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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경제] 최악 면한 MS, 뇌관은 여전
[해외경제] 최악 면한 MS, 뇌관은 여전
  • 최욱 와이즈인포넷 연구원
  • 승인 2001.07.11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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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소법원 판결로 기업분할 피했지만 윈도우XP 독점여부 아직 ‘태풍의 눈’ 미국 워싱턴의 콜럼비아 항소법원은 지난 6월28일 세계 최대 소프트웨어 업체인 마이크로소프트에 분할을 명령한 1심 판결을 기각하고, 이 사건을 지방법원으로 되돌려보냈다.
이번 심리에서 7명의 법관은 만장일치로 “1심 재판을 맡았던 토머스 펜필드 잭슨 판사가 언론에 부적절한 발언을 하는 등 마이크로소프트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다는 인상을 줬으며, 이로 인해 1심 판결의 공정성이 의문스럽다”고 밝혔다.
이런 판결은 회사가 둘로 나뉠 뻔했던 마이크로소프트로서는 기사회생의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마이크로소프트는 환영의 뜻을 밝히면서 대변인 성명을 통해 “분할이라는 먹구름을 걷어냈다”고 발표했다.
지난 10여년간 마이크로소프트를 괴롭혀왔던 소송이 일단 최대고비는 넘긴 셈이 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이번 판결이 단지 마이크로소프트에 전적으로 유리한 것만은 아니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항소법원의 판결이 마이크로소프트의 분할은 막았지만, 이 회사의 독점 행위 자체는 인정했다는 점 때문이다.
항소법원의 판결문 요지는 “마이크로소프트가 컴퓨터 운영체제(OS) 시장에서 독점을 유지하기 위해 경쟁을 제한하는 등 반독점법을 위반한 사실은 인정되나, 1심에서의 분할 판결은 재판의 공정성 측면에서 문제가 있다”는 것이었다.
이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위법사실은 인정하면서, 1심 재판의 과정상 문제점을 지적한 것에 불과하다.
또한 1심을 맡았던 잭슨 판사가 아닌 다른 판사에 심리를 맡김으로써, 분할이 아닌 다른 제재조처를 취하라는 뜻을 분명히 했다.
연방정부, 윈도우XP 면밀히 조사 마이크로소프트 기소를 주도했던 법무부는 이러한 사실을 강조하는 방향에서 반응했다.
법무부 대변인은 이번 판결에 대해 “항소법원이 마이크로소프트의 위법행위를 인정했다”고 환영하면서 “법원의 판결을 좀더 자세히 검토한 뒤 향후 대응방향을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싸움은 이제부터 시작이며, 충분히 승리할 수 있는 근거도 마련했다는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의 경쟁업체들 반응도 마찬가지다.
주요 경쟁업체들과 전문가들은 이번 판결이 오히려 경쟁업체들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수도 있다고 주장한다.
윈도우와 경쟁하고 있는 리눅스를 이용해 소프트웨어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레드햇은 “마이크로소프트가 운영체제 시장에서 반독점 행위를 했다는 점이 인정된 이상, 대안 제품이 부상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온라인 오디오·비디오 소프트웨어 부문에서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우 미디어 플레이어’와 경쟁하고 있는 리얼네트웍스 역시 이번 판결에 따른 혜택을 누릴 것으로 예상된다.
주식시장의 반응도 비슷했다.
항소심 판결 다음날 뉴욕 증시에서 마이크로소프트의 주가는 단지 2.25% 상승하는 데 그쳤다.
이는 친기업 성향의 공화당이 집권한 이후 항소심에서 마이크로소프트의 분할 결정이 기각될 것이라는 관측이 이미 오래 전부터 있어 왔다는 사실 때문이기도 하지만, 마이크로소프트가 위험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다는 데 대한 우려가 반영됐기 때문이기도 하다.
바다 건너에서 이 소송을 주시해오던 유럽연합(EU) 역시 이번 판결이 마이크로소프트의 독점행위를 규제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해줬다고 본다.
그동안 독자적으로 마이크로소프트의 반독점 행위를 조사해오던 유럽연합의 반독점 당국자들은 이번 판결을 계기로 마이크로소프트의 반독점법 위반행위에 대한 대응자세를 더욱 확고히 할 것으로 예상된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의 법률 대리인인 토마스 빈제 변호사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위법 사실이 인정됐기 때문에 사업규제에 대한 근거가 마련된 셈”이라고 밝혔다.
또 오라클 등 반 마이크로소프트 진영이 제휴해 설립한 ‘프로콤프’도 성명서를 통해 “이번 판결은 소비자, 경쟁업체, 그리고 업계의 혁신을 위해 올바른 것”이라며 “심리가 하급심으로 되돌려짐에 따라 마이크로소프트의 최신 제품들 역시 경쟁을 저해하고 있다는 사실을 진술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 셈”이라고 밝혔다.
여기서 최신 제품이란 마이크로소프트의 차세대 사업전략의 핵심인 윈도우XP를 겨냥한 말이다.
아직 시장에 출시되지도 않은 신제품도 반독점 소송에 휘말릴 수 있는 여지가 마련된 것이다.
윈도우XP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차세대 전략인 ‘닷넷’(.NET)과 밀접히 연관돼 있는 운영체제로, 그동안 PC에 머물러 있던 운영체제를 웹으로 확대한 것이다.
현재 마이크로소프트 매출의 약 70%는 PC에 탑재된 윈도우와 오피스 제품군이 차지하고 있으나, 그 성장세는 둔해지고 있다.
이런 상황을 예견한 마이크로소프트는 일찌감치 인터넷이 향후 사업의 주무대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는, 사업 역량을 웹으로 옮겨왔다.
그 결정판이 닷넷이며, 이를 실현하는 운영체제가 바로 윈도우XP인 것이다.
만약 지방법원이 다시 새로운 제재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윈도우XP의 독점법 위반 여부의 문제를 결부시킨다면 마이크로소프트로서는 엄청난 타격을 입게 될 것이다.
미국 코네티컷주와 아이오와주의 법무부는 “윈도우XP가 인스턴트 메시지와 오디오 플레이어 소프트웨어 등을 포함하는 것은 운영체제의 영향력을 다른 부문과 연계시키는 것”이라며 이미 선제공격을 가한 상태다.
또한 연방정부의 반독점 당국과 경쟁업체들도 윈도우XP의 반독점 여부를 면밀히 조사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법원에 윈도우XP 출시의 연기를 요청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설사 이들의 출시연기 요청이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하더라도, 요청 그 자체만으로도 마이크로소프트에는 타격이 될 것이다.
MS “법무부와 타협에 최선” 이처럼 이번 판결은 표면적으로는 마이크로소프트에 유리하지만, 잠재적으로는 법무부와 경쟁업체, 그리고 유럽연합 규제당국 등 반 마이크로소프트 진영에도 유리하다.
마이크로소프트가 회사분할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피해간 것만을 놓고 그리 좋아할 만한 처지는 아닌 것이다.
물론 이번 판결을 놓고 두 진영이 대법원까지 소송을 끌고갈 수는 있으나 그렇게 하자면 다시 엄청난 시간을 들여 지리한 법정공방을 계속해야 한다.
당장 하급심으로 되돌려진 이번 사건을 새로운 판사가 다시 심리하려면 막대한 분량의 예전 소송기록을 처음부터 재검토해야 하는데, 이에 소요되는 시간도 만만찮을 것이다.
따라서 마이크로소프트로서는 이번 판결을 계기로 법무부를 비롯한 반대파와 타협을 모색하는 길을 찾을 것으로 예상된다.
일부 전문가들은 “회사분할이라는 강제적인 해결책의 가능성이 사라졌기 때문에 법정 밖에서 타협이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으며, 의회 역시 부시 행정부가 나서서 타협점을 찾도록 촉구하고 있다.
일부 의원들은 “지금이야말로 행정부가 사태해결을 위해 협상을 벌일 수 있는 기회”라고 말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역시 이미 제스처를 보낸 상태다.
빌 게이츠 회장은 이번 판결이 내려진 다음날 “소송의 확대는 바람직하지 않으며 타협에 대해 매우 개방적인 입장”이라면서 “법무부와의 타협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확전을 원하지 않는다는 것을 공개적으로 천명한 것이다.
이런 점에서 볼 때 어쩌면 이번 판결이 노린 것도 타협일지 모른다.
법원이 관련 당사자 모두를 승리자로 만들어줌으로써 그동안 평행선을 달리던 양쪽이 접점을 찾을 수 있는 명분을 갖도록 해준 것이다.
그러나 어느 한쪽이 이번 판결을 자신만의 승리로 돌리면서 타협을 거부한다면, 양쪽은 또다시 언제 끝날지 모르는 지루한 싸움을 되풀이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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