을 개발하지 못하였기 때문에, 인공일반지능이 이미 특이점을 넘어섰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하는 것일수도 있다.

특이점 이후의 세계는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

알파고 이후의 한국 바둑계가 주는 교훈(1)

이미 인공일반지능은 특이점을 넘어섰을 수 있다. 그래서 특이점을 넘어선 이후에는 어떤 일들이 벌어질 것인가를 생각하고 그것에 대해 적절한 대응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안된다. 특이점 이후에는 어떤 일이 벌어질까? 알파고 이후의 한국 바둑계는 특이점 이후 세계가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에 대해 많은 시사점을 준다.

알파고 이후에도 새로운 바둑 인공지능은 계속 진화하였다. 현재는 중국이 만든 절예라는 바둑 인공지능이 가장 우수하다고 알려져 있다. 얼마전까지 최정상급의 바둑기사들은 두 점을 먼저 두고 두면 절예를 가끔 이기기도 하였지만, 이제는 두 점을 먼저 두고도 절예를 이길 수 있는 바둑기사는 거의 없다. 그렇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사람들의 바둑에 관심을 가진다. 그럼 알파고 이후 사람들의 바둑계는 어떻게 변했을까?

알파고 이후 바둑계에서는 크게 두 가지 변화가 일어났다. 첫째는 바둑기사들이 인공지능과 바둑을 두면서 실력을 쌓고 있다는 점이다. 즉 바둑 인공지능은 인간에게 바둑을 공부시키는 가장 뛰어난 스승이 된 것이다. 한국 바둑기사들은 바둑 인공지능을 통해 바둑을 학습하는 데 뛰어난 성과를 보였다. 중국은 절예라는 세계 최고의 바둑 인공지능을 만들기는 하였지만, 그 바둑 인공지능을 활용하여 가장 뛰어난 바둑기사들을 양성하는 데 성공한 나라는 한국이다. 뛰어난 인공지능을 만든다는 것과 그 인공지능을 학습의 도구로 잘 사용한다는 것은 다르며, 돈을 버는 것은 절예가 아니라 한국 바둑기사들이라는 점이다. 즉 인공지능을 잘 활용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둘째는 차상급의 바둑기사들이 정상급의 바둑기사들의 실전바둑을 바둑 인공지능의 도움을 받으면서 실시간으로 훈수를 둘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이다. 바둑 인공지능으로 학습하여 최상의 기량을 가진 바둑기사들도 인공지능이 없이 바둑을 두면 인공지능의 도움을 받은 차상급의 바둑기사보다 하수가 된다. 인공지능의 도움을 받은 차상급의 바둑기사들은 인공지능의 도움을 받지 못하는 최정상급의 바둑기사를 능가할 수 있다. 그리고 최정상급의 바둑기사들의 실전바둑보다 차상급의 바둑기사들이 인공지능을 활용하면서 최정상급 바둑기사들의 실전 바둑을 해설하는 바둑 중계가 더 재미 있다는 점이다. 바둑 중계를 대상으로 하는 새로운 바둑 생태계가 형성된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이것은 인공지능 바둑이 만들어낸 정석에 대한 인간의 독해력과 학습력을 강화해 주고 있다.

특이점 이후의 세계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 것인가?

알파고 이후의 한국 바둑계가 주는 교훈(2)

알파고 이후 바둑계가 바둑 인공지능이 인간 바둑기사를 능가하였음을 인정하였듯이, 트랜스포머라는 학습방법으로 텍스트, 영상, 음성 등 다양한 매체의 데이터들을 학습하여, 인간과 자연스럽게 대화하고, 인간처럼 시와 노래와 그림과 영상을 창조하는 인공일반지능이 사람들이 언어행위나 예술행위, 학술행위 등을 하는데 암묵적으로 인지하고 활용하는 문법들을 능가하는 새로운 문법체계를 학습하였을 수 있음을 인정하여야 한다. 그와 같은 인정 위에, 어떻게 하면 인공일반지능이 학습한 문법체계들을 학습하고 활용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 진지한 고민을 하여야 한다.

우선, 먼저 교육시스템에 대한 총체적인 개혁이 필요하다. 한국은 주입식 교육과 객관식 시험이라는 굴레에 갇혀 있다. 한국은 객관적인 평가를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객관식 시험을 보고, 객관식 시험에서 좋은 점수를 받기 위해 주입식 교육의 틀에서 벗어날 수 없었는데, 인공일반지능은 한국의 주입식 교육과 객관식 시험의 틀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해 줄 수 있다. 이제 시험은 객관식이 아니라 프랑스 바칼로레아 식의 시험 문제를 출제하고, 답안 평가에 대한 객관성을 확보하기 위해 채점은 채점에 특화된 인공일반지능에게 맡기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학생이나 학부모는 인공일반지능은 어떻게 채점을 할까? 인공일반지능으로부터 어떻게 하면 더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을까? 이에 대한 답을 얻기 위한 열풍이 불 것인데, 인공일반지능이 학습한 새로운 문법체계를 발견하고 학습하는데 이것보다 더 좋은 방법은 없을 것이다. 물론 인공일반지능이 제시하는 새로운 문법체계를 수용했을 때 우리 사회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 것인지에 대해 세심하게 고찰하고, 그것이 가져올 위험을 관리하는 시스템을 동시에 구축하여야 할 것이다.

인공지능시대의 학습의 주 대상도 변화되어야 한다. 현재는 인공지능시대에 대응하기 위해 컴퓨터와 소통할 수 있는 능력으로 코딩에 초점을 두는데, 중점을 두어야 할 대상은 코딩이 아니라, 인공일반지능이 막대한 데이터로부터 학습하여 정립한 새로운 문법체계들을 배울 수 있는 능력을 기르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학습의 현장도 바뀔 필요가 있다. 인공지능이 학습한 새로운 문법체계를 학생들이 스스로 공부하고, 이렇게 공부한 내용들을 학생들이 서로 토론하면서 서로의 기량을 높이고, 선생님은 인공지능을 실시간으로 활용하면서 지도하는 방식을 생각해 볼 수 있는데, 새로운 학습 현장 모델은 알파고 이후의 한국 바둑계에서 발전된 새로운 학습체계를 모델로 삼을 수 있다.

트랜스포머라는 방법으로 학습한 인공일반지능은 데이터의 량이 많을수록 더 높은 성능을 보여주기 때문에, 인공일반지능의 기초 모형 시장은 많은 데이터와 대용량 고성능 AI 반도체, 훈련에 필요한 막대한 전력 등 학습을 위한 물량 투자 경쟁 시장이 되어 있다. 인공일반지능의 기초 모형 시장은 규모의 경제를 가지는데, 이미 소수의 기업들이 그 시장을 선점하여 후발 주자가 진출하기 어렵도록 시장이 재편되고 있다. 한국의 기업들은 인공일반지능 기초 모형 시장에 후발주자로 진입하여 선두주자가 되기는 어렵다고 생각된다. 그렇지만, 인공일반지능 기초 모형 시장보다 더 큰 시장은 이 기초 모형이 발견한 새로운 문법체계를 학습하고 활용하는 시장이며, 이 시장은 아직 활성화되어 있지는 않아, 한국이 이 시장에서 승자가 될 수 있는 기회는 남아 있다.  

알파고 이후 한국의 바둑계는 최고의 바둑 인공지능을 만들어내지는 못했지만, 이것을 활용하여 최고의 바둑기사를 양성하면서 세계 바둑계를 제패하였듯이, 한국은 비록 인공일반지능 기초 모형 시장에서는 약세이지만, 의외로 이 기초 모형들이 학습한 문법체계를 학습하고 활용하는 데에는 강점을 가질 수 있다. 그렇게 하기 위해 우선 필요한 것은 인공일반지능이 이미 특이점을 넘어섰을 수 있음을 인정하고, 특이점 이후의 시대에 대응할 수 있도록 한국의 교육시스템을 총체적으로 재설계하는 것이다. 한국은 과연 특이점을 지난 인공일반지능 시대에 세계를 제패할 수 있는 인재들을 양성하는 국가가 될 수 있을까? 그렇게 될 수 있기를 간절히 희망한다. [이코노미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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