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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脈] 표준화와 헤게모니 싸움
[디지털脈] 표준화와 헤게모니 싸움
  • IT팀 김상범 기자
  • 승인 2001.07.11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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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5일 인스턴트 메신저 관련 9개 업체가 모여 정보기기통신협회(ICA) 출범식을 갖고 메신저 표준화에 나선다고 밝혔다.
연초부터 시작된 접촉이 드디어 결실을 맺고 닻을 올린 것이다.


인스턴트 메신저는 e메일의 뒤를 이어 인터넷 커뮤니케이션 도구로 급속히 확산되고 있는 소프트웨어이자 서비스다.
야후나 AOL, MSN 같은 외국 대형 포털사이트들은 물론 국내 유명 포털사이트들도 독자적인 메신저 서비스에 나서고 있으며, 전문 메신저 업체들까지 가세해 각축을 벌이고 있다.


인스턴트 메신저는 실시간 대화가 가능하고 파일 및 동영상 송수신, 인터넷폰, 휴대폰 메시지 전송기능까지 제공함으로써 e메일과 브라우저의 자리마저 위협하는 킬러 애플리케이션으로 주목받을 정도다.

그러나 커뮤니케이션의 총아라는 칭송을 받고 있으면서도 메신저는 치명적인 약점을 안고 있었다.
바로 표준화 문제다.
메신저 서비스 제공업체마다 서로 다른 프로토콜을 사용함으로써 메신저 간에는 통신이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e메일은 주소만 알면 상대방이 어떤 메일 솔루션을 사용하든 의사소통이 가능한데 비해, 메신저는 대화 상대와 반드시 같은 메신저를 사용해야만 의사소통이 가능한 것이다.
지난 5월 (47호)이 MSN코리아와 함께 메신저 사용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도 이런 호환성 문제가 가장 뜨거운 이슈라는 것을 보여줬다.
당시 조사에서 사용자들은 메신저의 단점으로 ‘호환성 부족’을 가장 많이 꼽았다.
이런 가운데 표준화를 위해 관련업체들이 모여 협회를 구성했다고 하니 눈길이 쏠리지 않을 수 없다.
그러면서도 이들의 표준화 노력이 과연 실효를 거둘 수 있을까하는 의구심이 떨쳐지지 않는 이유는 뭘까. 메신저의 호환성 문제는 국내에서만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은 아니다.
AOL, MSN, 야후 등 3대 인스턴트 메신저 업체들이 표준화를 시도하고 있다.
그러나 주도권을 뺏기지 않으려는 업체들 사이의 이해관계가 얽혀, 표준화가 표류를 거듭하고 있다.
국내 업체들간에도 이해관계가 얽혀 있기는 마찬가지다.
외국 3대 메신저에 밀려 30%에도 못미치는 시장을 놓고 아웅다웅하고 있으면서도, 표준화 논의는 필요성을 인정하는 수준 정도에 그쳤던 것이다.
메신저 표준화 논의가 국내외를 막론하고 지지부진한 이유는 그만큼 메신저 시장의 가능성이 크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먹을 것이 많다고 생각되면 독차지하고 싶은 욕심이 생긴다.
더구나 기술적 우위에 대한 자존심이 강하기로 소문난 정보기술 업체들은 업계 공동의 표준화보다는 업계 장악에 더 관심을 보여왔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자신이 우위를 점하고 있고, 점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시장에서 표준화에 적극적이었던 모습을 본 적이 있는가. 때문에 정보기술 시장에서는 업계 공동의 표준화보다 파워게임에서 승리한 자가 이끄는 ‘사실상의 표준’이 더 힘을 얻어왔다.
이번에 ICA에 참가한 기업들의 면모를 보자. 네이버컴, 디지토닷컴, 라이코스코리아, 미지리서치, 버디버디, 삼성전자, 새롬기술, 유니텔, 프리챌 9개 업체들은 나름대로 이름값을 하는 업체들이다.
하지만 메신저 시장에서만큼은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업체들이 아니다.
국내 메신저 시장마저 장악하고 있는 야후나 MSN 같은 업체가 이들의 표준화 동참요구에 선뜻 나섰을 리는 없다고 치더라도 다음커뮤니케이션이 잠시 관심을 보이다가 발을 뺀 것이나, ICA가 전략적으로 추진하고 있다는 휴대전화와 PDA 서비스를 위해 참가해줘야 할 이동통신사업자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지 않다는 점도 메신저 표준화의 앞날을 어둡게 하고 있다.
다음쪽은 ICA가 추구하는 정보가전 지향적 메신저 개발이 자신들의 전략과 배치됐다고 발을 뺀 이유를 대지만 선두의 여유가 후발의 조급함을 이해했을 리 없다.
이제 삼성전자에 눈길이 쏠리지 않을 수 없다.
삼성전자는 ICA의 실질적인 리더이자 향후 ICA 성패의 열쇠를 쥐고 있기 때문이다.
ICA의 궁극적인 목적은 디지털 정보기기와 연동되는 통합 메시징 서비스 개발이다.
결국 삼성전자가 얼마나 밀고 나가느냐에 따라 표준화 성패가 판가름 날 것이라는 얘기다.
ICA는 9월말까지 표준 프로토콜 1.0 버전을 선보이고 올해안에 모든 회원사가 연동을 마치기로 합의했다.
이후 삼성전자에서 통합 인스턴트 메시징 서비스를 지원하는 정보기기 단말기를 내년 1월에 출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후 디지털TV, 웹패드, 에어컨, 냉장고, DVR 등 정보기기로 확대 적용한다는 계획이다.
표준화와 관련된 파워게임의 종착지를 지켜보는 것도 정보기술 업계를 이해하는 또 하나의 재미가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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