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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크놀로지] 마이크로 정보저장 기술
[테크놀로지] 마이크로 정보저장 기술
  • 백문철 ETRI
  • 승인 2001.07.11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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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저장의 한계를 넘는다

홀로그램 저장, 원자현미경 원리 활용, 전자총 이용 기술 등 응용 연구 활발

문자·영상·음성 데이터로 이루어진 무수한 형태의 정보는 현대 사회를 구성하는 필수 요소로 진화하고 있다.
선사시대의 동굴벽화와 파피루스의 등장으로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인류 역사는 머리로 기억하는 것보다 더 오래 기억하기 위해 다양한 형태의 기록 방법을 개발해왔다.
특히 종이와 펜은 수천년 동안 문자와 영상을 기록하는 가장 중요한 정보저장 수단으로 군림했다.

단순한 형태의 그림에서 시작된 영상 정보 저장은 사진기의 발명으로 직접적인 형태의 기록으로 발전했다.
20세기에는 자석의 성질을 이용한 기록 방법이 고안돼 소리까지 저장할 수 있게 됐고, 같은 방법으로 동영상까지 저장하는 것도 가능해졌다.
20세기 중반 컴퓨터가 등장하면서 시작된 디지털 시대에는, 이제까지의 정보저장 방식과 전혀 다른 개념의 기록 방식이 정보 저장에 활용되기 시작한다.
그림·사진·글자로 이루어진 책의 정보를 실체 그대로 저장하는 스캐닝 방식은 여기서 논외로 하고, 자기테이프나 레코드판과 같이 정보를 전기적 신호로 변환해 저장하는 장치들만 살펴보기로 하자. 기존의 저장방식은 정보를 기록하고 담기 위해 정보 형태를 전류의 강약으로 변환시켜 자기테이프의 자기장 세기와 레코드판의 기계적 홈을 이용하는 방법을 썼다.
이에 비해 디지털 시대에는 전기 신호의 강약을 2진법 코드인 0과 1로 기록하는 방법을 쓴다.
모든 형태의 정보를 전기 신호의 강약으로 변환시키고, 그 값을 수치화해 2진 코드로 저장하는 것이다.
이 방식은 정보의 저장과 전달 과정에서 정보가 왜곡되는 일이 거의 없으며, 항상 같은 상태의 정보 품질을 유지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비디오테이프는 복사를 반복하면 화질이 떨어지지만 디지털로 저장된 CD의 음질이나 동영상 화질은 아무리 반복해 복사해도 품질이 그대로다.
디지털 저장은 복사·압축·전송의 측면에서도 매우 유리하다.
하드디스크 용량 9개월마다 2배 증가 정보저장 장치는 크게 세가지로 나눌 수 있다.
컴퓨터 중앙처리장치(CPU)에서 메인메모리와 캐시메모리로 사용되는 것이나 정보의 고속 저장에 사용되는 플래시메모리와 같은 반도체 저장장치, 하드디스크·광디스크처럼 반도체에 비해 속도는 뒤지지만 훨씬 많은 양의 정보를 저장할 수 있는 보조 기억장치, 그리고 자기테이프나 광자기테이프와 같이 방대한 양의 정보를 장기간 보존하기 위한 대규모 저장장치가 있다.
보통의 경우 정보저장 장치라고 말하면 디스크 장치와 관련된 보조 기억장치를 의미한다.
반도체 회로의 집적도가 18개월마다 두배씩 증가한다는 ‘무어의 법칙’은 256Mbit까지 잘 들어맞았고, 아직까지도 이 법칙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컴퓨터 하드디스크의 기록 용량은 9개월마다 두배씩 늘어나는 추세를 보이고 있고, 현재까지도 이 법칙에는 어김이 없다.
1960년 IBM이 하드디스크를 처음 내놨을 때 그 디스크의 저장 용량은 0.4Kbit/in2였고, 1톤 가까운 무게에, 크기는 2층 건물 높이였다고 한다.
그로부터 40년이 지난 현재 하드디스크는 70Gbit/in2 제품이 나와 있다.
이러한 저장 용량 확대 추세는 정보화 사회 진입기에 이미 예견된 것으로, 앞으로도 같은 추세가 유지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경제적 측면에서는 (그림 1)과 같이 단위 정보용량당 단가가 급격히 낮아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88년에는 Mbyte당 단가가 11.54달러였는데 98년에는 0.04달러로 떨어졌고, 2000년에는 0.02달러, 2002년에는 0.003달러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보 저장용량의 증가와 단가의 하락은 상호보상 효과를 가진다.
어쨌든 디스크 저장장치의 시장규모는 지속적으로 커져 2002년에는 50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하드디스크의 기록 원리는 아주 작은 자성체 입자들을 디스크 표면에 발라놓은 뒤 강한 자기장으로 각 자성체 입자의 자극 방향을 바꾸어 디지털 신호로 기록하고, 읽을 때는 자기헤드로 자성체 입자의 자기장 방향을 탐지하는 것이다.
기록과 저장의 밀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자성체의 기록 면적을 작게 만드는 것과 자기헤드의 정밀도를 높이는 게 가장 중요하다.
자성체를 너무 작게 만들면 자성을 잃어버리는 초상자성 한계(super paramagnetism)에 도달한다.
이때의 기록 한계는 200Gb/in2 정도로 보인다.
이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수직 자계 방식이나 거대 자기저항 헤드기술 등 신기술이 개발되고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2005년 안에 한계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CD와 DVD로 대변되는 광디스크의 경우 자기장을 사용하는 하드디스크에 비해 기록 밀도가 낮고 읽는 속도가 느려지는 단점이 있지만 정보 보존기간이 영구적이고 디스크를 드라이브에서 분리할 수 있기 때문에 가격이 싸다는 장점이 있다.
광디스크는 레코드판과 같이 이미 기록이 돼 있고 재생만 할 수 있는 CD, DVD-롬과, 1회 기록이 가능한 CD-R과 DVD-R, 그리고 반복적인 기록과 재생이 가능한 CD-RW, DVD-RW 등으로 구분된다.
이밖에 광자기를 결합한 광자기디스크 기술이 있는데, 이는 레이저광과 미세 자성체를 동시에 활용한 것이다.
이 기술은 레이저를 사용해 정보를 기록하고 판독하는 것이므로, 레이저의 파장에 따른 회절 한계 때문에 100Gb/in2 이상의 기록은 현재는 어려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에는 청색이나 자색의 단파장 레이저를 사용하거나 광의 회절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근접장을 이용한 정보저장 장치가 개발되고 있다.
청색/자색 레이저는 반도체로 제작하려면 기술적 어려움이 많고, 근접장은 디스크와 근접장 광원 사이의 간격이 수십 nm(나노미터)로 접근해야 하기 때문에 실제로 동작할 때 발생하는 여러 어려움을 극복해야 한다.
이 경우에도 궁극적으로 200Gb/in2 이상의 밀도를 구현할 수 없다고 알려져 있다.
상용화엔 상당한 시간 필요할 듯 이같은 정보저장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기존의 디스크 기록방식을 뛰어넘는 새로운 개념의 장치가 개발되고 있고, 그 상품화에 앞서 원천기술 개발에 박차가 가해지고 있다.
이 분야에서 특히 가장 관심이 쏠리는 것은 오래 전부터 연구가 진행돼온 홀로그램 저장기술이다.
이 기술은 3차원 입방체에 2차원 이미지 형태의 정보를 한꺼번에 저장한다는 개념이어서, 기록밀도는 수십 Tbit/in2 이상이 되며, 데이터 판독시간도 현재 기술에 비해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빠르다.
그러나 홀로그램 결정체의 제작 등에서 기술적 난관에 부딪힌 상태여서, 상품화는 2010년 이후에나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IBM은 최근에 원자 하나하나를 제어해 글자를 새기고 표면구조를 연구하는 정보저장 기술을 개발했다.
이는 AFM(Atomic Force Microscope)이라고 하는 원자현미경의 원리를 활용한 것으로, (그림 2)와 같이 디스크 대신 X-Y 방향으로 정밀하게 움직이는 저장매체를 이용한다.
32×32로 배열된 1024개의 미세한 2차원 탐침(stylus)을 구성하고 각각의 탐침에 수천~수만개의 디지털신호를 기록할 수 있게 한 장치다.
정보저장 방법은 탐침에 열이나 기계적 자극을 가한 뒤 미세하게 움직이는 저장매체에 작은 디지털신호를 기록하고, 판독할 때는 약한 힘으로 탐침의 움직임을 감지한다.
이 기법으로 500Gb/in2의 정보저장이 가능하며, 동시에 1024개의 신호를 처리할 수 있으므로 고속의 기록과 판독이 가능하다고 한다.
휴렛팩커드(hp)도 이와 유사한 방법이지만 기계적인 탐침 대신 미세하게 제작된 전계방출(field emission) 전자총을 이용하는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전계방출에 의한 전자빔은 레이저광에 비해 파장이 짧아 미세하게 집적할 수 있으므로 정보저장 밀도를 높일 수 있다.
미세 전자총은 반도체 가공기술을 활용한 미세기계전자(MEMS: Micro Electro Mechanical System) 기술로 가능하다.
이 기술을 적용하면 정보저장 밀도는 원자단위의 수준이 될 것이다.
그러나 이 기술은 해결해야 할 과제가 너무 많아 상용화에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정보화 사회가 계속되는 한, 취급해야 할 정보의 양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할 것이다.
그러므로 정보의 올바른 취사선택과 활용을 위해 방대한 양의 정보를 고속으로 검색하고 처리하는 기술이 미래의 경쟁을 좌우할 것이다.
정보저장 장치를 연구개발하는 일은 더 작은 공간에 더 많은 정보를 더 정확하고 빠르게 기록하고 저장하는 기술을 구현하는 방향으로 모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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