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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머나먼 금융 IT 아웃소싱
[포커스] 머나먼 금융 IT 아웃소싱
  • 유춘희 기자
  • 승인 2001.07.11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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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 반발로 대부분 좌절… 기획 단계부터 직원들과 끊임없이 논의해야 제일은행은 최근 심각한 분열 사태에 휩싸였다.
미국계 투자펀드에 인수된 후 선진 금융기법을 한국 상황에 접목하면서 경영지표가 호전되던 이 은행에 한차례 회오리바람이 휩쓸고 지나갔다.
정보기술(IT) 부문을 분사해 아웃소싱을 추진한다는 계획에 노조가 크게 반발했고, 이에 경영진은 IT 아웃소싱 계획을 발표 보름 만에 없던 일로 거두어들인 것이다.
윌프레드 호리에 행장은 6월15일 아침 사내방송을 통해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경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직원의 의견을 존중하는 것이다.
금융시장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해서는 IT 아웃소싱이 필요하지만 직원이 원하지 않는다면 철회하겠다.
” 그는 바로 전날까지도 로비에서 농성을 벌이던 노조원들에게 “IT 아웃소싱은 세계적인 추세”라며 “경쟁력 강화를 위해 아웃소싱이라는 변화를 수용해달라”고 호소했다.
‘은행 경쟁력 강화’라는 커다란 목표 앞에서, 그가 하루 사이에 입장을 180도 튼 까닭은 뭘까? 미국과 멕시코에서 근무하면서 IT 아웃소싱을 경험한 호리에 행장은 임원들에게 아웃소싱의 효율성을 강조해왔으며, 이번 프로젝트에도 심혈을 기울였다고 한다.
그러나 노조와 전산담당 직원들의 반발이 누그러지지 않고 시간이 갈수록 거세지자 마음을 고쳐먹은 것이다.
경영 효율성·비용 절감이 목적 이번 제일은행 사건은 국내 IT 아웃소싱 시장에 많은 것을 생각케 했다.
제일은행의 아웃소싱이 실현됐다면 프로젝트 규모가 초대형이어서 국내 IT 업계에 긍정적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그러나 이 프로젝트는 무산됐다.
경영효율상 꼭 필요하다고 해서 추진된 계획이 노조의 반발로 쉽게 허물어진 데 대해 의아해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가 하면 아무리 목적이 훌륭하다 해도 절차와 방법에 문제가 있으면 정당성을 인정받을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IT 아웃소싱이란 기업이 정보 시스템과 애플리케이션을 구축, 개발, 관리, 운영하는 일의 일부 또는 전부를 외부에 위탁하는 것을 말한다.
IT 아웃소싱 전문회사가 보유한 첨단기술을 적시에 적용해 경영 효율성과 대외 경쟁력을 높이고, 전산실을 자체 운영하는 데 따른 비용을 줄이는 게 목적이다.
기업이 핵심역량을 강화하려는 경쟁우위 전략 아래서 추진된다는 점에서 아웃소싱은 단순한 외주나 하청, 도급과는 개념이 다르다.
우리나라에서 IT 아웃소싱은 시스템통합(SI) 회사가 추진한 시스템관리(SM) 개념이 시초다.
삼성SDS나 LG-EDS시스템, 포스데이타 같은 회사들이 계열사의 전산실을 통합운영해주는 방식이다.
진정한 의미의 IT 아웃소싱은 1997년 충남방적이 모든 전산자원을 한국IBM 전산센터로 옮겨서 대신 관리하게 한 게 처음이다.
이어 IBM은 대한항공·동국제강과 일괄 아웃소싱 계약을 맺었고, LG-EDS는 에스콰이어, 대우정보시스템은 신동방의 전산시스템을 관리 운용해줬다.
한국 IT 아웃소싱 시장은 IMF 체제 이후 특히 금융권에서 높은 관심을 나타내면서 시장이 형성됐다.
초기에는 시장이 급격히 확산될 듯한 조짐을 보였으나, 이내 수그러들었다.
현재 대표적인 토털 아웃소싱 실행업체는 대여섯 군데에 불과하고 그것도 2~3년 전 실적 수준에 머물러 있다.
금융권에는 아웃소싱을 야심차게 준비했다가 좌절한 사례가 많다.
지금까지 공개적으로 아웃소싱을 추진하다 중도에 하차한 사례는 국민은행 금융그룹, 한빛은행, 농협중앙회, 하나은행, 우리금융 지주회사 등이 있다.
합병은행간 불협화음이나 조직원의 반발로 성과 없이 꼬리를 내렸다.
제일은행의 논의과정이 다른 은행들의 눈길을 끌었던 이유는, 비슷하게 추진하다 실패한 전례를 과연 뒤집을 수 있을지에 대한 관심 때문이었다.
기업들이 아웃소싱을 계획했다가 없었던 일이 된 것은 대부분 ‘내부 반발’ 때문이다.
그러나 IT 아웃소싱 옹호론자들은 아웃소싱이 “기업 경쟁력 강화의 지름길”이라고 주장한다.
고려대 경상대 이광현 교수는 “아웃소싱을 통해 기업은 ‘비용 절감’과 ‘핵심사업 역량 집중’ 효과를 동시에 얻을 수 있다”고 말한다.
그는 “IT 전문업체가 전산업무를 총괄함으로써 기업은 IT 자산의 효율성을 높이고, 전산업무에 투입된 시간과 인적자원을 전략적 사업에 돌려 투자할 수 있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경영적인 측면에서 IT 아웃소싱은 기업 인수합병 등 급격한 변화에 대한 탄력성을 제공하고 투자위험도 최소화할 수 있는 대안이라고 그는 말한다.
국민은행과 주택은행 합병시 일부 전산실 직원들이 태업하는 바람에 전산실 통합에 비상이 걸리고 업무가 마비됐던 사태도 아웃소싱을 미리 도입했다면 막을 수 있었다는 게 아웃소싱 전도사들의 논리다.
노조, 사측 논리 조목조목 반박 이렇게 좋은 경영전략을 조직원들은 왜 반대하는 걸까. 전산실 직원들은 우선 아웃소싱 도입의 효과에 의문을 제기한다.
특히 ‘비용 절감’론에 정면으로 반박하는 사람들이 많다.
한 은행 정보시스템센터의 K차장은 ‘자리를 보존하기 위한 억지’를 쓰고 있다는 경영층의 주장에 대해 “몰라서 하는 소리”라고 일축한다.
그는 “아웃소싱이 인소싱보다 기업 경쟁력을 쇠퇴시킬 가능성이 더 크다”고 반박한다.
“SI 업체나 대형서버 공급업체들이 비용 절감이라는 허울을 씌워 돈벌이에 나서기 위해 초기에는 효과적인 코스트를 제시한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기업의 핵심인 정보센터를 장악하게 되고, 결국은 이들 업체의 횡포에 시달릴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IT에 대한 이해가 높지 않은 경영자가 초기의 대차대조표만 보면 혹할 수 있지만 나중에 나타날 문제에 대해선 인식이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제일은행 이창림 노조위원장도 자리를 보존하려는 식의 무조건 반대는 아니었다고 반박했다.
이 위원장은 전산 관련 직원의 자유로운 부서 이동이나 자회사 합류를 보장받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끝까지 반대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로 그는 “외국계 펀드가 대주주인 상황에서 독자적인 전산망을 갖지 못한다면 고객의 금융정보를 그들에게 넘겨주는 것이고, 이는 국부유출과 연결된다.
IT는 금융기관 수익창출의 핵심수단으로 반드시 지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웃소싱에 가장 적극적인 은행권이 실제 성공사례가 드문 이유에 대해 전문가들은 금융업무의 특수성을 거론한다.
금융 IT는 고객계좌와 거래를 관리하는 계정계 업무와 고객정보를 기반으로 각종 서비스를 제공하는 정보계 업무가 잘 합쳐져야 한다.
따라서 금융업무의 특성을 이해하지 못하고 경험이 부족한 외부 업체에 맡기면 IT는 잘 운용할지 모르지만 정작 중요한 비즈니스에서는 낭패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인터넷 뱅킹이나 사이버 주식거래처럼 서비스 자체가 곧 IT인 상황에서 전산인력이 금융업무에 대한 이해가 높아야 하는데, 외부 IT 전문인력은 그렇지 못하다는 얘기도 한다.
또 한가지. 금융권 종사자들은 최근 몇년 동안 고용불안에 떨며 살았다.
그래서 아웃소싱을 바라보는 시각이 남다르다.
특히 한국에서 아웃소싱 논의는 IMF 경제위기 때 구조조정 차원에서 시작된 터라 ‘아웃소싱은 곧 인력감축’이라는 등식이 이들에게 각인돼 있다.
실제로 당시 많은 대기업들이 아웃소싱을 단행하면서 자체 인력을 줄인 사례가 있기 때문에, 금융권에서는 이에 대한 시각이 부정적이다.
게다가 두차례나 구조조정을 거친 은행원들은 자신들이 항상 희생양이라는 피해의식에 젖어 있다.
IT 아웃소싱이 성장 잠재력이 높은 비즈니스라는 데는 이견은 없다.
한국IBM의 김창기 부장은 “이제까지는 말도 꺼내기 어려웠던 아웃소싱이란 단어가 관계자들 사이에서 들먹여지기 시작한 것만 보아도 상황은 많이 달라진 것”이라고 말한다.
그는 “전산인력 부족과 전산비용 증가를 해소하기 위해 아웃소싱 도입은 1~2년 뒤 한국에서도 보편화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IT 아웃소싱 시장은 잠재력이 높은 대신 걸림돌도 많다.
최근 일부 IT 업무만 아웃소싱을 추진하다 유보한 한 금융업체 관계자는 우선 ‘시스템 부재’를 지적한다.
“아웃소싱에 대한 대가의 기준이 서비스 기업마다 다르고, 사고시 손해배상 규정 같은 것도 법적 보장이 안 돼 있다.
기껏해야 공급업체가 작성한 약관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불합리함을 발견했다.
그리고 서비스 업체를 적절히 통제할 수 있는 보장책이 미흡한 걸 느꼈다”고 전한다.
평화은행 사례, 시사하는 바 커 그러면서 그도 역시 ‘직원의 반대’를 최대의 장애로 지적했다.
이 회사의 다른 관계자는 “항상 문제는 사람이다.
관련 직원들로부터 합의를 얻어내는 일이 가장 힘들다”고 토로한다.
이 회사는 기득권에 편승한 해당 부서의 반대가 워낙 거세 일단 ‘유보’라는 냉각기를 설정했다.
그러나 계획을 완전 철회한 건 아니라고 한다.
대신 그는 의미심장한 말을 했다.
“처음부터 노사가 이 문제를 놓고 진지하게 토론했어야 했는데 그 과정이 투명하진 못했다”고 했다.
아웃소싱은 속성상 내용을 공개하지 않고 비밀스럽게 추진하다 마지막 순간에 발표해도 성공할까 말까 한 ‘음지성 프로젝트’다.
추진 과정에서 정보가 새나가면 종업원 설득이 더 어려워진다는 건 상식이다.
그러나 뭔가 숨기는 듯한 느낌을 주면서 일을 처리하면 종업원들은 ‘배경’이나 ‘흑막’을 먼저 생각하고, 결국 걷잡을 수 없는 파국으로 치닫는다.
이번 제일은행 사건이 그 대표적 사례다.
국내 은행권의 아웃소싱 사업 중 그나마 성공한 축에 드는 평화은행 사례는 아웃소싱을 준비하는 경영진과 고용자들에게 의미하는 바가 크다.
평화은행 역시 내부 반발에 직면했지만, 금감원의 구조조정 이행 여부에 따라 은행 존폐가 걸려 있다는 절박한 시각으로 접근함으로써 결국 노조와 사용자가 공감대를 형성했다.
평화은행은 삼성SDS와 합작해 만든 ‘넥스비텍’에 아웃소싱을 맡겼다.
아웃소싱이 난관에 부닥친 금융회사 관계자는 “계약은 체결될 때까지 계약이 아니라면서 모든 걸 부인하고, 완전 서명하기 전에는 직원에게 어떤 정보도 제공하지 않으려 한 경영자 태도가 문제였다”고 말한다.
그는 “비밀이 지켜질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오산이고, 뭐든지 숨기려는 시도는 대부분 실패한다”면서 직원들의 신경을 건드리는 경영진의 비밀주의를 비판했다.
좀 지루하더라도 투명한 논의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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