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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와건강] 파워 임팩트에 무너진 치아
[골프와건강] 파워 임팩트에 무너진 치아
  • 이상엽(몸사랑치과 원장)
  • 승인 2001.03.21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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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봄은 날씨가 유난히 짓궂다.
산뜻하고 화사한 차림으로 봄기분을 냈다가는 이빨들이 추돌사고를 일으키기 일쑤다.
그렇다고 ‘아직은 촛불을 켤 때’가 아니라며 느긋하게 털외투를 입고 거리를 활보하자니 기분이 썩 내키지 않는다.

아마추어 골퍼들의 볼멘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나온다.
예년보다 무려 3주나 늦게 시즌을 오픈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작 울상을 짓는 이는 골프장 사업자들이다.
그들에게 춘설은 은막 뒤로 좀처럼 사라지지 않는 추한 모습의 노배우처럼 야속하게 느껴질 법도 하다.


골프 마니아라면 누구나 타수를 줄이는 데 촉각을 곤두세운다.
그러나 골프의 매력은 단순히 스코어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티샷한 공이 일직선으로 창공을 가를 때 그 호쾌함은 말로 표현하기에 역부족일 정도로 짜릿하다.
따라서 골퍼들은 비거리를 늘리는 것이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메이저리그의 박찬호 못지않게 요즘은 골퍼들도 많은 시간을 웨이트 트레이닝에 할애한다.
파워를 기르기 위해서다.
이는 여자선수들도 결코 예외가 아니다.
비거리는 클럽과도 연관이 있다.
최근 골프용품 시장에서는 켈러웨이의 빅헤드 드라이브인 ‘켈러웨이 ERCⅡ’가 단연 주목받고 있다.
곧 아시아에도 상륙한다고 하는데 비거리를 짧게는 30야드, 길게는 50야드를 늘릴 수 있다는 광고멘트가 벌써부터 골퍼들의 마음을 설레게 한다.
물론 믿거나 말거나다.
신체적인 조건과 힘을 적절히 싣는 스윙이 맞아떨어져야 장타를 칠 수 있다는 평범한 진리가 요원하게만 느껴진다.
어느 운동이나 마찬가지일 테지만 골프에서도 힘을 집중할 때 자기도 모르게 이를 악물게 된다.
그러나 과도한 힘을 주면 몸의 균형이 무너져 임팩트 때 힘이 실리지 않을 뿐만 아니라 치아에도 손상을 입힐 수 있다.
몇년 전 치과의사들 사이에서는 ‘교합안정장치’라는 일종의 ‘마우스피스’를 착용하고 골프 라운딩을 하는 것이 유행이었다.
이 장치를 쓰면 치아를 보호할 뿐만 아니라 비거리를 20~30야드 거뜬하게 늘릴 수 있다는 소문이 돌았다.
교합안정장치는 ‘턱관절증 환자’ 치료용으로 개발된 일종의 ‘턱위치 교정장치’이다.
마치 비아그라가 협심증 치료제에서 출발했던 것처럼 엉뚱한 데서 효능을 발휘한 셈이다.
실제로 이 장치를 입에 착용하면 맨 치아끼리 맞닿을 때보다 악력이 10%는 증가한다.
인체의 근육은 통일성이 있어 한곳이 최대로 수축하면 다른 모든 근육도 동시에 최대로 수축하는 성향이 있다.
즉 악력이 증가하면 임팩트할 때 관련 근육의 수축하는 힘 역시 커지는 것이다.
따라서 골퍼나 역도선수의 경우 기록이 10% 정도 향상되는 효과가 있다.
권투선수들이 착용하는 마우스피스 역시 마찬가지 원리다.
마우스피스는 충격으로부터 치아를 보호하는 역할도 하지만 상대 선수를 가격할 때 펀치의 파괴력을 높이는 데도 매우 효과적이다.
일상생활에서도 이런 원리가 적용된다.
진통이 시작된 산모에게 재갈을 물리는 것이 그 단적인 예이다.
일단 재갈을 물림으로써 너무 크게 비명을 지르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또 힘을 줄 때 치아를 보호할 수 있다.
게다가 재갈을 힘껏 깨물면 그만큼 아랫도리에 강력한 힘을 줄 수 있어 아기를 수월하게 낳을 수 있다.
지난해 6월경 부진을 거듭하던 박세리가 한국에 왔을 때 서울 시내의 모 치과에서 교합안정장치를 착용하고 환하게 웃는 사진을 신문에서 얼핏 본 기억이 난다.
그 후 미국으로 돌아가 출전한 첫 대회에서 보란 듯이 우승을 차지했다.
여러가지 조건이 합쳐져 나온 결과였겠지만 교합안정장치도 이에 한몫 단단히 안 했으리란 법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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