덥다.
성냥갑 같은 네모난 사무실이 답답하게 느껴진다.
에어컨이 제아무리 부지런히 움직여준들 고목나무 그늘 밑에 놓인 평상에 비길 수 있을까. 끊어졌다 이어졌다 하며 속살을 쓰다듬는 시원한 바람이 그립다.
여름 휴가를 스키장에서 보내보자. 스키장에서 보내는 여름 휴가는 별난 맛이 있다.
스키장들이 깊은 산자락에 둥지를 틀고 있어 지척에 계곡들이 깔려 있다.
일과 더위에 지친 몸과 마음을 너럭바위에 얹어놓으면 계곡 물소리가 기분좋게 귓전을 간지럽힌다.
겨울철 사람의 발길에 시달렸던 슬로프에는 온갖 들풀들이 피어나 야생의 제모습을 보여준다.
구절초, 바람꽃, 민들레가 바람에 하늘거리고, 때이르게 피어난 코스모스와 주변을 맴도는 잠자리떼는 가을의 정취에 빠져들게 한다.
밤하늘을 수놓은 별들의 향연을 보면서 한적함과 호젓함을 즐길 수 있다.
스키장마다 휴양림이나 산책로를 갖추고 있어 가벼운 등산을 하기에도 안성맞춤이다.
산이 그리운 사람이라면 무주리조트가 제격이다.
무주구천동 33경을 따라 백련사를 거쳐 덕유산 최정상인 향적봉으로 가는 등산길은 밋밋하지도, 그렇다고 험하지도 않은 독특한 매력이 있다.
맛이 떨어지긴 하지만 그게 버거우면 리조트에서 운영하는 곤도라를 타고 쉽게 정상에 오를 수 있다.
바다가 보고 싶은 사람이라면 알프스스키장을 찾을 만하다.
눈앞이 탁 트인 해발 700m의 고원분지에 있노라면 파도소리가 손짓한다.
내친김에 한달음에 해수욕장으로 달려가 파도에 몸을 내맡겨보자. 사무실에서 파리해진 살갗을 뜨거운 백사장에 누워 검게 그을리다 보면 발가락 사이로 모래가 미역처럼 감겨든다.
다른 스키장들도 여름철 손님들을 모으기 위해 다양한 레저·휴양 시설을 마련해놓고 있다.
7월부터 물썰매와 야외수영장을 개방했기 때문에 아이들과 여름를 즐기는 데도 손색이 없다.
7월달 예약은 거의 끝난 상태다.
서둘러야 8월달 여름 휴가를 스키장에서 보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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