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도는 5억~20억달러...바이백, 재무부 의무 아냐
딜러들의 매도호가가 매수호가보다 높아 바이백 무산
장기 금리 하락 예상하면 국채 입찰 수익률은 하락
시장에선 연말 기준금리 세 번 인하 예상 가장 많아
[이코노미21 양영빈] 재무부는 5월부터 바이백을 실시하고 있다. 이번에 실시하고 있는 바이백(buyback)은 전형적인 시장에 있는 국채를 매입한 후 매각하는 방식은 아니다. 재무부는 이번 바이백을 유동성 제고를 위한 바이백으로 밝히고 있다. 10년물 국채를 예를 들어보자. 10년물 국채는 매달 중순 입찰을 하는데 이전에 발행된 국채는 이른바 헌(Off-the-Run) 국채가 된다. 가장 최근에 발행된 국채는 On-the-Run 이라고 부르며 이 국채의 유동성이 가장 높다.
재무부의 이번 바이백 프로그램은 딜러 은행으로부터 헌(Off-the-Run) 국채를 매입하고 딜러 은행은 On-the-Run 국채로 갈아타기를 하는 것이다. 재무부 바이백은 딜러가 보유한 국채 중에서 유동성이 낮은 국채를 유동성이 높은 국채로 바꾸는 프로그램이다.
5월부터 시작된 바이백은 한도가 많게는 20억달러, 적게는 5억달러다. 중요한 것은 바이백이 재무부의 의무가 아니라는 점이다. 재무부는 바이백 과정에서 딜러들이 제시한 가격 중 제일 낮은(따라서 수익률이 높은) 것과 재무부가 원하는 가격 사이를 비교해서 헌 국채를 매입한다. 딜러들이 제시한 가격이 재무부가 원하는 가격보다 높다면 재무부는 바이백을 하지 않는다. 즉 바이백은 재무부에게 의무가 아닌 것이다.
다음은 최근 바이백 결과를 보여준다.
파란 색 기둥은 한도가 20억달러인 경우고 녹색은 한도가 5억달러인 경우다. 7월 2일까지는 바이백 한도를 다 채웠지만 7월 10일 이후의 바이백은 한도를 채우지 못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특히 7월 24일에는 20억달러 한도였지만 재무부가 바이백을 전혀 실행하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재무부가 바이백을 하지 않은 이유는 나와 있지 않지만 딜러들의 매도호가가 재무부의 매수호가보다 더 높았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딜러들은 적어도 이 가격에는 팔아야 한다고 보고 있으며 재무부는 그 가격이 너무 높다고 본 것이다.
딜러들의 매도호가는 미래의 금리에 대한 예상이 담겨져 있다. 즉 딜러들은 10년물 국채를 재무부에 바이백 형식으로 되팔 때 미래의 금리 경로를 예상하며 매도 호가를 제시했고 재무부의 예상은 딜러들의 예상과 많이 어긋났던 것이다.
딜러들 또는 시장의 예상은 최근에 진행됐던 국채 입찰을 통해서 어느 정도 엿볼 수 있다. 다음은 7월 23일, 24일, 25일 있었던 2년물, 5년물, 7월물 국채의 입찰을 보여준다.
최근 입찰에서 발행량은 연준이 롤오버하는 것을 제외하고 2년, 5년, 7년물이 각각 690억달러, 700억달러, 440억달러였다. 위 그림의 녹색은 입찰 금액이다. 주황색 선은 입찰 당시 수익률을 보여준다. 파란색 선은 Bid-To-Cover(BTC) 비율로 입찰 참가자들의 사자 금액을 재무부가 제시한 팔자 금액으로 나눈 비율이다. BTC 비율이 높을 수록 입찰로 나온 국채의 인기가 높음을 의미한다. 또는 이것은 가격(수익률의 역수)에도 반영되는데 BTC가 높으면 수익률이 낮게 된다.
위의 그래프는 모두 한결 같이 BTC는 상승하고, 수익률은 하락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으며 최근 국채 입찰에서 국채가 인기가 높았음을 보여준다.
국채 입찰 수익률에는 크게 두가지가 영향을 준다. 첫째, 시장이 가지고 있는 향후 장기 금리의 향방이다. 둘째, 시장이 예상하는 앞으로의 국채 발행량이다. 장기 금리가 하락할 것으로 예상하면 국채 입찰 수익률은 하락한다. 반대로 재무부의 향후 국채 발행량이 예상치를 벗어나 더 많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면 국채 입찰 수익률은 상승할 것이다.
다음은 회계연도별 재무부의 국채 순발행 추이다. 파란색은 단기국채(Bills), 주황색은 중기국채(Notes), 녹색은 장기국채(Bonds) 순발행을 나타내며 검은색 선은 세 가지를 더한 재무부의 전체 국채 순발행이다.
회계연도 2020에는 순발행이 4조달러였다. 당시는 코로나 팬데믹을 위한 급한 재정지출이 필요했다. 순발행은 그 뒤로 감소했지만 회계연도 2023에 다시 2조달러로 늘었고 회계연도 2024에는 2.5조달러로 예상하고 있다. 특히 최근 2년간은 미국의 GDP 성장(평균 2.4%)과 고용(평균 실업률 3.8%)이 매우 좋은데도 불구하고 재정적자가 더 커지고 있는 것에 대해 시장은 많은 우려의 눈길로 보고 있다.
재정적자 또는 재무부의 국채 순발행량 증가는 국채 수익률을 올리는 방향으로 작용한다. 그러나 시장은 장기 금리의 하락에 더 큰 비중을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미 6월 FOMC에서 연준은 올해의 경제전망을 GDP는 2.1%, 실업은 4.0%, 기준 금리는 5.00 ~ 5.25%로 제시했다. 그러나 시장은 현재 연말 기준금리를 지금 수준에서 세 번 인하하는 것에 가장 큰 비중을 두고 있다.
다음 그림은 연방선물 가격으로 시장이 예상하고 있는 기준 금리의 분포를 보여준다. 12월의 기준금리는 450~475를 예상하는 것이 가장 높은 53.6%다.
이것이 바로 최근 있었던 입찰에서 BTC가 오르고 수익률이 떨어진 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동시에 재무부 바이백이 무산된 것으로도 연결된다.
재무부가 발행하는 국채량 보다도 향후의 장기 금리가 하락할 것으로 예상하는 것에 시장이 더 큰 비중을 두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현재 실업률은 4.1%, 어제 발표한 GDP 성장은 2.8%, 근원 PCE 인플레이션은 2.9%다. 6월 FOMC에서 예상한 것은 실업률 4.0%, GDP 2.1%, 근원 PCE 2.8%였다. 실업률을 제외한 나머지 두 개는 모두 기준 금리 인상 요인이다. 아마도 시장은 며칠 전 빌 더들리 전 뉴욕연준 의장이 발표한 당장 이번 7월 FOMC에서 기준 금리를 인하해야 한다는 주장에 손을 들어 주고 싶은 듯하다.
8월 2일에는 7월 실업률이 발표된다. 아마도 이 실업률과 9월 6일에 발표되는 실업률이 9월 FOMC(9월 17~18일) 금리인하와 경제전망의 중요한 척도가 될 것이다. [이코노미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