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춤형 육아정보 서비스로 탄탄한 커뮤니티 구축…LG벤처 투자 5억원 출자
해마다 72만명이 결혼하고 64만명의 아기가 태어난다.
육아와 아동 관련 산업의 시장규모는 연간 30조원, 국민총생산의 10%에 이른다.
인터넷이 이 황금시장을 놓칠 리 없다.
지난해 통계로, 0~7세 유년기 아이들을 키우는 600여만명의 부모들 가운데 200여만명이 인터넷을 사용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 수치는 올해 안에 절반에 가까운 300여만명으로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이제 누가 이 시장을 선점하고 장악하느냐가 관건이다.
여성과 주부를 겨냥한 사이트들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나고 있지만 다들 돈버는 방법을 몰라서 아우성이다.
LG벤처투자는 이 백가쟁명의 와중에서 이페어런팅 www.e-parenting.co.kr을 찾아내고 두차례에 걸쳐 5억원을 출자했다.
이페어런팅은 올해 1월 서비스를 개시한 육아정보 포털 사이트로 반년 만에 하루 방문자 수가 2만5천명에 이르는 인기 사이트로 부상했다.
LG벤처투자 강나루 책임심사역은 이페어런팅이 이미 한차례 시장의 검증을 거쳤다고 판단하고 이달 중에 5억원 가량을 추가로 출자할 계획이다.
강 심사역은 이페어런팅의 1일 재방문 비율이 35%에 이른다는 점에 주목했다.
한번 얽혀들면 좀처럼 빠져나오기 어려운, 끈끈한 유대관계를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고 평가한 것이다.
옆집 아줌마는 잘 알지만 정작 전문가들은 뜬 구름만 잡기 일쑤다.
이페어런팅은 아기를 키우면서 부딪치게 되는 100가지의 상황을 설정하고 각각 별도의 게시판을 운영하고 있다.
일례로 ‘대소변 가리기’라는 게시판에는 일부러 기저귀를 갈아주지 않는 방법, 쉬하는 시간을 맞추는 방법, 낡은 내복을 이용하는 방법 등 구체적인 적용사례들이 가득하다.
‘변비’라는 게시판에서는 응급처방과 각종 민간요법, 변비치료에 좋은 음식과 특효약을 찾을 수 있다.
선배들의 갖가지 노하우와 경험담을 참고하거나 직접 조언을 구할 수도 있다.
하나하나가 다른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이페어런팅만의 차별화된 콘텐츠들이다.
6월 말 기준으로 이페어런팅의 게시물은 1만5천개에 이른다.
날마다 300여개가 새로 등록되고 있다.
사용자들이 늘어날수록 콘텐츠는 더욱 풍부하고 다양해질 전망이다.
사용자들은 이곳 저곳을 뒤적거리다가 아무런 감흥도 없이 훌쩍 떠나버리기 십상이다.
정보의 분량이나 내 용보다는 정보를 어떻게 선별해서 어떻게 전달할 것인가가 중요하다.
이페어런팅은 철저하게 일대일 맞춤형 서비스를 지향한다.
가입 초기에 자녀의 생년월일을 입력해두면 아이의 성장단계에 맞춰 꼭 알아야 할 정보들이 제공된다.
이를테면 1살 아이에게는 젖떼는 방법을, 2살 아이에게는 말 시키는 방법에 대한 정보를 제공한다.
'아기가 아플 때’라는 게시판을 들여다보는 사용자에게는 체온계의 상품정보를 제공하고, 출산을 앞둔 부모에게는 분유 광고를 보여준다.
이밖에 첫 외출, 목욕, 뒤집기, 걸음마 등의 1천여가지 상황을 설정하고 아이의 성장단계와 부모의 취향에 따라 다양한 맞춤 서비스를 제공한다.
정보를 늘어놓지 않고 꼭 필요한 정보를 꼭 필요한 사람에게 전달하는 것이다.
10만명이 서비스를 이용한다면 10만명의 서비스가 각각 다르게 구성된다.
가족 구성과 아이들의 연령에 따라 필요로 하는 서비스와 구매성향이 다르기 때문이다.
데이터베이스를 뒤져 필요한 정보를 취합하고 우선순위에 따라 페이지를 구성하는 일은 자바 프로그램이 맡는다.
자신이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정확히 꿰고 있는 이페어런팅의 맞춤형 서비스에 사용자들은 깜짝 놀라고 감동받는다.
문제는 막대한 광고비를 지출하고 기저귀나 가계부, 젖병 따위를 무더기로 살포하는데도 직접적인 매출 증대가 뒤따르지 않는다는 데 있다.
가계부는 잘 쓰면서도 정작 슈퍼에서는 다른 회사 분유를 집어든다.
이 회사의 고객정보는 빈약하기 짝이 없다.
기껏해야 주소와 이름 정도를 기억할 뿐이다.
불특정 다수에게 분유를 사라고 홍보하고 있는 셈이다.
이페어런팅에서는 분유를 필요로 하고 또 실제로 분유를 구입하는 계층을 정확히 추출해낼 수 있다.
보행기를 구입하고자 하는 사람들이나 텔레토비 인형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도 정확하게 구분할 수 있다.
이페어런팅은 이미 확고한 시장기반을 형성하고 있는 것이다.
이페어런팅은 이들에게 직접 제품을 판매할 수도 있고, 제품 판매를 중개할 수도 있다.
이페어런팅의 수익모델은 크게 전자상거래와 광고매출, 중개수수료로 나뉜다.
전자상거래가 70% 가량을 차지하고 광고매출과 중개수수료가 각각 15% 정도를 차지한다.
전자상거래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각각 3대 1의 비율로 나뉜다.
올해는 15억원 매출에 12억원의 당기순손실을 예상하고 있으나 내년부터는 90억원 매출에 6억원의 당기순이익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LG벤처투자의 강나루 심사역은 사업이 본궤도에 접어드는 2004년에는 매출 290억원에 당기순이익은 60억원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신생아에서 7살 아동을 위한 ‘0to7.com’에 이어, 하반기부터는 유년기 아동을 위한 ‘8to12.com’을 추가로 개설할 계획이다.
그러나 애초 계획했던 ‘13to18.com’은 별 성과를 내지 못할 것으로 보고 사업계획을 전면 보류한 상태다.
장기적으로는 ‘onfamilly.com’이라는 가족 포털 서비스를 개설하고 가족과 생활에 대한 모든 정보를 제공할 계획이다.
회원 수도 올해 12만명(목표치)을 시작으로 2004년에는 100만명까지 늘어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페어런팅의 김태균 사장은 “결국은 포털 서비스가 최종 목표가 되겠지만 우선은 탄탄한 커뮤니티를 확보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고 말한다.
포털을 먼저 만들어놓고 세부적인 채널을 확보하는 게 아니라 세부적인 서비스에서 출발해 튼튼한 포털 서비스를 준비하겠다는 것이다.
굳이 경쟁상대를 찾는다면 최근 들어 우후죽순으로 생겨나고 있는 여성전문 포털 서비스들이 될 것이다.
김 사장은 여성전문 포털 서비스들을 “웹진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라고 평가절하한다.
잡다한 정보만 나열돼 있을 뿐 사용자들을 감동시킬 만한 특화된 서비스가 없다는 것이다.
이페어런팅이 최대의 경쟁력이라고 자부하는 맞춤형 정보 서비스는 시스템 구축에만 6개월이 소요됐다.
지난 6개월 동안의 시행착오까지 고려하면 이페어런팅은 후발업체에 비해 적어도 1년 이상은 앞서 있다고 볼 수 있다.
LG벤처투자 강 심사역은 차별화된 콘텐츠와 1년의 선점효과가 이미 확고한 진입장벽을 형성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했다.
그만큼 자신감이 있다는 이야기도 되고 매사에 신중을 기한다는 이야기도 된다.
김 사장은 투자위험을 감당하고 적어도 5년은 꾸준히 기다려줄 수 있는 투자자를 물색한 끝에 LG벤처투자를 선택했다.
LG벤처투자의 강 심사역은 “비즈니스 모델보다는 경영진을 보고 투자를 결정했다”고 말한다.
김 사장은 나래이동통신 경영기획팀에서 4년간 근무한 마케팅 전문가다.
김 사장의 민첩한 상황판단력과 친화력, 원만한 대인관계를 LG벤처투자는 높이 평가했다.
대부분의 인터넷 콘텐츠 업체들이 수익모델 찾기에 고심하고 있는 가운데 서비스 개시 6개월 만에 달성한 성과치고는 기록적인 결과가 아닐 수 없다.
LG벤처투자의 강 심사역은 “이페어런팅은 이미 안정적인 사용자층을 확보하고 내실을 기하는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평가한다.
문제는 역시 ‘어떻게 수익을 창출할 것인가’로 귀결된다.
우선은 사용자 인터페이스를 개선해 커뮤니티를 강화하고 광범위한 콘텐츠를 확보해 진입장벽을 더욱 공고히 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사용자들에게 거부감을 주지 않으면서 전자상거래를 자연스럽게 도입하는 일이다.
수많은 전자상거래 업체들이 쉽게 풀지 못한 과제를 이페어런팅도 떠안게 된 것이다.
성패는 일대일 맞춤형 서비스를 어떻게 전자상거래에 효율적으로 적용할 것인가, 사용자와 제품을 얼마나 정확하게 연계할 것인가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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