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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공개] 누리텔레콤
[기업공개] 누리텔레콤
  • 안정진
  • 승인 2000.07.12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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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침원 여러분! 앉아서 일하세요
한국전력의 원격검침 사업에 참여
누리텔레콤은 한국전력이 벌이고 있는 원격자동검침시스템(Power Automatic Meter Reading) 사업에 참여하면서 일반인에게 이름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원격검침시스템이란 검침원이 직접 현장을 방문하지 않고 전화선, CATV, 무선이동통신망 등을 통해 원거리에서 자동으로 검침하고, 요금을 산정하는 시스템을 말한다.
이 시스템을 사용하면 검침의 정확성을 더할 수 있고, 원거리에서도 고장 발견 및 수리가 가능해 업무가 빨라진다.

현재 LG산전, 일진전기, 금호미터텍, 대한전선 등이 전자식 전력계량기를 만들고 있지만, 회사마다 서로 다른 통신 프로토콜을 사용한다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누리텔레콤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현재 한전에서 사용중이거나 도입예정인 모든 전자식 계량기를 원격검침할 수 있는 인터페이스 프로토콜 모듈을 개발했다.
이제 제작사가 다른 계량기까지도 통합검침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최근에는 무선으로 검침하는 이동통신단말기(제품명:Power-SCUw)까지 개발했다.
누리텔레콤은 원격자동검침 사업으로만 상반기에 45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 회사 조송만 사장은 “원격검침시스템은 전력에만 국한되는 사업이 아니다”며 “수도나 가스 등의 검침에도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수자원공사나 가스공사를 상대로도 사업을 벌일 수 있어 시장성이 밝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위험요인도 있다.
계량기들의 프로토콜이 표준화되면 서로 다른 회사 제품들끼리 소통할 수 없었던 문제가 간단히 해결된다.
그렇게 되면 누리텔레콤이 설 자리가 순식간에 사라진다.
‘통합검침’이라는 말 자체가 의미를 잃기 때문이다.
전산자원 관리 분야에 독자 브랜드로 진입 누리텔레콤이 주력하고 있는 또 하나의 사업은 전산자원 관리 시스템 분야이다.
90년대 이후 전산 시스템들이 복잡해지고 분산·개방되는 형태로 변화하면서 그것의 관리 또한 분화하기 시작했다.
이런 분화된 환경에서 컴퓨팅 자원들이 서로 유기적이지 않고, 효율적으로 사용되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했다.
컴퓨팅 자원을 효율적으로 관리해야 할 필요성이 생긴 것이다.
이것이 누리텔레콤이 전산자원 관리 시스템 사업을 시작한 배경이다.
이 사업은 국내 시장에서 외국 기업인 휴렛팩커드, IBM 등과 경쟁관계에 있다.
이들 기업과의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누리텔레콤은 과감하게 ‘NAS CENTER’라는 독자 브랜드로 승부를 걸었다.
조 사장은 “저가격, 완벽한 한글지원 등 국내 실정에 맞는 사양을 지원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말했다.
외국제품의 경우 통합 패키지 형태로 판매하기 때문에 국내의 기업문화나 요구에 대처하기 힘들다는 점을 노린 것이다.
현재 NAS CENTER는 성능 관리·제어, 장애 관리·복구, 보안 등 세가지 기능을 근간으로 시스템, 데이터베이스, 애플리케이션 등의 전산자원을 통합관리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한전과 행정자치부 등에 이 시스템을 성공적으로 구축했으며, 이를 계기로 지난 97년 5%에 머물렀던 국내 시장점유율이 20%까지 올랐다.
물론 후발업체인 탓에 인지도가 취약한데다, 외국 기업이 막강한 자금력과 영업력을 무기로 시장을 침범한다면 언제든 치열한 경쟁 속으로 내몰릴 가능성도 있다.
누리텔레콤의 경쟁력은 상당 부분 조 사장의 기술력에 대한 남다른 애착에서 비롯한다.
대학에서 계산통계학을 전공한 그는 대우통신에서 8년간 시스템 및 네트워크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엔지니어로 일했다.
지난 92년 회사를 그만둔 뒤 “소프트웨어를 하드웨어에 끼워파는 것이 아니라, 소프트웨어 자체를 제값받고 팔겠다”라는 일념으로 R&D 전문기업인 에이티아이시스템을 설립했다.
사업 초기 전자문서 유통 시스템 및 그룹웨어 시스템 등을 주로 개발한 에이아이티시스템은 97년 정보통신부로부터 유망 정보통신 기업으로 선정됐고, 98년에는 한전으로부터 유망 전력 벤처기업으로 선정됐다.
80여명의 직원 가운데 60% 이상을 연구개발 인력으로 구성할 만큼 기술개발에 주력했다.
올 초에는 누리텔레콤으로 이름을 바꾸고 마케팅에도 눈을 돌렸다.
누리텔레콤은 6월 현재 대주주인 조 사장 외 특수관계인 네명이 지분의 82%를 보유하고 있다.
올 초 자본금을 6억원에서 12억원으로 증자했다.
이때 한국투신이 액면가(500원)의 76배(3만8천원)라는 높은 배수로 3% 정도의 지분을 사들였다.
조 사장은 “한국투신이 우리 회사의 기술력과 성장성을 믿고 투자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창투사로부터는 투자를 받지 않았다.
조 사장은 “크게 자금이 필요한 일이 없었고, 창투사들의 지분참여를 받아들여 괜한 간섭을 받고 싶지 않았다”고 말했다.
26일부터 공모청약 예정 누리텔레콤은 곧 코스닥으로 간다.
7월18일 기업설명회를 열고, 19일에는 기관을 상대로 수요예측을 실시한다.
이후 26일부터 27일까지 코스닥 공모가 있을 예정이다.
공모 예정금액은 4만원(액면가 500원)으로 액면가의 80배에 이른다.
이 회사는 공모로 조성한 자금을 주로 신규사업 및 해외시장 개척에 사용할 계획이다.
신규사업은 기존 사업과의 연관성 속에서 추진하되, 인터넷 환경을 최대한 이용한다.
우선 인터넷이란 공간에 위치한 컴퓨터 자원을 관리하고, 장애가 생겼을 때 이를 자동으로 처리하는 시스템을 개발할 예정이다.
이는 계측기가 고장났을 때마다 콜센터를 찾아야 하는 번거로움을 줄여준다.
PC없이 초고속 인터넷 전용회선만을 이용해 일반전화기로 국제전화까지 할 수 있는 인터넷 홈 셋톱박스 사업도 한축을 차지한다.
이런 신규사업은 “PC와 네트워크가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사업성이 있다”는 조 사장의 판단에 따른 것이다.
누리텔레콤은 기존 사업을 확장하는 데도 관심을 쏟고 있다.
솔루션 개발업체에서 한걸음 나아가 솔루션을 가지고 ASP(Application Service Provide) 분야에 진출할 계획이다.
값비싼 솔루션을 구입하기 힘든 업체에 이용횟수 등에 따라 요금을 차등화하는 방식으로 솔루션을 싸게 임대해주고, 관리까지 해주는 사업을 구상중이다.
해외시장 진출에도 상당한 의욕을 보이고 있다.
조 사장은 “주력제품인 NAS CENTER의 경우 미국, 일본, 사우디아라비아, 캄보디아 등지에 수출을 타진하고 있으며, 일본에서는 연말쯤 가시적인 성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객 다변화가 중요한 투자변수 누리텔레콤의 올 예상매출액은 227억원이다.
지난해의 70억원보다 세배 이상 증가한 규모다.
예상순이익도 지난해의 여섯배 규모인 65억원에 이른다.
부채비율은 99년 말 현재 40%다.
성장성과 재무건전성이 우수한 편이라고 할 수 있다.
이 회사의 공모주간사인 유화증권의 이진수 연구원은 “누리텔레콤이 참여하는 소프트웨어 분야는 세계 정보통신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인 반면 국내에서는 6%에 불과하다”며 “이런 점에서 아직까지 국내 소프트웨어 산업은 성장단계에 있다”고 말했다.
누리텔리콤의 주 매출처는 한전이다.
지난해의 경우 한전과 한전정보네트워크에 대한 매출이 전체 매출의 58%를 차지했다.
매출구조가 소수의 고객에게 집중된 형태다.
이런 경우 환경변화에 매출이 민감하게 반응할 위험성이 있다.
누리텔레콤이 한전 이외의 다수 고객을 창출해내느냐가 앞으로 중요한 투자변수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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