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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자동차보험 자유화 파장 미미”
[포커스] “자동차보험 자유화 파장 미미”
  • 구경회 메리츠증권
  • 승인 2001.07.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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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해보험사들 보험료 내릴 여력 없고 손해율 개선돼 오히려 흑자전환 예상
오는 8월부터 자동차 보험료가 완전 자유화된다.
손해보험 업계나 언론에선 새로운 제도가 가져올 파장을 예측해보느라 여념이 없다.
지금까지의 언론 보도를 보면 자동차 보험료 자유화가 손보업계에는 악재로 작용할 것처럼 보인다.
회사별 보험료 차이가 커지고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보험업계의 수익성이 전체적으로 악화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일부에선 보험업계의 수익이 3~5% 정도 떨어질 것이라는 구체적인 전망까지 제시한다.


하지만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자동차 보험료 완전 자유화는 보험업계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는 게 필자의 판단이다.
손보사들이 보험료 자유화로 인한 손해율 악화를 걱정할 필요도 없고, 자동차 보험료를 일괄적으로 내릴 여력도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올해 회계연도(2001년 4월~2002년 3월)에 손보사들의 실적이 나아질 가능성이 훨씬 커 보인다.



보험료 인하 가능성 적어 우선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전반적으로 내려갈 가능성이 높다.
최근 실시한 운전중 휴대전화 사용 금지 조처와 안전벨트 단속 강화, 월드컵을 대비한 경찰의 전반적인 교통단속 강화가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올해 손해율이 약 3% 정도 개선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지난해 기준으로 손보사들의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73%를 기록했다.
대형 4사의 평균치는 71%였고, 7개 중소형사의 평균치는 78%에 이르렀다.
올해 손해율이 3% 정도 내려간다고 가정하면 대형사들의 손해율은 68% 안팎으로 여유가 있는 편이다.
물론 중소형사들은 여전히 75%로, 예정손해율(보험료 산정시 기준이 되는 손해율)인 72%를 웃돌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대형사들이 자동차 보험료를 내리게 되면 중소형사들의 수지가 어려워지게 된다.
게다가 지금은 국제, 대한, 리젠트 등 부실 3개 보험사의 처리가 진행되고 있다.
따라서 다른 손보사까지 경영이 어려워지는 것은 누구도 바라지 않고 있으며, 실제 이익이 되지도 않을 것으로 업계에선 판단하고 있다.
결국 자동차보험료는 전반적으로 인하되지 않을 가능성이 훨씬 크다고 할 수 있다.
올해 초 단종 보험사(한 종류의 보험상품만 취급하는 보험사)의 설립이 인가돼 일부에서는 기존 보험사들의 경쟁력이 약화되지 않을까 염려하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그렇게 볼 필요는 없다.
최근 자동차보험만을 전문으로 하는 디렉츠보험사가 인가를 받으면서 영업을 준비하고 있다.
이 회사는 사업비를 절감하면서, 기존 보험사 상품보다 10% 이상 싼 상품을 판매해 시장을 공략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자동차보험은 회사를 운영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 외에도 사고 보상에 대한 비용이 크게 들어간다.
따라서 현재 보험료 수준에서도 이익을 내는 회사는 그리 많지 않은 편이다.
지금보다 가격을 낮춰 판매할 경우 사업비를 어느 정도 줄인다 해도 한계가 있는 셈이다.
수지를 맞추려면 5년 이상의 긴 시간 동안 규모의 경제를 이뤄야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단종보험사의 신규 진입이 업계에 미치는 영향도 크지는 않을 전망이다.
오히려 올해부터는 대부분의 손보사들이 흑자로 돌아설 것으로 예상된다.
손보사들 수익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요인으로는 앞서 살펴본 자동차보험 손해율과 종합주가지수 등 두가지를 들 수 있다.
손보사들은 운용자산의 7.3%를 주식으로 운용하고 있어 주식시장이 손익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지난 회계연도 결산 시점인 3월 말 종합주가지수가 523포인트에 지나지 않아 주식 부문에서도 올해 손실이 발생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지난해 4개 대형사(삼성, 현대, 동부, LG)는 208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하지만 지금 추세라면 이번 회계연도에는 2941억원의 흑자로 돌아설 전망이다.
실제 올해 회계연도가 시작된 4월 이후 손보사들은 주식시장 회복과 자동차보험 손해율 안정으로 흑자 기조로 돌아서기 시작했다.
이는 주식시장에서도 반영돼 올해 4월 이후 보험주 강세가 확연히 드러나고 있다.
특히 금리 하락에 따른 채권 매매이익도 늘어나 큰 폭의 이익을 기록하고 있다.
손보사, 손익에 초점 맞춰 경영 이번 회계연도가 시작된 4월과 5월 두달 동안, 삼성화재는 942억원, 현대해상은 452억원, LG화재는 466억원, 동부화재는 303억원 등의 이익을 기록하고 있다.
물론 주가지수와 금리의 변화에 따라 투자영업 이익은 변동성이 크겠지만 흑자 기조로의 반전은 확실하다고 봐도 될 것 같다.
지난해 손보사들이 거액의 적자를 기록한 것은 자동차 손해율 상승으로 보험영업 실적이 악화된데다, 주식시장 침체로 주식평가손이 크게 발생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11개 원수 손보사(고객으로부터 직접 보험료를 받는 손보사)들은 경과보험료(일종의 매출 개념)가 12% 늘어났음에도 3천억원의 주식 관련 손실을 기록하면서 470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업체별로 보면 삼성, 현대, 동부, LG 등 대형사들 증가율이 13~20%의 고성장을 기록한 반면, 중소형사들은 보험료가 줄거나 최고 6% 성장하는 데 그쳤다.
대형사와 중소형사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국내 손보산업은 갈수록 손익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제 손보산업은 성장기를 지나 안정기로 접어들고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옛날처럼 무한 경쟁을 통해 매년 30%씩 보험료가 증가하는 고성장을 기대하기는 힘들다.
손보산업의 성장성이 낮아지는 이유는 우선 장기보험의 성장성이 둔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손보사에게 장기보험이 허가되면서 손보사들은 외형을 키우기 위해 장기보험 판매에 집중했다.
그 결과 외형은 커졌지만 각종 금리 변동과 주식시장 시황에 따라 손익이 크게 변동되는 리스크를 떠안게 됐다.
게다가 전반적으로 금리가 하락하고 있어 투자이익률이 예정이율을 넘지 못하는 사례가 일어나면서 손보사의 수익성이 떨어지기도 했다.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최근 손보사들은 저축성 장기보험을 거의 팔지 않고 있으며, 보험료도 인상하는 등 손익과 내실에 치중하고 있다.
자동차 보험료가 완전 자유화된다고 해서 이런 업계 기조가 크게 바뀔 것 같지는 않다.
온라인 보험, 거북이 걸음
자동차보험료가 완전 자유화되면 온라인 보험시장이 팽창할 것이라는 또다른 예측이 있다.
하지만 이런 전망이 맞아떨어질 것 같지는 않다.
지난해 리젠트화재는 온라인 전용 자동차보험 상품을 개발해 시장 확대를 노린 적이 있다.
하지만 그 성과는 매우 작았던 것으로 나타나 온라인 보험시장의 한계를 확인시켜줬다.
증권산업에서는 온라인 거래가 시작된 지 3년 만에 점유율이 67%에 이를 정도로 급성장했다.
이에 비해 보험산업에서 온라인 시장은 매우 발전속도가 더딘 편이다.
보험상품의 온라인 판매가 쉽지 않은 데는 몇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보험상품은 보험사의 적극적인 영업에 의존하는 경향이 있어 일반 금융상품과는 확연히 구분된다.
업계에서는 “보험은 ‘구입되는’(bought) 것이 아니라 ‘팔리는’(sold) 상품”이라는 말이 있다.
보험에 어떻게 가입하는지를 더듬어보면 이 말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국내 성인의 약 85%가 보험 가입자임에도 자동차보험처럼 의무적인 상품을 제외하고는 고객이 자발적으로 보험을 찾아 구매하는 경우는 드물다.
물론 최근 들어 온라인을 통한 자발적인 계약이 늘고 있지만 보험 계약의 속성상 증가속도는 느릴 수밖에 없다.
두번째로 보험사들은 설계사 조직과 대리점 영업 의존도가 매우 높다.
2000 회계연도에 설계사 조직과 대리점에 의한 보험계약은 전체 보험계약에서 각각 50%와 43%를 차지하고 있다.
따라서 보험회사들이 직판이나 온라인 판매에 주력한다면 기존 판매조직의 반발이 커질 것이다.
보험시장의 시장점유율이 영업조직 규모와 비례하는 현실에서 기존 판매조직의 반발을 감수하고 인터넷 판매에 주력할 회사는 많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리젠트화재는 기존 판매조직이 작았기 때문에 온라인 자동차보험 판매가 가능했다.
마지막으로 판매 채널에 따른 보험료 차등화가 금지돼 있기 때문에 온라인 보험 판매에 한계가 있다.
만약 같은 회사의 똑같은 자동차보험 상품을 온라인으로 계약할 경우 가격의 이점이 있다면 온라인 판매는 비교적 빠른 속도로 늘어날 것이다.
하지만 시장 가격제도가 문란해지는 것을 막기 위해 가격 차등화가 금지돼 있다.
이점이 온라인 거래의 결정적인 한계로 작용하고 있다.
기존 손보사들이 인터넷 상품을 적극적으로 판매하기 위해 별도 법인을 설립해 기존상품과 차별화하는 방법을 택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러한 현상이 일반화하려면 인식전환 등이 필요해 오랜 시일이 걸린다.
결론적으로 당분간 보험산업에서 인터넷의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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