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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프로] 휴대전화 벨소리 기획 제작자 인포허브 김현태 주임
[나는프로] 휴대전화 벨소리 기획 제작자 인포허브 김현태 주임
  • 임채훈 기자
  • 승인 2001.07.11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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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소리 작곡가를 꿈꾼다
휴대전화 벨소리를 기획하고 직접 만드는 사람의 벨소리는 어떨까. 2분음표와 4분음표가 7초마다 도돌이표를 만나며 16화음의 아름다운 멜로디가 휴대전화를 타고 흘러나올 것 같다.
기차가 옆에 있는 듯 ‘칙칙폭폭’ 소리가 귓전을 때릴 것도 같고, 브라운아이즈의 ‘벌써 1년’이 잠시 눈을 감게 만들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인포허브 www.infohub.co.kr에서 벨소리를 기획하고 직접 편곡도 담당하는 김현태(27) 주임의 휴대전화에서 나오는 벨소리는 듣는 사람을 짜증나게 만든다.
좀체로 끊어지지 않으면서 듣는 이의 신경을 곤두세우게 하는 그의 벨소리는 전화를 받지 않고는 견디지 못하게 만든다.
“듣기 힘드시죠? 제가 만든 이 벨소리는 쇤베르크의 12음계를 응용한 거랍니다.
” 그는 잔뜩 기대에 부푼 손님 얼굴을 찌푸리게 만든 게 미안하다는 듯 쑥스러운 웃음을 지었다.
그러나 난해하기로 소문난 오스트리아의 작곡가 쇤베르크의 음악을 변주한 벨소리는 그의 구식 휴대전화기와 그럭저럭 어울리는 듯하기도 했다.
감각과 편곡 기술 동시에 갖춰야 그의 하루 일과는 인터넷 가요순위 사이트를 방문하는 것부터 시작된다.
새로 순위권에 진입한 노래를 발견하면 MP3파일을 다운받아 하나하나 들어본다.
귀로 노래를 들으면서 몸을 가볍게 흔들어보기도 하지만, 머리는 ‘이 노래가 벨소리에 적합한지, 벨소리로 만들면 몇명이나 다운받을지’를 계산하며 주판알을 튕기느라 정신이 없다.
“처음에는 인기곡 순위 상위권에 있는 노래는 무조건 벨소리로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인기곡 순위와 벨소리 순위는 상당히 다르더군요.” 그는 빠른 템포에 약간 높은 옥타브를 갖는 노래가 벨소리로 인기를 끌 수 있다고 설명한다.
브라운아이즈의 <벌써 1년>이 가요 순위보다는 벨소리 다운로드 순위에서 훨씬 더 높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다.
한때 남한 거리를 북한 거리로 착각하게 만들 정도로 인기를 끌었던 북한가요 <휘파람>과 <반갑습니다> 벨소리도 특유의 빠른 템포와 높은 음 덕분에 많은 다운로드 수를 기록했다.
모두 김 주임이 기획하고 제작한 것들이다.
지금은 누구보다 날카로운 눈과 섬세한 귀를 갖고 있는 김 주임이다.
하지만 그는 아직도 자신이 직접 만드는 벨소리 가운데 절반은 실패한다고 고백한다.
다운로드가 5천회 이상을 기록하면 ‘대박’이지만 그런 벨소리를 제작하기는 아직도 어렵다는 것이다.
어떤 곡은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누적 다운로드 수가 100곡이 채 안 되는 경우도 있다.
인터넷으로 한곡을 내려받는 데 250원이니까 2만5천원도 벌지 못하는 셈이다.
“늘 감각을 유지하고 있어야 합니다.
아무래도 나이든 분들이 벨소리를 다운받지는 않으니까요.” 하지만 감각이 있다고 모든 게 다 해결되는 건 아니다.
얼마 전 김 주임은 ‘뜬다’는 확신을 갖고 인기가요 하나를 벨소리로 만들었다.
누가 봐도 5천 이상의 다운로드가 가능해 보이는 곡이었지만, 어찌된 일인지 다운로드 수가 100을 넘지 못했다.
그런데 다른 업체에서 만든 똑같은 벨소리는 인기순위 1~2위를 내달리고 있었다.
“같은 노래로 만든 벨소리인 데도 이렇게 차이가 나다니.” 그는 다른 사이트의 벨소리를 들어보았다.
몇군데 음을 튕겨주고 템포에 강약을 설정한 것이 그가 만든 벨소리와 다른 점이었다.
“고객들은 아주 미묘한 차이도 그냥 넘어가지 않더라고요. 그 다음부터는 감각뿐 아니라 기술적인 면에도 많이 신경을 쓰게 됐습니다.
” 국내 벨소리 시장은 지난해 초부터 시작됐다.
최근에는 16화음의 벨소리까지 등장했지만 당시만 해도 1화음의 단조로운 멜로디가 벨소리의 전부였다.
지금처럼 고난도의 기술과 감각을 필요로 하던 시기가 아니었다.
당시 대학 작곡과 4학년이던 김 주임도 별 생각없이 아르바이트로 이 일을 시작했다.
당시만 해도 컴퓨터 음악을 조금 접해본 경험이 있으면 쉽게 일자리를 구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갈수록 업체끼리 경쟁이 심해지고 벨소리도 1화음에서 4화음, 16화음으로 점차 발전해 나갔다.
자연히 벨소리 제작자들에게도 조금씩 전문성이 더 요구되기 시작했다.
김 주임은 이전에 컴퓨터 게임의 배경음악, 효과음 작업과 방송국의 컴퓨터 음악, 뮤지컬의 배경음악을 만들며 실력을 쌓았던 것이 변화하는 벨소리 시장에서 일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
지금은 하루에 6곡을 별 어려움 없이 작업할 정도로 전문가가 되었다.
미묘한 차이가 주는 벨소리의 미학 김 주임은 요즘 벨소리를 만드는 재미에 푹 빠져 있다.
시장이 커가면서 자신도 함께 성장해온 것을 스스로 돌아보며 내심 뿌듯하다.
때로 지하철 안에서 자신이 만든 벨소리가 울릴 때면 그 사람에게 다가가 “이거 제가 만들었어요”라고 한마디 해주고 싶을 정도다.
최근 벨소리를 제작하는 업체들이 20여곳을 넘어서면서 조금씩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다.
시장이 커지면서 하루빨리 벨소리를 만들려는 일부 업체들이 다른 업체에서 만든 곡을 베끼는 일이 있기 때문이다.
아직 벨소리에 대해 저작권을 주장할 수 있는 시장 분위기도 아니라서, 김 주임은 그냥 보고만 있다.
개인의 양심에 맡길 수밖에 없는 것이다.
개인적인 고뇌도 있다.
벨소리를 만들면서 나름대로 창조의 과정이 들어가기는 하지만 기본적으로 완전히 자신의 음악은 아니다.
인기곡을 벨소리에 맞게 다듬고 가꾸는 것이 기본적인 일이라 100% 창작은 불가능한 상황이다.
그래서 비록 인기 다운로드 순위에는 들지 못하지만 때로는 자신이 직접 작곡을 하고 그 음악을 벨소리로 만들기도 한다.
“언젠가는 제가 직접 작곡한 벨소리가 다운로드 순위 1위를 차지할 날이 있겠지요.” 그때 그는 벨소리 기획자가 아닌 벨소리 작곡가로 불리게 될 것이다.
벨소리 기획·제작자가 되는 길
벨소리 기획자 또는 제작자라는 말은 아직도 일반인들에게는 낯설기만 하다.
지난해 초부터 벨소리 열풍이 시작되면서 새로 등장한 직종이기 때문이다.
최근 휴대전화 시장의 성장과 함께 벨소리 시장도 폭발적으로 커가면서 점차 인력에 대한 수요도 많아지고 있다.
인포허브 김 주임은 벨소리 제작자나 기획자가 되기 위해 꼭 음악을 전공할 필요는 없다고 말한다.
음악에 대해 관심이 있고 자신있게 다룰 줄 아는 악기가 있으면 충분히 이쪽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매번 악보를 확인하면서 작업할 정도로 시간 여유가 없기 때문에 노래를 듣고 바로바로 악보에 적을 수 있는 능력은 있어야 한다.
그리고 미디 소프트웨어인 케이크워크 따위를 다룰 수 있어야 한다.
국내에 관련 학원이 거의 없기 때문에 이전에 컴퓨터음악 작업을 해본 사람이 압도적으로 유리하다.
김 주임 같은 경우는 직접 기획을 하면서 벨소리도 제작하지만 일부 업체에서는 전문성을 키우기 위해 벨소리 기획자와 제작자를 분리해 운영하는 곳도 있다.
그런 경우 기획자는 음악에 대한 기술적 능력보다 감각이 더 중요하다.
시장이 크긴 했지만 아직 이쪽 인력에 대한 대우는 그리 좋은 편이 못된다.
업계에서 일하는 사람 가운데 연봉을 많이 받는 사람이라고 해봤자 2천만원을 조금 넘는 정도다.
때로 손이 달려 아르바이트 인력을 고용하기도 하는데 한곡 작업할 때마다 4만원 정도가 업계 표준 임금이다.
아직 정식직원보다 아르바이트 인력이 더 많은 것이 업계 종사자들의 불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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