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의도했건 안 했건 ‘보이지 않는 손’은 그뒤 자유시장의 효율성을 주장하는 논거로 수없이 활용돼 왔습니다.
우리의 저녁식사는 푸줏간·양조장·빵집 주인이 자비심을 베푼 덕분이 아니라 그들 자신의 이익을 쫓은 결과라는 게 애덤 스미스의 관찰이었지요. 이처럼 각 개인이 자기 이익을 추구하는 것은 ‘보이지 않는 손’의 작용으로 인해 애초부터 사회적 이익을 증진시킬 것을 목적으로 한 행동보다도 오히려 더 효과적으로 모두의 이익을 증진시킨다고 그는 설명했습니다.
말 표현 자체가 주는 신비성에서 벗어나기 위해 ‘보이지 않는 손’을 현실에서 찾아본다면, 시장상인이나 유통업계 종사자들이 그와 가장 흡사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소비자를 찾는 생산자와 생산자를 찾는 소비자를 신속히 연결시켜주고 양쪽의 정보를 교류시키면서, 유통업계는 시장에서 ‘보이지 않는 손’의 기능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이런 제 역할을 확고하게 수행하는 유통업계는 소비자를 대신해 생산품의 질을 높여주는 동시에, 생산자를 위해 다양한 소비수요를 발굴해내는 일을 하게 됩니다.
우리나라 유통업계도 그동안 많이 발전해, 폭리성 유통마진 챙기기에 급급하고 상품 품질은 도외시하던 데서 벗어나 장기적인 고객관계를 중시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직은 백화점들이 입점업체로부터 받는 임대료 수입에 과도하게 의존하고 있는 등 구태의연한 영업관행이 도처에 많이 남아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게다가 시장개방과 정보기술의 발달은 국내 유통업계에 새로운 혁신을 강요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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