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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 소상공인 e비즈니스
[비즈니스] 소상공인 e비즈니스
  • 한정희 기자
  • 승인 2001.07.11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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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비즈니스 어떻게 하나요?”

5인 이하 사업장, 온라인 마케팅 방법 몰라 홈페이지 무용지물

인터넷의 세례를 받지 않은 곳이 없을 만큼 인터넷은 많이 대중화됐다.
하지만 그 혜택이 구석구석까지 분배되고 있지는 않은 것 같다.
인터넷의 혜택에서 소외된 대표적인 예가 소상공인들이다.
대체로 5인 이하의 작은 사업장을 운영하는 소상공인들은 오랫동안 오프라인에서 장사를 해왔고, 사람들의 일상생활과 가장 밀착돼 있다.
그런데 이들은 요즘 여러가지로 어려움에 처해 있다.
인터넷의 물결이 빠르게 밀려오는 것을 보면 조급한 마음이 들지만, 어떻게 손을 써야 할지 막막하다.
대부분 나이가 많고 생활도 아날로그적 방식에 익숙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형 유통업체들이 자본력으로 오프라인 시장을 직접 잠식해오고, 젊은 세대가 인터넷을 통해 상권을 떼어간다.
소상공인들은 뒤늦게 인터넷을 기웃거린다.
하지만 걸리는 게 하나둘이 아니다.



사례 1 “전략은 있는데 홍보할 방법이 없어요. 홈페이지가 있으면 뭐하나요? 알릴 방법이 없는데….” 속초 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생선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화진포식품 www.hwajinpo-fd.co.kr의 오제필(38)씨는 요즘 고민이 많다.
지역 특성을 살려 상품을 만들어냈지만, 그것을 알릴 방법이 없다.
그의 상품은 속초에서 나는 싱싱한 고등어로 만든 자반고등어다.
한번 먹어본 사람은 맛있다고 칭찬한다.
맛을 잊지 못해 다시 전화로 주문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래봐야 이틀 걸러 한번 꼴이다.
지난달에 만든 홈페이지의 홍보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
더 많은 사람들에게 홈페이지를 알릴 수 있다면 훨씬 많은 주문이 들어올 텐데. 사실 오씨도 처음엔 자반고등어를 온라인으로 파는 게 가능할까 싶었다.
흔하디 흔한 자반고등어를 사람들이 굳이 인터넷으로 주문해 먹을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엉뚱한 곳에서 계기가 만들어졌다.
지난해 여름 벤처기업을 한다는 한 친구가 속초에 놀러왔다.
오씨는 친구가 돌아갈 때 자신이 직접 만든 두부와 자반고등어를 선물로 주었다.
불과 며칠 뒤 이 친구는 다시 속초를 찾아왔다.
친구는 오씨에게 인터넷으로 자반고등어를 팔라고 제안했다.
하지만 오씨는 막막했다.
“그런데 친구가 그러더군요, 일단 홈페이지를 만들라고요.” 오씨는 친구의 도움으로 일단 홈페이지를 만들었다.
홈페이지만 만들면 된다고 생각했지만, 그게 아니었다.
더 중요한 것은 홈페이지를 어떻게 홍보할 것인가였다.
게다가 홈페이지를 관리하려면 누군가 꼭 컴퓨터 앞에 지키고 앉아 있어야 한다.
하지만 부인과 둘이서 사업을 하고 있는 오씨는 그럴 여력이 없었다.
“스티커를 만들어 붙일까 생각도 해봤죠. 여기는 전국 각지의 여행객들이 많이 찾아오는 곳이니까요.” 하지만 아직 엄두가 나지 않아 실행에 옮기지는 못했다.
동문회나 직장사보, 지역신문 등을 통해 홍보하는 방법도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자금도 없고 사업규모도 크지 않아, 당장은 알음알음으로 입소문을 퍼뜨리고 있다.
그가 일단 홍보만 되면 온라인으로 매출이 늘어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는 건 상품에 대한 자신감 때문이다.
화진포식품의 고등어는 싱싱하고 크다.
그리고 소금물이 아니라 바닷물에 직접 씻어내 비린내를 제거했다.
국산 소금을 쳐서 10시간 저온숙성시킨 것도 맛의 비결이다.
요즘 주부들이 생선 다루는 일을 싫어한다는 데 착안해 최대한 깨끗하게 처리하고 비린내를 제거했다.
하지만 이 상품을 많은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 맛보게 할 수 없으니 안타까운 노릇이다.
사례 2 양재동에 꽃 매장을 운영하면서 온라인 판매도 하는 꽃세계 www.2uflower.co.kr의 대표 유영일씨도 마찬가지 고민을 하고 있다.
유씨는 부인 최용숙씨와 함께 15년 동안 꽃을 가꾸어 팔아왔다.
IMF 위기도 용케 견뎌냈지만, 요즘 그보다 더한 위기의식에 시달리고 있다.
웬만한 상품들이 다 온라인으로 판매되고 있고, 특히 꽃은 다른 어떤 것보다 일찍 온라인 판매가 시작된 품목이다.
“온라인 판매의 필요성은 일찍부터 느끼고 있었죠. 하지만 컴퓨터를 켜는 방법도 모르니 엄두가 나지 않더라고요.” 부인인 최씨가 1999년 1월에 우연히 국민은행에서 주부를 대상으로 컴퓨터 교육을 한다는 것을 알고 용기를 냈다.
나이가 지긋한 주부인 그가 컴퓨터를 배우는 데는 적잖은 용기가 필요했다.
그럼에도 한달 동안 열심히 배웠지만, 생업이 바쁘다보니 배운 것을 활용할 겨를이 없었다.
처음에 최씨 부부가 온라인 사이트를 시작하기를 주저했던 것은, 그렇게 해서 광고효과가 얼마나 있을까 하는 것이었다.
온라인으로 꽃을 구매하는 사람들은 주로 10대나 20대일 텐데, 그들을 고객으로 삼기 위해 돈을 들여 온라인 사이트를 개설한들 전체 매출을 얼마나 더 올릴 수 있겠는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서 상당기간 사이트 개설을 미뤘다.
하지만 올해 들어서는 생각이 달라졌다.
당장의 투자효과에 상관없이 인터넷은 대세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죠. 그런데 우연히 홈페이지 제작을 하는 사람이 저희가 돌린 책받침 광고를 보고 연락을 해왔어요.” 꼼꼼했던 유씨 부부는 홈페이지 제작회사를 직접 방문해 상담한 끝에 계약을 했다.
사실 유씨 부부가 홈페이지 제작을 할 줄은 몰라도 꽃에 대한 감각은 있었다.
유씨 부부는 홈페이지를 디자인하는 과정에도 일일이 참여해 상의를 해가며 홈페이지를 만들었다.
그런데 문제는 거기서부터였다.
만든 홈페이지를 어떻게 알릴 것인가와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가 당장 문제로 떠올랐다.
배송문제는 예전부터 거래를 해왔던 물류회사가 있기 때문에 어려움이 없었다.
워낙 다른 꽃 사이트들이 많아 그들과의 차별점을 부각시키는 것도 과제였다.
“꽃은 웬만한 상품으로는 이제 눈에 안 차요. 소재나 스타일, 포장 등을 연구해서 ‘작품’을 만들지 않으면 안 되죠.” 꽃세계는 맞춤형 꽃을 판다.
고객이 원하는 색깔, 크기, 가격, 포장 등을 반영해 주문한 대로 맞춰준다.
하지만 홍보 문제에는 답이 없었다.
그래서 홈페이지를 제작해준 업체와 어떻게 홍보를 하면 좋을지 상의하고 있다.
홈페이지를 관리하는 문제도 만만치 않다.
“아직 워드 치는 속도가 느려서 그때그때 홈페이지 내용을 업그레이드하거나 고객의 질문에 신속하게 답변하지 못하고 있어요.” 최씨는 홈페이지 관리를 신속하게 하기 위해 워드 연습을 다시 하고 있다.
사례 3 홈페이지를 만들고 결제시스템을 갖추는 일은 어찌보면 소상공인들에게 그리 중요한 문제는 아니다.
제작대행사나 ASP(응용프로그램 임대) 업체들이 많이 있기 때문이다.
온라인 판매를 하고 싶어도 하기 힘든 이유는 마케팅쪽에 있다.
이 문제를 푸는 방법으로 여러가지가 시도되고 있다.
한 예는 이미 만들어져 있는 포털사이트의 브랜드 파워를 이용하는 것이다.
전남 보성에서 녹차김치를 만들어 파는 보성녹차김치의 오선택(37) 이사는 옥션이라는 경매사이트를 통해 마케팅 효과를 톡톡히 봤다.
일반 쇼핑몰을 이용할 수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이름있는 쇼핑몰들은 소상공인의 입주 자체를 받아들이지 않는다.
주문 규모가 작아 서비스 측면에서 소화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경매사이트는 입점에 별 제한이 없다.
독특한 아이템만 있으면 이벤트에 참여해 홍보효과를 증폭시킬 수도 있다.
옥션은 소상공인들이 입점할 수 있는 카테고리를 설정해놓고 있다.
오 이사는 이런 점에서 일반 쇼핑몰보다 경매사이트가 장점이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경매사이트는 실속있는 사람들이 모이고, 일반 시중가격보다 판매가가 저렴하지요.” 보성녹차김치가 옥션에 유리하게 진입할 수 있었던 것은 좋은 아이디어로 다른 상품과 차별성이 확보했기 때문이다.
“일단 아이템이 특이하니까 고객들이 관심을 보였어요. 그리고 제품의 신뢰도를 보여주기 위해 샘플을 보내고, 공장견학도 하게 했죠.” 보성녹차김치는 건강에 특별히 관심을 갖고 있는 현대인의 요구에 맞춰 녹차로 김치를 만드는 방법을 개발했다.
녹차의 떫은 맛은 제거하되 녹차의 장점을 최대한 살려 접목하는 방법인 것이다.
옥션의 스페셜 코너와 농수산물 유통 스페셜 코너에 자리잡게 된 보성녹차김치는 사람들에게 인기가 좋아 매출이 급신장했다.
처음엔 2명이 김치를 만드는 가내수공업 형태로 영업을 시작했지만, 제품 특성과 경매사이트를 통한 마케팅 덕에 지금은 하루평균 3000~3500㎏ 정도의 김치를 판매하고 있다.
사례 4 검색엔진을 이용하는 것도 사이트를 널리 알리는 손쉬운 방법이다.
검색엔진에 등록하면 품목별 분류항목에서 가장 적당한 곳에 상품이 올라가기 때문에 해당 상품을 찾는 사람들에게 곧바로 홍보가 되는 효율성을 얻을 수 있다.
온라인으로 제사상과 잔칫상 차림을 대신 해주는 예빈시 www.yebinsi.co.kr는 검색엔진에 등록하는 방법을 활용해 많은 주문을 유도하는 데 성공했다.
소상공인들이 e비즈니스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우선 독특한 상품의 개발이 필요하다.
화진포식품의 자반고등어는 비린내 나는 자반고등어를 깨끗하게 관리하고, 신선함이 유지되는 배송시스템을 갖춰 상품을 차별화했다.
꽃세계는 고객의 주문에 따라 꽃다발의 디자인과 크기, 가격을 맞춰주는 맞춤형으로 차별화를 시도했다.
보성녹차김치나 상차림은 소비자들이 관심을 갖고 있는 분야에 상품을 특화하거나, 틈새시장을 비집고 들어감으로써 좋은 성과를 올린 사례다.
하지만 이렇게 만든 상품을 잠재 고객들에게 어떻게 널리 알리느냐가 소상공인들에게는 최대 난관일지 모른다.
온라인 사업을 주된 사업방식으로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바로 이 난관을 돌파해야 한다.
얼마나 투자해 얼마나 수익을 낼 수 있을 것인가는 그 다음 문제다.
많은 소상공인들이 오랜 오프라인 경험과 특유의 상품을 갖고 있으면서도 당장 e비즈니스에 나서지 못하는 것은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브랜드 파워가 없는 소상공인들이 자신의 사업을 알릴 마케팅의 장이 인터넷에 만들어지지 않는다면, 당분간 그들 각자의 인터넷 홈페이지는 명함 한귀퉁이를 장식하는 소품 정도의 역할만을 계속해야 할 것이다.
소상공인 e비즈 활성화의 걸림돌들
소상공인은 현재 관련 법률상 5인 이하 사업장을 운영하는 사람들을 말한다.
이런 소상공인들은 대부분 가족단위 경영을 한다.
이들이 갖는 가장 큰 약점은 자리를 비울 수가 없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정부가 소상공인을 위한 정보화 교육을 지원한다 해도, 당장 가게를 비우고 교육장에 갈 수 없는 처지다.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의 조유현 정책총괄팀장은 현실적인 지원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한다.
“소상공인들에 대해서는 정보화 교육도 획일적인 교육보다는 각자 특성에 맞춰주는 현실적인 교육을 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나이가 많은 분들에게는 홈페이지를 만드는 방법을 가르쳐주는 것보다 정보화 마인드를 갖도록 인식을 바꾸어주는 것이 우선입니다.
물론 젊은 상공인들에게는 e비즈니스의 구체적인 방법론을 가르쳐줘야겠지요.” 소상공인들의 e비즈니스 시도에 걸림돌이 되는 또다른 문제는 인터넷을 통해 영업을 할 만큼 사업규모가 크지 않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홈페이지를 통해 온라인 판매를 하는 것 외에 영업관리나 고객관리 등의 업무까지 인터넷화하기엔 거래규모가 너무 작다.
당장 폭넓은 고객들을 상대로 사업을 정보화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소상공인들의 회의적인 시각도 장애물이다.
대부분의 소상공인들은 인터넷을 통한 사업확장이 추가매출을 가져올 것이라는 데 대해 매우 회의적이다.
인터넷으로 물품거래를 할 수 있는 거래처가 거의 없다고 소상공인들은 말한다.
나 홀로 인터넷화를 한다고 해서 될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조유현 팀장은 이런 소상공인들의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
“접점을 찾아볼 수 있겠죠. 예를 들어 소상공인들의 사업분야 가운데 정보화에 익숙한 세대나 그 세대를 쫓아가야만 하는 분야는 먼저 인터넷화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 젊은 세대가 주된 고객층인 분야의 소상공인들은 당장 e비즈니스를 시도해볼 수 있다는 것이다.
성공사례를 만들어내는 게 필요하다고 그는 말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성공사례만 있다면 다 뛰어듭니다.
인터넷으로 사업해서 돈을 벌었다고 하면 너나할 것 없이 다 따라갑니다.
‘정보화하면 사업이 되더라’하는 말이 돌도록 해야 합니다.
” 그는 홍보의 문제도 생각해보면 해결책이 적지 않다고 주장한다.
한 예로 관광사업을 하는 소상공인들을 지역별로 묶어 네트워크화하는 것만 이뤄져도 마케팅의 장이 펼쳐진다는 것이다.
“설악산 관광지 등 관광지역 단위별로 일단 지방자치단체에서 인터넷 장을 만들어주고 관련된 업종의 소상공인들을 묶어주는 것이죠. 숙박업, 음식점, 기념품 가게, 관광명소, 교통편 등을 연계시킬 수 있도록 지자체와 중소기업청, 정통부에서 협력하면 소상공인들이 어려워하는 홍보의 문제를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다고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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